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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해외사는 한국인, 카톡으로 웃고 울어

by 영국품절녀 2012. 5. 19.



제가 2005년 영국에 처음 나왔을 만해도, 한국에 있는 가족 및 친구들과 통화를 하려면 무조건 국제 전화 카드를 사서 해야 했었어요. 저는 처음 영국 입국 시 비행기 연착으로 지방 공항에 새벽에 도착을 했어요. 그 당시 너무 늦어 기숙사에 바로 못 가고 호텔에서 1박을 했지요. 다음 날 늦게 학교 기숙사에 도착했던지라 정신이 없어 한국에 전화를 할 경향이 없었답니다. 저희 부모님은 제가 연락이 없어, 걱정스런 마음에 학교 기숙사로 연락을 했는데, 제가 아직 도착을 하지 않았다는 말을 들은 거에요. 이틀 뒤, 집에 전화를 했더니 부모님께서는 "애간장이 녹았다" 라고 하셨었던 기억이 납니다.

 

저는 영국에서 살면서 처음에는 영국 슈퍼에서 파는 국제 전화 카드를 사서 가족에게 공중 전화 및 학교 기숙사 방에 있는 전화기로 전화를 했어요. 그 카드는 일분 당 통화 비용이 비쌌으므로 정말 안부만 서로 묻고는 끊기에 바빴답니다. 그러다가 런던 차이나 타운에서 파는 다소 싸고 통화 시간이 긴 국제 카드를 발견했지요. 그런데, 이것도 몇 번 사용하다보니, 원래 통화 시간보다 사용하지도 않았는데 현저하게 빨리 줄어드는 바람에 사용을 중단해 버렸어요. 그리고는 이메일로 가족과 연락을 대신 하는 걸로 만족해야했어요. 그러다가 나중에 아는 분을 통해 싼 인터넷 전화를 알게 되어 지금까지 쭉~ 사용하고 있어요.

 

하지만, 요즘 해외에 나오는 한국인들은 이러한 수고로움이나 어려움을 절대 모를 거에요. 이제는 영국에 나오는 학생 대부분이 다들 스마트폰을 들고 나옵니다. 와이 파이만 되는 곳이면 한국에 있는 가족 및 친구들과도 바로 문자 채팅이 가능하지요. 저도 작년에 스마트 폰으로 바꾸고는 깜짝 놀랐어요. 카카오톡으로 지금까지 연락을 잘 못했던 친구 및 가족들과 바로 문자 채팅이 가능한 거에요. 거기다가 사진도 바로 보낼 수 있고요. 얼마나 편한 세상이 되었는지요... 

 

영국에 오는 한국인들이 대부분 가지고 오는 아이폰 (출처: 구글 이미지)

 

 카카오톡에 웃고~~

영국에서 어학연수를 하는 학생들이 그러더군요. 자신이 영국에 있어도 친구들과 카카오톡(카톡)으로 매일 채팅을 하니까 너가 한국에 있는지, 영국에 있는지 잘 모르겠다고요. 사실 한국에 살아도 서로 바쁘면 일년에 한 두번 볼까 말까한 친구들도 많잖아요. 저도 영국에 있는 동안 연락을 안 했던 친구들에게 종종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면 무척 반가워하고 좋아하더라고요. 특히 해외에 사는 자녀들은 가족들과 언제든지 연락을 쉽게 자주 할 수 있습니다. 전에는 부모님과 통화하는 것이 일주일에 한 두번 정도였다면, 요즘 젊은이들은 카톡으로 매일 문자를 주고 받으니 부모님들은 해외에 나간 자녀들의 안부 및 상황을 바로 알 수 있으므로 자녀 걱정은 한 시름 놓을 것 같아요. 저의 경우에도 연세가 좀 있으신 저희 부모님들은 카톡은 안 하시지만, 동생들과 카톡을 통해서 부모님의 소식을 생생하게 들을 수 있어요. 또한 관계가 소원해지기 쉬운 미국에 있는 시동생 가족과도 카톡으로 안부를 종종 물을 수 있어 그래도 다행이에요.

 

                                                                        (출처: 구글 이미지)

 

카카오톡에 울고~~

그런데, 카톡이 해외 사는 한국인들에게 마냥 좋은 것만은 아니랍니다. 특히 스마트폰을 잘 사용하시는 시어머니를 둔 며느리들은 아주 고달프다고 해요. 해외 사는 아줌마들이 모이는 카페에 들어가보면, 최근에 등장하는 속풀이 내용이 "스마트폰으로 인한 시집살이" 에 관한 것 입니다.

한국에서 살 때 전화를 하루에도 몇 번씩 하시는 시어머니를 둔 며느리가 드디어 해외로 나오면서 시어머니의 잦은 전화로 인해 해방을 맞았지요. 그런데, 그것도 잠시....  스마트폰을 구입하신 어머니는 매일 며느리에게 잦은 문자를 보내시기 시작하셨답니다.

뭐하고 있니? 밥은 먹었니? 아들 컨디션은 어떠니? 날씨는 어떠니? 오늘 계획은 뭐니? 등등

 

그리고는 "그래, 잘 지내라~  내일 또 이야기 하자~" 이러신다고 해요. 시어머니 입장에서 보면 이해가 전혀 안 가는 것도 아니에요. 자주 볼 수가 없으니, 문자로나마 아들 가족의 안부를 물어보고 싶으시겠지요. 그런데 매일 이렇게 비슷한 내용의 안부 문자를 보내는 것은 사실 친정 엄마라 해도 좀 귀찮지 않을까 싶어요. 더욱이 한국에서 시어머니의 잦은 안부 전화가 부담스러웠던 며느리가 해외까지 와서 그런 문자를 볼 때마다 노이로제가 걸리지 않을까 싶거든요. 덧붙여서 또 하나의 사례를 보면요, 시차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가족 및 친구들이 상대방의 시차를 전혀 배려하지 않고 카톡 메세지를 막 보내는 경우도 있어요. 거기다가 답장을 안한다고 막 뭐라고 하기까지 하면 참 난감하지요. ^^;

 

이처럼 카카오톡으로 인해 웃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울고 싶은 사람도 있을 겁니다. 앞의 상반되는 사연들을 보면서, "과유불급" 즉 지나치면 아니함만 못하다 라는 고사성어가 떠 오릅니다. 분명 스마트폰은 해외 생활하는 한국인들에게 너무 훌륭한 소통 수단임에는 틀림이 없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사용하는 당사자들은 자신의 입장에서 보면 별로 잘 못 되어 보이지 않은 행동이라도 상대방의 입장에 서서 보면 해가 되거나 부담을 줄 수 있다는 사실을 우리 모두 스스로 자문해봐야 할 필요가 있을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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