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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한국과는 다른 영국 노인들의 성과 사랑

by 영국품절녀 2013. 1. 13.



영국처럼 한국도 점점 노령화 사회로 접어 들고 있습니다. 낮은 출산율로 인해 점점 부양해야 할 노인들의 수가 늘어날 것이라는 전망의 기사들이 매일 쏟아져 나오고 있는 실정이니까요. 특히 제가 사는 지역은 실버 타운이라 노인들의 비율이 상당히 높습니다. 다시 말해서 대다수의 현지인들은 노년 층이며, 세 배나 가까운 수를 차지하는 학생들은 대부분 타 지역 및 외국 학생들이라고 합니다.

 

제가 사는 지역에서 본 바로는, 영국 노인들은 참 행복한 삶을 사시는 것 같습니다. 그 동안 열심히 일한 경력으로 연금 빵빵하게 받으시면서, 노후를 넉넉하고 즐겁게 지내시는 것 같거든요. 평일 오전에 시내에 나오면, 대부분 카페 혹은 레스토랑에서 브런치 혹은 차를 마시는 사람들은 거의 할아버지, 할머니들입니다. 또한 비싼 상점 및 백화점에서도 쇼핑을 하시는 분들도 거의 노인 분들이시고요. 그래서 저희 동네에 있는 비싼 상점 및 백화점은 보통 중/노년을 타깃으로 물건들이 진열되어 있습니다. 요즘 젊은이들은 높은 실업률 및 비싼 대학 등록금으로 이래저래 힘들지만요. 물론 모든 영국 노인들이 다 부유하게 사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아마도 제가 사는 지역이 잘 사는 노인 분들이 주로 거주하는 곳이라서 그럴 거에요.

 

                                                        (출처: Google Image)

 

이 곳 영국 할아버지, 할머니들은 연애 마음껏 하십니다.

즉, 주변의 눈치를 전혀 신경 쓰시지 않아요.

 

런던행 기차 안에서~

제가 전에 런던으로 가는 기차 안에서 노인 커플을 봤는데요, 절대 부부는 아닌 것 같았어요. 왜냐하면 서로 손을 얼마나 강하게 잡고 있는지요, 서로의 눈만 거의 한 시간 반 동안 쳐다보면서 하트를 뿅뿅 날리고 계시더군요. 아마도 만난 지 얼마 안 된 커플 같았답니다. 사실 부부끼리 그렇게 기차 안에서 손을 절대 놓지 않고, 시선을 서로에게 고정하기는 쉽지 않잖아요. ㅎㅎ

 

           실제 영국 노인 커플들은 거리를 걸을 때 서로의 손을 꼭 잡고 걷는 모습을 자주 목격합니다.

 

젊은이들이 많은 스타벅스에서

며칠 전에 스타벅스에서 커피를 마시고 있는데, 옆에 커플이 앉았습니다. 옆에 착 달라붙어 앉은 이 커플은 얼마나 서로 쪽쪽~ 소리를 내면서 사랑 표현을 하는지요.  살짝 보니, 연세가 들어 보이는 중년 커플은 약 1시간 동안 끊임없는 뽀뽀 소리를 내시고는 사라졌답니다.

 

남자친구 자랑하는 영국인 시어머니

제 친구의 영국인 친구의 시어머니가 몇 년 전에 이혼을 하셨답니다. 그런데 요즘 연애를 시작하셨다는 군요. 대상은 시어머니보다 약 연세가 10살 가량이 많은 70대 할아버지라고 하십니다. 크리스마스 때 시어머니를 뵈러 갔는데, 그 때 시어머니께서는 자신의 애인에 대해 말씀을 하셨다네요.

나 애인이 생겼는데, 그를 만나면 너무 행복해~~

 

이 말을 들은 한국인인 친구는 이렇게 물었다고 합니다. (서로 굉장히 친한 관계에요.)

이런 것 물어보기 좀 그런데...

혹시 두 분이 사귀시면 성관계도 하시니? 나이도 꽤 많으시고...

