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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한국 대학에서 왕따 당하는 외국학생들을 보면서 씁쓸

by 영국품절녀 2011. 7. 27.
몇 일 전 인터넷 기사 제목 "대학 수업 시간에 왕따당하는 외국 학생들"을 접하게 되었습니다. 이미 제가 외국인 신분으로 영국 대학원에서 공부를 해 본 경험이 있고, 울 신랑은 현재 영국 대학원 박사 과정에 있으니 외국 학생들의 이야기가 남의 일 같지 만은 않더군요. 그래서 저와 신랑이 경험했던 사실을 바탕으로 외국 대학에서 왕따 당하지 않는 방법에 대해서 말씀드릴까 합니다.

영국 대학원에는 다양한 국적의 학생들이 있습니다. 학교마다, 학과마다 학생들의 국적은 천차만별일테지만요. 저의 학과는80%이상이 영국 및 유럽 학생이었고, 이외에 미국, 한국, 일본, 중국 학생들이었지요. 학부를 영국에서 마쳤거나, 해외에서 자란 학생들은 영국 석사 수업과 이 곳 생활이 어느 정도 익숙하지만, 저처럼 해외생활 경험이 거의 없는 학생들은 첫 수업부터 참 낯설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또한 영국 친구들은 먼저 말을 건네 오거나, 다가오는 스타일이 아니므로, 친구들을 사귀는 것도 쉽지만은 않았어요. 수업 시간에 만나면 겉으로는 웃으면서 인사를 나누지만 그것으로 땡 이었으니까요.


수업 시간에 같은 국적의 친구와는 멀리 지내라.  (사석에서는 친하게 지내는 게 좋지요.)

학교, 학과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저희 과의 경우에는 몇 개의 반으로 나누어 세미나를 하게 되었어요. 반마다 다르겠지만, 한국인이 저 혼자 일 때도 있고, 두 명이 있을 때도 있었어요. 그런데 한국인이 두 명 있을 때와 저 혼자 일 때의 수업 당시를 회상해보면, 친구들이 저에게 대하는 태도는 극명하게 차이가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었지요. 아무래도 한 반에 한국인이 한 명 이상 있게 되면, 둘이 친해질 수 밖에 없어요. 그리고 서로 의지하게 되지요. 그렇게 되면, 다른 친구들과의 관계 발전에는 도움이 안 되는 것 같아요. 둘이서만 같이 다니고, 서로 물어보고 그런 식이니까요.

그런데, 제가 혼자 한국인 일 경우에는 다른 친구들이 말도 걸어주고, 관심을 가져 줍니다. 그리고 저도 살아 남아야 하기 때문에 주변의 친구들과도 어떻게는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게 되거든요. 울 신랑의 경우에는 그 과에서 혼자 까만 머리의 동양인이었다고 해요. 그래서 정말 주변 친구들이 많은 관심과 도움을 주었던 걸로 기억해요.


현지인 친구를 적극적으로 자기 편을 만들어라.

전에도 말했겠지만, 특히 영국인들과 친해지려면 시간이 걸려요. 따라서 무조건 먼저 말을 걸고, 친해지려고 해야 해요.
절대 그들이 먼저 다가오지는 않는 경우가 많거든요.
특히 영국 여학생들은 외국인에게 크게 관심 자체가 없는 편이에요.
차라리 영국 남자들이 더 친절하고 착한 것 같아요. 물어보면 관심을 가지고 조언도 해주고 도와 주려고 하는 편입니다.

현지인 친구를 사귀면 좋은 점이 많아요. 먼저, 수업 중에 못 알아들었던 것이 있으면 다시 물어 볼 수 있고요. 노트 필기를 못 한 경우에 빌려달라고 할 수 도 있어요. 특히 가장 좋은 점은 함께 세미나 발표를 하게 되면 많은 도움을 받을 수도 있지요. 또한 에세이 교정을 부탁할 수 도 있으니까요.


 

 

          많은 친구들을 사귀면 좋겠지만, 정말 친한 친구 한 명이라도 잘 사귀는 게 좋을 수도 있어요. (출처: 구글 이미지)

저의 경우에는 아프리카계 영국인이었는데, 학교를 영국에서 나온 학생이었어요. 학부도 브리스톨 대학에서 공부했고요. 항상 저의 옆에 앉게 되면서 서로 친해지게 되었는데, 운이 좋게 그녀와 세미나 발표를 하게 되어서 많은 도움을 받았지요. 또한 서로 수업에 빠질 경우에는 교수에게 미리 말해주는 일도 해 주면서 친하게 지냈어요. 그런데, 석사 과정이 끝나고 저도 한국에 오게 되고, 그녀도 아프리카로 돌아가게 되면서, 연락이 끊어졌네요. 너무 오래 되어 이 메일도 기억이 안 나네요.


제가 말하고 싶은 것은 외국 대학 생활을 하면서, 친한 현지인 친구는 한 명 정도는 만들어 놓는 것이 중요해요. 아무래도 언어가 서툰 외국인이다 보니, 수업, 에세이, 세미나 발표 등 어려운 점이 많잖아요. 그럴 때에 친구에게 도움을 주고 받을 수 있을 거에요. 너무 대놓고 이것 저것 많이 부탁하게 되면, 관계가 오히려 나빠질 수가 있다는 것 명심하세요. 또한 도움을받은 후에는 꼭 감사의 표시를 하는 것이 좋습니다.  저의 경우에도 울 신랑을 도와 주는 박사 과정 친구들에게 꼭 한국 음식으로 식사 초대를 하거든요. 그러면 그들은 진짜 좋아해요. 그리고 대부분이 우리들을 자신의 집에 초대 해주기도 하는 등 서로 더욱 더 깊은 관계를 유지할 수 있거든요. 한국이든, 영국이든, 적극적이고 능동적인 사람이 성공한다는 것을 명심하세요. 먼저 다가가서 손을 내미는 것이 중요하답니다.


한국 대학을 다니는 외국 학생들도 영국 대학의 경우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고 생각해요. 아무래도 가장 큰 장벽인 서툰 언어로 힘이 들지요. 그건 모든 외국인 학생들이 겪는 문제이니까요. 물론 현지 학생들은 어느 정도 수고를 감수하면서 외국 친구들의 말에 주의 깊게 귀를 기울여주는 아량은 좀 필요합니다. 또한 그룹 프로젝트를 할 때에도 대놓고 조를 바꾸거나 외국인 학생에게 싫은 내색을 하는 행동은 성숙한 모습이라고 할 수 없을 것 같아요.  (저나 신랑이나 그런 영국 친구는 한 명도 본 적이 없거든요.) 대부분의 친구들은 저의 의견에 귀를 기울여 주고, 발표 준비를 할 때에는 많은 도움을 주었고, 제가 자신감있게 석사 생활을 잘 마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에도 외국 학생들이 많이 들어와 있다고 들었어요. 한국 학생들도 - 다소 문제 있는 학생들은 일부 있겠지만요 - 좀 더 너그러운 자세로 외국인 학생들을 도와 주었으면 해요. 자신도 훗날 외국에서 학업 및 생활할 수 있잖아요? 물론 외국 학생들 역시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더욱 열심히 대학 생활에 적응하려는 노력이 있어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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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