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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지친 유학생 남편을 둔 아내의 시선에 빵 터져

by 영국품절녀 2011. 7. 23.


대부분의 주부들은 가족의 건강을 위해 어떤 음식을 먹여야 할 지 항상 고민을 하며 삽니다. 특히 영국 시골에 사는 저 역시 신랑의 건강 걱정에 먹는 고민이  매일의 숙제입니다. 영국에 살면서  먹는 것이 고충이 이렇게 클 지 미쳐 몰랐어요. 저희는 신랑이 점심에 샌드위치를 먹기 때문에 저녁은 꼭 한식을 먹는 편 입니다. 울 신랑은 한끼는 꼭 밥을 먹어야 힘이 난다고 하더라고요. 저도 그렇고요. 그래서 항상 무슨 반찬, 음식을 해야 하나... 고민이랍니다.

주중 학교 청소에, 영어 아이엘츠 과외 알바까지 하다보니, 집에 오면 밥 먹기가 무섭게 침대로 올라가 버리는 신랑을 보는 저는 참 안타까워요. 거기다가 제가 손이 다쳐 거의 2주 동안 신랑이 집안 일이며, 식사 준비까지 홀로 모든 것을 다 했잖아요. 그러니 지칠만도 하지요. 가끔씩 너무 곤하게 자는 신랑의 모습을 보니 가슴이 찡~ 하기도 하더라고요.

어느 날, 신랑은 일찍 잠자리에 들고, 저는 이메일을 체크하고 있었지요. 가끔 스팸으로 걸러지는 메일이 있어 확인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저의 눈을 사로 잡은 제목은 바로 "지친 신랑에게 이것 하나면 힘이 솟구칩니다" 뭐 이런 식의 메일이 저에게 와 있었지요. 평소 같았으면 "뭐야 ~~" 하며 바로 삭제 버튼을 눌렀을텐데요... 오늘은 너무나 이 멘트가 저의 가슴에 와 닿았어요 '클릭을 해 봐?' 이렇게 고민하는 저의 모습에 혼자 빵~ 터진 거에요. (그냥 삭제 버튼 눌렀어요) 신랑이 너무 피곤해 하니깐, 어떤 것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구해 주고 싶은 아내의 마음이 좀 과했네요. ㅎㅎ


                                    말도 안되는 스팸 메일에 잠시나마 현혹된 제가 참 어이없네요. (출처: 구글 이미지) 

제가 가끔 식사 차리는 것을 귀찮아 하거나 그러면, 신랑은 저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신랑: 너 블로그에다가 무슨 내조의 여왕인 것처럼 동네방네 소문내 놓고, 이런 식이면 곤란해~~~.
        내조의 여왕과 같이 사는데 왜 나는 살이 자꾸만 빠질까?  
이렇게 개구쟁이처럼 저를 놀린 답니다. ㅎㅎ

영국에 오신 주부들을 다들 동감하실 거에요.
영국에 오면, 한국 남자들은 대부분 살이 빠지고, 여자들은 뚱뚱해집니다. 특히 남자들은 얼굴 살이 많이 빠져버려, 주변 한국 남자들을 보면 참 안타까울 때가 많아요. 그래서 자칭 내조의 여왕이라고 생각하는 저는 힘들게 일을 하고  돌아올 울 신랑을 위해 맛있는 건강식 밥상을 선물하기로 했습니다. 

짜자잔~~

 

한국에서 보내 주신 음식 재료와 영국에서 산 재료들을 잘 섞어 정성껏 건강식 밥상을 차려 봤어요.
차린 밥상은 보리밥, 소고기 미역국, 양배추 쌈밥, 말린 호박 나물, 고추잎 들어간 무말랭이 무침 입니다. 정신이 없어 사진을 막 찍었더니 음식 사진이 맛있게 보이지 않는 것 같아요. 하지만, 맛있다며 감동하는 울 신랑의 칭찬 세례에 기분이 참 좋았어요. ^^  역시 부인은 남편의 칭찬을 먹고 사는 사람인가 봅니다. 피곤한 몸을 질질 끌고 돌아 온 울 신랑은 제가 차려 준 건강식 밥상을 먹고, 바로 기운을 되찾았답니다.  너무 너무 맛있다고 하면서 먹는 모습이 참 아들같아 보이는 날 이었어요. '보는 것 만으로도 배가 부르다'라는 말이 있지요.. ㅎㅎ 역시 맛있는 건강식 밥상이 아무리 비싼 보약보다 낫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은 날이었습니다. 자주 울 신랑에게 건강식 밥상을 선물해야 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