 

그 질문에 그 영국인 친구는 화들짝 놀라면서, "당연한거 아니야??" 하더랍니다. 그러면서 한국에서는 안 그러냐고 오히려 물었다고 하네요. 사실 한국에서는 노인들의 연애 및 성에 대해 타부시되는 경향이 크며, 보통 사람들도 부정적인 시각으로 보는 편이지요. 전에 노인의 성과 관련한 "죽어도 좋아" 라는 영화의 반응도 극과극이었으니까요. 아직도 한국은 성 자체의 이슈가 여전히 음지에 있으니, 노인의 성은 말할 것도 없겠지만요.

 

                                                         (출처: Google Image)

 

최근 이런 일도 있었어요.

제가 아는 60대 영국인 할머니는 남편이 유산을 엄청 많이 남겨 놓으시고 돌아가셨답니다. 결혼 생활은 그리 행복하진 않았다고 하시는데요, 할아버지 돌아가시고 할머니는 그 많은 재산으로 아주 신나게 사십니다. 매년 2~3번씩 비싼 크루즈 여행, 문화 생활 등등 거기다가 챙길 자식도 없으시니 더 자유로우시지요.

이번 크리스마스에도 크루즈 여행을 하시고 오셨는데, 얼마나 여행이 즐거우셨는지 얼굴 빛이 너무 좋으시더라고요. 갑자기 사진 두 장을 보여 주시면서, "내 남자친구를 소개할게~" 하시네요. 사진 속의 남자를 보니, 30대로 보이는 몸 좋은 동양 남자가 할머니 옆에 있더군요. 알고보니 그는 크루즈에서 일하는 웨이터였어요.

 

그 사진을 본 다른 할머니들은 그저 깔깔 웃으시는데, 한 분이 이렇게 말씀을 하시는 거에요.

거의 손자뻘이네~~

그 말에 그 할머니는 굉장히 놀란 표정을 지으시더라고요. 말도 안 된다고 하시면서요. ㅎㅎ

 

아무튼 저희들은 할머니의 농담으로 알아들었지만, 이렇게 어린 남자를 두고 자신의 남자 친구라고 말을 하기는 좀처럼 쉽지 않은 것 같은데 말이에요. ㅎㅎ 하긴 주변에 70대 영국 할아버지들이 30~40대 외국 여자들과 결혼하기도 하니 그 할머니도 어린 남자친구를 두는 것이 완전히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네요.

 

저 역시도 영국에 오기 전까지는 노인들의 성 문제가 기사로 나오면 인상부터 찌뿌려졌습니다. 속으로 나이 드신 분들이 왜 그러실까.. 이렇게요. 하지만 영국에 와서 이 곳 할아버지와 할머니들의 연애하시는 모습을 듣고 보면서 "노인들의 연애 및 사랑" 에 대한 시선이 긍정적으로 바뀌었습니다.

젊은이들처럼 똑같은 사랑의 감정이 있는 노인 분들이 부부끼리 혹은 연인끼리 손을 꼭 잡고 거리를 다니시거나, 쇼핑할 때 보면 할머니들이 옷을 자신의 몸에 대 보면 할아버지가 품평하는 모습이 참 좋아 보입니다. 또한 지역 신문에 애인(친구) 구함 이라는 칸에서도 보면 60 ~70대 노인들이 자신이 원하는 이성을 당당히 찾는 모습도 저에게는 낯설지만 흥미로워요.  

 

연애는 젊은이들만의 소유물은 절대 아닙니다. "젊은이들의 사랑과 성은 예쁘지만, 노인들의 것은 추하다" 라는 고정관념 이제 없어져야 합니다. 기대 수명도 점점 늘어가는 이 현실에서 배우자 없이 사는 경우 나이에 상관없이 사랑과 연애를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한국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참 그렇다고 불륜은 절대 안 됩니다. 그것이야말로 나이 먹고 추하다고 비판받을 만 합니다. 조만간 한국에서도 공공 장소에서 편안하게 연애하시는 노인 커플들을 많이 뵜으면 좋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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