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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한국과 다른 영국 학생의 방과 후 생활, 부럽다.

by 영국품절녀 2013. 3. 27.

저는 일이 없는 날에는 보통 시내에 있는 카페에서 글을 쓰거나 책을 읽곤 합니다. 오후 3~4시가 넘으면, 교복을 입은 중고등학생들이 시내에 나타나기 시작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는 방과 후에 중고등학생들이 스타벅스 혹은 맥도널드 등으로 몰려와 약 한 두 시간 동안 떠들고 갑니다. 일부는 탑샵, H&M, 마트 등에서 쇼핑을 하기도 하지요. 3월이라 해도 영국 날씨는 때 아닌 폭설 및 영하 온도로 인해 어린 학생들이 야외보다는 실내를 선호합니다. 그래서 오후만 되면 카페 및 시내에는 소음으로 가득 찹니다. 어디나 십대들은 까르르 잘 웃고, 소리를 지르며 친구들과 장난을 치는 등 정말 시끄럽습니다.

 

이들을 보고 있노라니, 갑자기 한국 중고등학생들이 생각났습니다.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대부분이 학교가 끝나도 인터넷 강의, 학원, 개인 교습 등으로 바쁜 것 같습니다. 초등학생들도 학교가 끝나면 바로 학원으로 가는 마당에 중고등학생들은 말할 필요가 없지요. 이러니 친구들과의 만남도 학교, 학원, 독서실이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영국에도 방과 후 활동을 하는 학생들이 많습니다. 특히 사립 학교 학생들은 공립 학교보다는 수업이 좀 더 늦게 끝나기도 하고, 수업 이후에 다양한 방과 후 활동인 악기 혹은 운동을 하므로 바쁘기도 합니다. 방과 후 활동도 교과목 학습보다는 다양한 취미 활동에 시간을 보낼 수 있다는 것이 참 부럽습니다. 다만 일부 사립 학교 학생들 역시 부족한 과목이 있는 경우 개인 과외를 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하교 후에 친구들끼리 시간을 보내는 영국 학생들

 

방과 후 프로그램으로 운동과 악기를 하는 학생들

 

 

(출처: 구글 이미지)

 

얼마 전에 저는 사교육 광고를 보고 너무나 황당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무슨 학생들이 공부하는 기계입니까? 

오로지 우리 십대들은 명문대 입학 하나를 위해서만 자신의 학창 시절을 바쳐야 하나 봅니다. 한국 취업의 현실 상 명문대 출신을 크게 선호하니 뭐라 할 말이 없네요. 아무리 학력 파괴를 외쳐도 여전히 대기업들은 명문대생들을 원하고 있으니까요.  

또한 부모들의 욕심도 한 몫하지요. 적어도 남이 하는 만큼은 시켜야 안심이 된다고 합니다.

 

학교에서도 공부, 학원에서도 공부, 집에서도 공부~~ 오로지 공부만을 강요 받는 우리 한국 학생들의 삶은 정말 지옥일 것 같습니다. 물론 공부가 너무 재미있어서 하는 학생들도 있겠지만, 부모가 시키니 할 수 없이 하는 경우가 대부분일 텐데요, 지금 한국 현실을 보면, 부모들은 자녀들의 특기는 무시하고 무작정 공부만 강요하며, 오로지 자녀들을 위해서라고 말합니다. 이에 자녀들은 아무런 목표없이 부모가 시키는 대로 하고 있으며, 그렇지 않으면 집안 망신 혹은 문제아로 찍히고 말지요. 대다수의 한국 부모들은 오로지 자신의 자녀를 명문대에 무슨 수를 써서라도 입학시키려고 혈안이 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출처: Guardian)

 

영국 가디언지에서 "한국 학원 문화" 에 대해 자세하게 작성한 기사가 있어요.

흥미로운 것은 "hagwon"이라고 명시했네요. 이것 역시 영문 고유명사가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학원에 다니는 이유는 "명문대 입학을 위한 수능 점수를 높이기 위해" 라고 언급되어 있는데,,,

이런 기사는 씁쓸하면서도 창피하네요.

 

영국과 한국의 너무도 다른 하교 후의 생활을 단순 비교하는 것 자체가 모순일 수도 있습니다. 현재 두 나라가 처한 상황과 사회를 감안해야만 하지요. 전에 캠브리지에서 학부를 나온 한국 학생이 그러더군요. 한국 학생들은 학습량이 너무 많고, 다들 엄청나게 열심히 한다. 자신도 캠브리지에 입학하기는 했지만, 공부의 양만 놓고 봤을 때, 그 정도로 하지는 않았다고 했지요. 

그런데 그 학생의 말을 들으면서 암기 위주의 한국의 엄청난 학습량이 정작 대학이나 사회에 나가서 필요한 깊은 사고력를 하는데 도움이 될까하는 의문이 생겼습니다.

 

 

(출처: 동아일보)

2011년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한국은 핀란드에 이어 종합 2위를 차지했지만,

실제적인 학습 효과는 크지 않다고 합니다. 즉, 한국은 효율성 없는 공부를 하는 셈이지요.

 

학교에서 6~7시간 공부를 했으면 되었지, 또 학원과 집에서 무한 반복을 해야 하는 것일까요? 물론 집에서 복습 및 예습 혹은 과제를 하는 것은 찬성이지만, 우리 학생들은 하루에 소화 할 수 없는 엄청난 학습량을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렇게 한다고 해서 요즘 청소년들의 학업 수준과 실력이 크게 높아졌다고는 전혀 생각되지 않거든요. 더군다나 일부 대학에서는 입시 문제로 대학 수준의 문제를 낸다고 하니 이 또한 학교 외 과외 공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닐까요?

 

이제 영국은 날씨가 따뜻해지면 공원 및 시내 곳곳에는 수업이 끝난 중고생들이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모습을 쉽게 볼 수 있을 거에요. 그들은 친구들과 자유로운 시간을 보내면서 혹은 취미 활동을 하면서 학업에 대한 스트레스도 풀고, 계절을 만끽할 것 입니다. 반면에 한국 학생들은 4계절을 제대로 누려보지도 못하고 오로지 실내에 앉아 죽도록 공부만 하겠지요. 과연 이렇게 단순 암기 및 주입식 공부만 강요하는 한국 사회가 제대로 된 인재를 키울 수 있을지는 참 의문입니다. 한국은 "올바른 인성이 갖춰지지도 않은 채, 경쟁에서 이기기를 강요받는 암기만 잘하는 괴물" 을 생산시키는 것이 아닌가 하는 그런 무서운 생각마저 드는데요, 아닌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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