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해외 블로거 남편의 불만, 사생활 노출만은 제발

by 영국품절녀 2012. 2. 5.



블로거가 된 후부터 저에게 생긴 습관이 있습니다. 외출 시 사진기와 수첩을 꼭 챙깁니다. 또한 호기심을 가지고 모든 것을 바라보게 되었다는 겁니다. 전에는 가볍게 듣고 즐기기만 했던 남들과의 대화를 이제는 메모 혹은 기억을 해 놓습니다. 그런데 그런 저의 습관을 신랑에게까지 강요를 하게 된다는 것이 문제입니다. 학교 가는 신랑에게 뭔가 학교에서 재미난 일이나 쓸 소재거리가 있으면 잘 기억해 와, 사진 찍어와~~ 등등 주문을 하곤 합니다.

 

해외 블로거인 저는 블로그 운영이 쉽지 않습니다. (이 말은 국내 블로거는 블로거 운영이 쉽다는 뜻에서 하는 말이 절대 아닙니다.) 블로그 운영은 모든 블로거들에게 어려운 숙제이자 삶의 한 부분이지요. 제가 사는 영국은 한국보다 9시간이 늦기 때문에 국내 블로거들이 발행을 시작하고 방문자들과 소통 할 때 저는 취침해야 할 시간입니다. 그래서 피곤한 날에는 예약 발행을 하거나, 발행되는 것만 확인하고 잠자리에 들 때도 있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이 일 저 일 하다 보면 한국은 이미 오후 시간이지요. 일주일에 적어도 3일 이상은 늦은 밤 혹은 새벽까지 이웃 블로그 방문을 하다 보면, 아침에 신랑에게 미안할 때가 많아요. 아침 일찍 도시락을 싸줘야 하고, 아침도 챙겨줘야 하는데, 신랑이 늦게까지 블로그 일을 하고 못 깨는 저를 위해 혼자 식사를 해결하고 나갈 때도 있어요. 그럴 때마다 신랑은 하는 말이 있어요.

 

내가 등 떠밀어 블로그를 시작했기 때문에 뭐라 할 말이 없네.”
그래도 이 정도까지 많은 사람들에게 관심을 받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고 하며 자랑스러워 합니다
.


또한, 종종 자기 사생활만 너무 노출되는 것 같다고 투덜대기도 하지요.
좁은 한인 사회가 있는 캔터베리에 살다보니, 울 신랑은 "내 이야기 좀 그만 쓰면 안 되겠냐"고 하지요. 종종 캔터베리 시내 혹은 학교에서 만나는 한국인들이 제 글을 읽고 "~ 하셨다면서요?" 이렇게 아는 척을 하면 참 머쓱해 하네요. 특히 어제같은 경우, 신랑은 자신이 써 준 결혼 기념일 카드 내용의 글을 보더니, 너무 창피하다면서 닭살 돋는다고 난리네요.


 

           
       블로거 배우자들이 가장 큰 불만이 바로 사생활 노출 아닐까 싶어요. (출처: 구글 이미지)


한편, 블로거를 하는 저를 보는 가족들의 반응도 가지각색 입니다. 이번 한국에 갔을 때에 제가 아침부터 블로그 글 발행 때문에 노트북을 가지고 이리저리 다니니깐
, 그 모습을 본 동생이 한심하다는 듯이 쳐다 봅니다. 친정 부모님은 하루 종일 컴퓨터만 바라보고 있는 저의 건강을 걱정하십니다. 사실 블로그 운영한 후부터 목 뼈가 일자로 되는 바람에 물리치료와 마사지를 두 달간 받고 왔거든요.

 

일부 블로거들의 말을 들어보니, 가족들이 블로그 하는 것을 무척 싫어한다고 합니다. 특히 남편과 아내가 제일 불평이 심하다고 해요. 많은 시간을 컴퓨터 앞에만 앉아 있으니 누가 좋아하겠나 싶긴 해요. 저도 신랑에게 자지 말고 기다리라고 하지만, 블로그를 하다 보면 신랑은 이미 꿈나라로 가버리지요. 그래서 요즘에는 블로그 운영에 시간을 덜 보내려고 노력 중입니다.


특히 저희 시댁 부모님은 저의 블로그 열광적인 팬이신데요, 특히 시어머니는 악플로 인해 제가 상처를 받지는 않을까 항상 걱정이십니다. 전화를 드릴 때마다 좋지 않는 댓글에 대해 어머니 자신이 더 아파하십니다. 또한 매일 방문하시는 저희 친정 부모님은 방문자 수에 굉장히 민감합니다. 이렇게 가족들이 블로그에 많은 관심을 가져주고 걱정해 주니 힘이 나지요.

 

다행히 저는 신랑이 블로그 운영에 많은 도움을 줍니다. 글 제목도 같이 생각해 주고, 소재거리도 자주 물어다 주고요. 그래서 지금까지 제가 아무 탈 없이 블로그 운영을 잘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로거들은 가족들이 많이 이해해 주고 도와주어야 좀 더 편안하게 블로깅을 할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블로거는 가족들의 힘이 필요합니다. ^^
블로거로서 가족들의 사생활을 켜주지 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