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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영국 할머니가 본 동양 여자 이미지, 당혹

by 영국품절녀 2012. 11. 6.



영국에서 살면서 동양인이라는 이유로 무시를 받는 일은 종종 있습니다. 동네에서 할일없이 돌아다니는 젊은이들 혹은 어린 중 고등학생들은 대놓고 막말을 하거나 다소 거친 행동을 해서 무서울 때도 있지만, 보통 교육 수준이 높거나 고상한 척 하는 분들은 특유한 영국식 언행을 통해 드러내는 경우가 있는 것 같습니다.

 

아무래도 제가 사는 동네는 아무리 다국적 학생들이 많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타 지역보다는 유럽 출신의 학생들이 꽤 많은 편이며 현지 백인 비율이 95% 이상인 곳이라서 그런지 상당히 백인 우월주의가 있어 보입니다. 전에 홍콩 아줌마가 저에게 그런 말을 한 적이 있어요. 여기 캔테베리는 부유한 영국인 노부부들이 많아 확실히 교회만 가봐도 동양인을 좀 꺼리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다고 했습니다. 제가 주변의 몇 군데 교회를 가봐도 학생 혹은 젊은이들이 많은 몇 군데 교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백인만 출석하는 교회입니다. 또한 그런 분위기로 인해 동양인들이 영국 교회에 발을 붙일 수 없게 되는 것도 한 이유일 겁니다. 울 신랑 친구 부부는 아예 흑인들이 중심인 교회에 다닌다고 하더군요.

 

다행히 저희 부부의 경우에도 많은 노력과 인내 끝에 그나마 교회 몇 분들하고 친하게 지낼 수 있게 되었지만요, 그것도 단지 일부 몇몇 정도와 인사만 할 뿐 어떤 사람들은 눈도 안 마주칩니다. 아무래도 부유한 백인들이 사는 곳 경우에는, 이런 성향이 더 강하게 나타나는 것 같습니다. 하긴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 같긴 하네요. 부유한 사람들이 사는 지역일수록, 동남 아시아 및 동유럽 국가들의 사람들은 없으니까요.

 

                                                          (출처: Google Image)

 

그런데, 얼마 전 한국인 친구로부터 당혹스러움을 금치 못하는 말을 들었습니다.

한국인 친구는 자선 단체에서 가난한 사람들을 위해 평생을 바쳐서 일하시고 있는 60대 영국인 할머니와 저녁 식사를 하게 되었다고 해요. 식사 중에 이런 저런 안부를 나누는데, 그 한국인 친구가 얼마 전에 네덜란드 친구 집에 놀러 갔다 온 이야기를 하게 되었다고 해요.

한국인 친구:  며칠 전에 네덜란드에 살고 있는 중국인 친구 집에 방문을 했어요. 그녀는 작년에 네덜란드 남자와 결혼을 했는데,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더라고요.

영국인 할머니: (고개를 갸우뚱하시며) 혹시 네 중국인 친구와 결혼한 늙은 네덜란드 남자는 재혼이고, (전 처의) 애도 있는 거?

한국인 친구: (얼굴이 굳어지면서, 할머니의 말에 너무 당황해 하며...) 아닌데요.

영국인 할머니: 그 네덜란드 남자는 직업이 뭐니? 그 둘은 어디에서 만났니?

한국인 친구: 그들은 벨기에에서 만났어요, 그 젊은 네덜란드인은 대학에서 언어를 가르치는 강사에요. 중국인 친구는 캠브리지 대학교를 졸업하고, 네덜란드에서 일을 하고 있어요. 블라블라…

 

한국인 친구는 영국인 할머니에게 중국인 친구는 아주 부잣집 딸이고, 캠브리지 대학 출신임을 강조하고, "Young Dutch" 라는 말을 아주 강조 했다고 합니다.

영국인 할머니는 그제서야 그 둘의 관계가 조금은 이해가 된다는 식의 표정을 짓더랍니다. 또한 그녀가 중국 음식점에서 일을 한다고 하니까, 하필 왜 그런 곳에서 일을 하냐면서 중국집에서 굳이 일을 해야만 하는지에 대해서 물으셨다고도 하네요. 자신은 너를 아끼는 마음에서 말한다면서 그런 곳에서는 일을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했다네요.

 

이런 사연을 들으면서 한편으로는 그 할머니의 사고가 전혀 이해가 안 되는 것은 아니었어요. 나이가 60대 후반이신 그분에게 동양은 그저 못 사는 그런 낙후된 곳으로만 여전히 인식하고 있는 것이지요. 또한 제가 사는 곳에서도 보면, 꽤 많은 어린 동양 여자들이 할아버지 뻘 되는 영국인 남자와 결혼을 해서 살고 있으니까요. 그러니 거리에서 그런 커플들을 많이 본 할머니는 "유럽 늙은 남자 – 동양 젊은 여자 조합" 으로 무조건 짐작을 하시는가 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는 참 당혹스러웠습니다. 게 남들 앞에서는 항상 고상한 말과 행동을 하시면서 한평생 가난한 자들에게 한없이 자선을 베푸시는 분이 어떻게 "동양 여자" 에 관해서 그렇게 짐작도 아닌 확신이 담긴 질문을 하실 수 있을까요? 또한 동양을 무시하는 말을 그렇게 대놓고 하실까요? 만약 무식하고 말을 막하는 할머니가 그랬다면 차라리 이해라도 할 수 있겠어요.

 

물론 좀 과장일 수도 있겠지만, 영국인 할머니가 가지고 있는 동양인에 대한 부정적인 이미지가 진짜 일부 영국인들이 갖고 있는 고정관념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드는 것은 왜 일까요?

제가 아는 한국인 커플은 자신의 옆집에 사는 영국인 할머니가 항상 동네에 무슨 문제가 생기면 자신들에게 달려와 꼬치꼬치 캐묻는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자전거가 없어졌을 때... “너희들 혹시 자전거 봤니? 여기에 있었는데, 어디 갔을까??” 하면서 자신들을 의심의 눈초리로 쳐다보는 것 같다고 해요. 또한 밖에서 만나도 절대 인사조차 하지 않으신다고 하네요.  제가 종종 만나는 영국인 할머니도 동양인 아줌마들에게만 함부로 말을 하거나, 기분이 좋지 않는 날에는 괜히 동양 아줌마들에게 "영어를 왜 그렇게 하냐" 면서 말끝마다 문법을 고쳐 주면서 남들 앞에서 무안하게 만들기도 하거나, 영국으로 잠시 여행 온 중국 아줌마가 친구와 중국어로 이야기를 하니까, 영어를 사용하라고 하질 않나.. 하여간 황당할 때가 있답니다.

 

물론 모든 영국인들이 다 그렇게 동양인을 바라보는 이미지가 부정적 일리는 없을 겁니다. 다만 제가 평소에 알고 지내는 영국 할머니들이 은연 중에 동양인을 무시하는 언행을 할 때에 참 당혹스러운 것 같습니다. 아직 저는 직접적으로 당하지는 않았지만, 혹시 저에게 그런 말을 할 때에는 제가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까요? 저도 똑같이 영국을 무시하며 맞대응을 해줘야 하는 건지, 아니면 그냥 가만히 있어야 하는 건지 참 궁금하네요. 사실 영어가 달려 말싸움에서는 질 수 밖에 없겠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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