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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2013년 우리말 신조어의 특징은 웃프다

by 영국품절녀 2013. 12. 18.

한국을 떠나온 지 벌써 4년째가 되어 갑니다. 중간에 한 두 달간 방문을 한적은 있지만요. 지금으로부터 약 8년 전 영국에서 살다가 귀국했을 때에만 해도 '내가 한국을 떠났었나?' 싶을 정도로 큰 격차를 느끼지 못했었는데요. 요즘에는 제가 나이가 들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점점 한국 생활, 문화, 미디어, 언어 등등 전반적인 것들이 왜 이리 낯설게만 느껴지는지 모르겠습니다. 영국에서 오래 살고 있는 한국인들과 이야기를 나눌 때에 제가 느꼈던 참으로 답답했던 감정들을 이제는 저에게도 풍겨지지 않을까 싶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낯설면서도 재미있는 것이 바로 "신조어 및 유행어" 입니다.

 

영국에서도 매년 그 해의 신조어가 생겨나고 있는데요, 올해 신조어 승자는 바로 "Selfie" 입니다.

"The Oxford Dictionaries Word of the Year 2013 is Selfie."

한국에서는 일명 "셀카" 라고 부르는, "Selfie" 가 2013년 옥스포드 온라인 사전에 새롭게 명시되었습니다.

 

 

(출처: BBC)

 

우리나라에서도 국립국어원에서 2103년 "인터넷 신조어" 를 발표했습니다.

갑툭튀 : 갑자기 툭 튀어나옴,                             광클 : 광속으로 클릭한다
글설리 : '글'쓴이를 '설'레이게 하는 '리'플             금사빠 : 금새 사랑에 빠지는 사람
넘사벽 : 넘을 수 없는 4차원의 벽                      닥본사 : 닥치고 본방(본방송) 사수
답정너 : 답은 정해져 있고 너는 대답만 해.          모솔 : 모태솔로 (태어날 때부터 솔로)
반모 : 반말모드                                              버카충 : 버스카드 충전
병맛 : 병 걸린 것 같은 맛                                솔까말 :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쓸고퀄 : 쓸데 없는 고퀄리티                            
안습 : 안구에 습기찬다.              갠소 : 개인소장 

 

저는 처음에 이런 신조어들이 인터넷 기사에서 나오거나, 영국에 온지 얼마 안 된 지인들로부터 듣고는 전혀 감도 안 오고, 무슨 말인지 몰랐습니다. 가끔은 지인들에게 물어보기도 하거나, 포탈 사이트에서 그 의미를 찾아 보면서 익혀나갔지요. 저도 국내에 있었다면, 이런 말들을 주변 사람들과 함께 자연스럽게 썼을 거에요.

 

하지만 제가 인터넷 신조어들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조금씩 알아 가고는 있지만, 좀처럼 제 입에서는 나오질 않습니다. 물론 일부 신조어들은 제 블로그 글에서 종종 사용되고는 있지만요. 아무래도 제가 귀로 자주 듣지 않아서 그런 건지, 여전히 꽤 낯설게만 느껴지는 것 같아요.

 

그럼, 외국에서 살면서 인터넷을 통해서만 국내 소식을 접하는 제가 본 올해 유행한 우리말의 특징에 대해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1. 심하게 말을 줄여요.

 

일상화된 SNS의 이용으로 우리 말이 상당히 짧아졌어요. 비단 우리나라만 그런 것은 아니에요. 영국인들도 단어와 말을 짧게 줄여서 사용하지요. 그런데 너무 말을 간략하게 줄여버리다 보니, 저와 같이 외국에서 살거나 나이가 드신 분들은 그 말들을 처음에 듣고서는 거의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전에 어린 학생이 저에게 "프필" 하는 거에요. 그래서 그게 뭐냐고 물었더니 "프로필"이랍니다. 저는 프로필이라는 말도 저렇게 줄여야 하나 싶어 당황스러웠어요. ㅎㅎ  이처럼 요즘 어린 학생들이 사용하는 어떤 말들은 "너무 작위적이다"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해요.일부 게시판들에 적혀진 글들을 보다보면 도대체 이게 무슨 말인지.. 도대체 의미가 무엇인지도 모를 정도인 축약된 단어들이 왜 이리 많은지 모르겠습니다.


 

 

 

정말 알아듣기 힘든 말말말....

 (출처: Google Image)

 

 

2. 우리 말이 귀여워졌어요.

 

올해 들어서 블로그 댓글이나 페이스북, 카스 등에 올라오는 지인들의 말투를 보면요, 우리 말이 너무 사랑스럽고 귀여워진 것 같아요. 그 이유는 "의태어 사용"이 참 많아졌기 때문이지요.

 

이를 테면, 상처 받은 사람에게 "토닥토닥" 해 주세요.
              올해 화이트 크리스마스는 없으니, 눈 때문에 "말랑말랑" 해질 일은 없다.
              길거리 음식들을 "쳐묵쳐묵" 하고 싶어요. 
          
저는 개인적으로 문장 속에서 이런 의태어를 들으면, 그 말이 머리 속에 그려져서 더욱 이해도 잘 되고 재미있는 것 같습니다. 창의적인 느낌이 든다고나 할까요? ^^ 개인적으로 아주 좋아요. ^^

 

 

3. 영어야? 우리 말이야?


