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유럽 한류

한국 드라마 왜 안 보냐고 다그치는 외국인, 난감

by 영국품절녀 2012. 7. 23.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큰 인기가 있다는 사실은 익히 알고는 있었지만, 영국에서 만나는 외국인들의 한국 드라마 사랑은 과히 상상 이상입니다. 그 중에서도 아시아 출신의 여대생들은 단연 한국 드라마 (실시간) 일일 시청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이니까요. 저 역시 드라마를 좋아하기는 하지만, 꼭 챙겨서 보는 편은 아니어서 3편 정도의 드라마만 봤을 뿐 올해에는 한국 드라마를 거의 보지 못했네요. 대신 종종 이웃 블로거들의 글을 통해 최근 방영하고 있는 드라마 내용을 알긴 하지만요.

 

 

이에 반해, 제 주변의 아시아 출신의 유학생들 및 아줌마들은 이미 한참 지난 시리즈부터 최근 방영되는 작품들까지 두루 섭렵할 정도로 한국 드라마에 대해서는 저보다 훨씬 더 많이 아는 것 같습니다. 제가 영국에 오자마자 만난 저와 동갑인 중국인 친구도 매일 집에서 최근 방송하는 모든 한국 드라마를 다 본다고 했어요. 그리고도 시간이 남는지 예전 것까지 다 찾아 볼 정도로 열성적이었지요. 또한 일본, 대만, 홍콩 아줌마들도 한국 드라마 CD을 돌려가면서 보기도 하더라고요. 시험장에서 만난 이라크 아저씨는 부인이 한국 사극에 빠졌다고 말하셔서 깜짝 놀라기도 했어요.

 

 

 

그래서 그런지 한국 드라마 일일 시청자인 이들은 한국인을 만나기라도 하면 자신이 보고 있는 (봤던) 한국 드라마에 대해 말하고 싶어 어쩔 줄 모릅니다. 사실 드라마는 보고 나서 친구들과 감상 및 후기를 나누는 것이 더 재미있거든요.

 

얼마 전 만났던 중국인 유학생이 저에게 이런 질문을 했어요.

 

너는 한국 드라마 자주 보니?

아니, 별로..

그렇구나.. 지금까지 내가 만난 한국인들은 다들 그렇게 말하더라~

심지어 어떤 이는 전혀 보지 않는다고 하더라니까……

 

그녀는 목소리를 높이며, 왜 한국인이 한국 드라마를 별로 안 보는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었어요. 제가 보기에는, 한국 드라마 팬인 이들은 당연히 모든 한국인들은 자기들처럼 드라마를 매일 시청한다고 당연하게 여기는 것 같습니다. 하나 더 덧붙이자면, 한국 드라마에 대해 다 알아야한다고도 (혹은 안다고도) 생각하는 것 같아요. 

 

 

                                                      

                                        2011년 한해 인기 한국 드라마 (출처: Google Image)

 

 

실제로 이 중국인뿐 아니라 영국에서 만난 한국 드라마 팬인 아시아 및 유럽 친구들은 꼭 자신이 좋아하는 한국 드라마에 대해 묻거나 말하곤 합니다. 저처럼 드라마에 대해 많이 알지 못하는 한국인인 경우에는 그들의 질문이 좀 난감할 때도 있어요. 어떤 이들은 잘 모르겠다라고 하면 등장인물 및 줄거리를 자세히 알려주면서 제가 100% 알 것이라고 확신하는 듯 아주 답답하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알아 맞출 때까지 설명을 하려는 열성을 보인 답니다. 거기다가 좀 과격한 한류 팬들은 한국인인데, 왜 그것을 모르냐?” 면서 다그치기도 하고요.

 

 

 

비록 한국에는 일일 드라마 시청자들이 많긴 하지만, 영국에 온 한국 젊은이들은 대부분 어학연수 및 유학생들이라 영어 공부를 위해 /영국 드라마 시청을 선호하거든요. 다들 영국에까지 와서 무슨 한국 드라마를 보냐는 식으로 생각해요. 또한 한번 보고 나면 궁금해서 끝을 봐야하기 때문에 다들 좀 꺼려하지요. 차라리 나중에 한국에 돌아가서 그 동안 보고 싶었던 드라마를 한꺼번에 봐도 되니까요.

 

 

특히 재미있는 상황은요, 제 주변의 한국 남자들은 드라마를 크게 좋아하지 않거나, 잘 안보는 편이라서 그런지 잘 모르겠다는 반응이 대부분 인 것 같아요. 다만, 상대가 누구냐에 따라 (예쁘면 혹은 맘에 들면) 한국 남자들의 호응이 매우 달라져요. 어떤 한국 남학생은 '꽃보다 남자'를 좋아하는 유럽 여대생에게 환심을 끌기 위해 몇 번 본적도 없는 그 드라마에 대해 몇 시간 동안이나 신나게 호응을 해줬다고 하더라고요.

 

 

 

드라마를 자주 즐겨 보지는 않지만,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외국 친구들을 만나다 보면 어깨가 들썩거리도록 자랑스럽습니다. 이제는 한국 드라마가 단순히 한국인의 전유물이 아닌 전 세계의 한류 팬들까지 즐기는 오락물로 당당하게 인정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영국 대학 도서관에서 노트북 혹은 아이패드 등으로 한국 드라마를 보는 아시아 유학생들의 모습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거든요. 지금까지 제가 영국에서 만난 한국인들보다는 확실히 한류 외국인 팬들의 한국 드라마 시청률이 훨씬 높다는 것을 알 수가 있었으니까요.

 

한국 드라마에 대해 묻는 외국인이 더 많아지기를 바라면서, 종종 그들의 말에 반응을 하지 못해 난감한 상황도 있지만, 더욱 많은 한국 드라마 팬들이 저에게 물어봐 주기를 바랄 뿐 입니다. 한국 드라마 화이팅~~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