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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유럽 한류

일본 대학생들의 떡볶이 먹는 모습에 당황

by 영국품절녀 2012. 2. 26.



신랑이 작년부터 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습니다. 신랑이 가르치는 학생들 중 일본인 학생들은 작년부터 "한국 떡볶이가 먹고 싶다"며  계속 졸랐다고 합니다. 그 동안 제가 한국도 다녀 오고, 바쁘기도 해서 계속 미루다가, 이제는 더 이상 연기할 수가 없어, 저번 주에 드디어 그 학생들을 집에 초대했습니다.

신랑의 제자인 일본인 학생들은 한국을 참 좋아합니다. 아직은 어려서 한국에 다녀온 적은 없지만, 다들 한국을 방문해 보고 싶다고 했어요. 신랑이 한국인이니깐, 더욱 한국에 대해 관심이 많이 생기는 것 같아요.

저는 그들에게 만들어 줄 떡볶이 재료들을 샀지요.
떡국 떡 5~6인분, 오뎅 한 팩, 라면 두 개, 계란, 단무지 등

라면 사리와 삶은 계란을 넣은 떡볶이와 오뎅 국을 소개시켜주기로 메뉴로 정했어요. 거기다가 한국 분식 집에서 주는 노란 단무지와 함께 제대로된 한국의 분식 메뉴를 알려주겠다는 의지를 불태웠지요.

떡볶이 양념을 만들면서, 걱정스러웠던 것이 "고추장"의 맛 이었어요. 이번 한국 방문 때 시어머니께서 직접 주신 홈메이드 고추장이 많이 맵거든요. 그래도 떡볶이는 매워야지 제 맛이라는 생각으로 매운 양념 팍팍~ 쳐서 만들었어요. 다만, 매운 맛을 좀 완화시키기 위해 오뎅 국물에  밥 5~ 6인분까지 준비했지요.


 
                       

처음에 일본 학생들은 제가 준비한 한국 분식 메뉴들을 보더니, 다들 일본 말로 뭐라하면서 감탄하더군요. 그리고는 떡볶이의 맛을 보기 시작했어요. 한 입 먹더니 다들 맵다면서, 얼굴이 빨개지고  땀을 흘리면서 콜라와 사이다를 연거퍼 마시기 시작하네요.

속으로 걱정이 되기 시작했어요.
"내가 일본 학생들을 너무 배려안하고 맵게 했나보다. 아이고...미안해라~~"

그런데, 시간이 지날수록 저의 걱정은 기우였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지요.
말로는 "매워~ 하지만, 맛있어" 하며 밥을 떡볶이 양념에 비벼 순식간에 동을 내더군요.
조금 양이 작다고는 생각했지만, 몇 분 안되어 떡볶이는 온데 간데 자취를 감추고 말았네요.



       그들의 얼굴에는, 히딩크 감독이 말했던  "I am still hungry." 라는 문구가 써 있는 것처럼 보였어요.

신랑은 조심스럽게 "얘들아, 더 해줄까?" 그랬더니 기다렸다는 듯이 그들은 "이것 보다 조금만 덜 맵게 해주시면 또 먹고 싶어요." 하는 겁니다. 저는 같은 양의 떡볶이를 얼른 만들어 밥과 함께 주었지요.  

결과는 순식간에 또 싹쓸이~ 

거기다가 디저트로 준비했던 뉴욕 케이크 한 조각씩 다 먹고, 2 리터 짜리 음료수 두 통 다 마시고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일본 학생들은 "감사합니다"를 한국어로 연신 외쳤어요.


                떡볶이 감사 답례로 일본 학생에게 받은 일본 과자 셋트  (과자는 이렇게 생겼고 맛있어요.) 

제가 준비한 모든 음식들을 싹쓸히 하는 모습에 저희 부부는 깜짝 놀랐습니다. 솔직히 밥은 내일 아침에 먹으려고 많이 한 것인데, 그 많은 밥까지 거의 다 먹어 버리다니요. 영국에 와서 지금까지 수십명의 사람들을 초대했지만, 이렇게 메뚜기 떼처럼 준비한 모든 음식을 초토화시켰던 적은 처음 인 것 같습니다.

일본 학생들에게 한국의 매운 떡볶이로 깜짝 놀래켜주려다가, 이렇게 매운 맛을 즐겨 버릴 줄은 몰랐네요. 
한국인들도 마찬가지지만, 점점 매운 맛에 일본인들 역시 중독 되는 가 봅니다. 아무튼, 제가 만든 한국 음식을 이처럼 맛있게 먹어 주니 기쁘지만, 또 다시 초대는 고려해봐야 할 사항이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