탈북자들이 우리 말을 이해하는 데 가장 어려운 것이 바로 남발하는 "영어 단어 및 외래어 사용"이라고 합니다. 저 역시도 글을 쓰다 보면, 우리 말로 딱 바꾸기 어려운 용어나 우리 말이 있긴 하지만 자주 사용되지 않아 낯선 단어들의 경우에는 영어 단어를 그냥 사용합니다. 왜냐하면 영어 단어로 쓰는 것이 글을 정확하게 이해하는데 더 나을 때가 있기 때문인데요, 물론 이것도 제 편의를 위한 하나의 변명이라고 할 수 밖에 없을 겁니다.

 

예전부터 학계에서 빈번한 영어 사용은 꽤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종종 학회를 가 보면, 교수 및 전문가들은 우리 말을 사용하고 있을지라도, 단어는 우리 말이 아닌 전부 영어입니다. 참 안타까운 것이 왜 우리는 그 영어 단어를 우리 말로 적합하게 바꿀 노력을 하지 않을까 싶어요.

 

전에 이런 일이 있었어요.

몇 년 전에 한국에 있을 때 저희 부부가 국제 개발과 관련된 모임에 간 적이 있습니다. 그 날 발표 의제는 "시민들이 참여할 수 있는 국제 NGO 활동" 이었는데요, 교수 및 NGO 관련자들의 발표를 듣다보니 처음부터 끝까지 일반인들은 좀처럼 이해하기 힘든 영어 단어로만 설명을 하고 있는 거였어요.

그 모습이 참 이상하더라고요.

"시민들이 NGO 활동에 관심을 유도하고 함께 참여할 수 있는 방안을 제시하면서,

그 분야를 공부하지 않으면 알아 듣지도 못할 영어 단어들을 마치 우리 말 하듯이 저렇게 사용할까?"

 

그래서 그 때 그 분들께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시민들이 국제 개발에 관심을 갖고 참여하기를 바란다면서,

왜 우리 말로는 설명하지도 못하는 영어 단어를 그렇게 많이 사용하세요?"

 

그랬더니 그분들의 반응은?

(무슨 이런 질문을 하냐? 라는 표정을 하면서)

"적절한 우리말로 표현하는 것이 어려워 그랬다, 이해해 달라"

 

아무래도 해외에서 들어오는 정보들이 많고, 영어 그 자체로 받아들이는 것이 편하기도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가 영문 기사를 보면서 단어를 찾다 보면, 국내에서는 여전히 영어 사전에도 없는 단어들이 너무도 많습니다. 당연히 모든 영어 단어를 우리 말로 다 해석할 필요는 없겠지요. 다만 학계에서 자주 사용하는 용어 정도는 활발하게 번역 활동이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은 있습니다.

 

" 요즘 흔히 사용되는 신조어들 중에 출처가 분간이 안 되는

콩글리시도 아닌 "영어 + 한국어" 혼합 형태가 유행입니다. "

 

올해 제가 국내 기사들을 읽으면서 가장 많이 접했던 영어 단어는 "힐링 OO"입니다. 얼마나 우리 삶이 힘들면 힐링 -치유- 이라는 말이 그렇게도 많이 쓰일까 싶었어요. 또한 "멘붕"이라는 말은 멘탈 붕괴로 영어와 한국어의 합성이고요, "등골 브레이커"도 마찬가지에요. 요즘 젊은이들 사이에서 애정의 기류가 흐르는 상태를 일컬어 "썸 탄다" 라고 하는데요,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남녀 사이에서 일어나는 썸씽(something)에서 온 말임을 알 수 있습니다. 

 

올해 국내외로 "힐링 여행"을 떠난 사람들이 꽤 많아요.

 

 

비행기에서 내려다 본 프랑스 니스~

니스야 고마워~~

나를 치유해줘서^^

 

 

 

전에 어떤 영국인 교사가 이런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

이제 더 이상 영어는 영미권만의 언어가 아니다.

다시 말해서 우리가 사용하는 콩글리시 신조어가 있듯이, 다른 나라들도 영어와 자국어가 합쳐진 수많은 신조어들이 있을 거에요. 몇 년전부터 사용되는 "스펙(specification)"도 그렇고요. 제가 영국인 대학생 커플에게 알려 준  "CC(Campus Couple)" 도 마찬가지에요.  

 

그 해의 신조어들을 보면, 그 당시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알 수 가 있습니다. 올해 인터넷 신조어 및 유행어와 우리 말의 변화를 보면서, 올해 신조어로 표현하자면 "웃프다 (웃기다+ 슬프다)" 입니다. 삶은 점점 각박해지고 경쟁이 심화되면서 "힐링"이라는 말이 전반적으로 널리 사용되기도 했고요, 의태어가 많이 들어간 우리 말의 변화는 거칠어진 우리 사회 분위기를 오히려 바꿔보고자 나타난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합니다. 내년에는 어떤 신조어들이 만들어질지 기대가 되면서도, 한편으로는 제가 익혀야 할 단어들의 수가 늘어난다는 것이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할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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