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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 유학생 부부가 군가를 부르는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1. 10. 22.


저는 강원도 최전방에서 군복무한 육군병장 출신 신랑과 살고 있습니다. 울 신랑은 영국에 와서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항시 군대에서 불렀던 군가를 부르면서 마음을 굳게 잡곤 합니다. 옆에서 듣다보니, 가끔씩 저도 군가가 자연스럽게 입에서 나올 때가 있어요. 


           
                           "전선을 간다" 로 울 신랑이 제일 좋아하는 군가입니다.


한동안 조용하던 울 신랑이 다시 군가를 부르기 시작했답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한 주 동안 저희 집에서는 아주 좋지 않은 일들이 연거푸 발생했답니다.

   침대 다리 고장 -> 난방 기구로 인해 카페트 태움 -> 신랑 컴퓨터 고장 -> 보일러 고장

전부터 피걱거리며 위태롭던 침대 다리 하나가 드디어 떨어져 나갔습니다. 그래서 임시방편으로 책을 쌓아서 끼워 놓은 상태입니다. 다행히 주인 아줌마가 새 침대 프레임을 주문했다고 하니 곧 배달이 될 거에요. 
                                                                      
                                                                   
   ↓

갑자기 영국은 겨울이 온 것처럼 너무 추워졌어요. 특히 해가 지는 6~7시 정도에는 집 내부가 가장 춥답니다. 그래서 전에 아는 분에게 공짜로 받은 난방기를 켰어요. 그런데 제가 너무 기계치라서 난방기를 카페트 위에 거꾸로 놔두는 바람에 카페트가 타면서 난방기 퓨즈가 나간 거에요.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저의 실수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신랑 컴퓨터 전선을 밟아 떨어뜨렸어요. 그래도 다행히 하드웨어 부분만 조금 고장났어요. 이렇게 제가 두 번의 사고를 연타로 쳤더니 울 신랑은 저를 "(사고) 뭉치"로 부르기 시작했지요. 저도 제 자신이 너무 싫고 한심했어요. 

                                                           ↓

         어제 아침부터는 보일러까지 말썽입니다. 현재 난방은 물론이고 온수도 안 나오는 상태랍니다.


이런 사건이 연거푸 벌어지면서, 울 신랑은 다시 군가를 부르면서 육군 정신으로 무장하고 현재의 힘든 생활을 이겨나갈 것이라고 하는 거에요.급기야는 오늘 밤에는 PT를 한 후에 찬물로 샤워를 할 것이라고 하네요. (군대에서 그랬던 것 처럼요.) 그래도 전 신랑이 감기 걸릴까봐 물을 데워 주도록 하려고요.


"용사의 다짐"이라는 가사가 가슴에 팍~ 와 닿습니다.


                             

그런데, 짜자잔~~~
풀이 죽은 저희에게 기분 좋은 일이 생겼답니다.
저희는 기분 전환, 운동 겸해서 집 근처 대형마켓에 갔어요. 폐점 시간이 가까워져서 여러가지 과일 주스가 할인되어 팔고 있는 거에요. 맛이나 봐야겠다는 생각에 종류별로 다 골랐더니 7개네요.

그런데, 한참 계산기를 두드려보던 직원이 이상하다는 얼굴로 "너희는 운이 좋은 것 같다", "그냥 가져가라" 고 하네요. 왜 그러냐고 물었더니, 이 품목은 원래 3개를 2개 가격으로 주도록 프로그래밍 되어있는 것인데, 날짜가 다 되어 할인 - 원래 1.10 파운드(약 2000원)인데 0.19 (380원) 가격으로 - 되다보니 오히려 그쪽에서 돈을 주어야 할 상황이 된 것이라네요.

저희는 돈을 받기도 애매해서 공짜로 7개 과일 주스를 받게 되었네요" 생각지도 못한 공짜 선물도 받았으니, 서로 힘내자" 고 서로를 위로하며 군가를 즐겁게 부르면서 집에 돌아 왔어요.



전우여 이제는 승리만이
우리의 사명이요, 갈 길이다. 
                  용사의 다짐 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