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아이 학원 시간 맞춰달라는 학부모 때문에 학교 행사가 줄었다면 믿으시겠어요?"
요즘 SNS에 계속 등장하고 있는 이슈가 바로 "초등학교 운동회와 소풍" 관련해서 말들이 많죠? 저희 딸은 6학년이지만, 한번도 아이 운동회에 학교를 가 본 적이 없을 정도로, 아이들만 조용하게 운동회를 치르고 있습니다. 또한 6년 동안 그 흔했던 소풍 한 번 가본 적이 없습니다. 우리 때에는 한 반에 50명이 넘을 정도로 많았던 그 시절에도 소풍을 매년 갔고, 운동회도 매년 부모님들이 모두 참여하여 성대하게 치뤄졌는데요. 그 이유가 무엇일까 생각해 보면.... 바로 우리 세대 부모가 문제인걸까요?
학부모님들을 대상으로 오랫동안 일을 해오며 참 다양한 분들을 만납니다. 다행히 대다수는 상식이 통하고 따뜻한 분들이시지만, 가끔은 도저히 이해하기 힘든 '이기주의'를 마주할 때가 있습니다.
"우리 애 학원 시간 맞춰서 학교 행사를 줄여주세요"
어느 날 퇴근 후, 평소 씩씩하던 초등학교 6학년 딸아이가 잔뜩 화가 난 얼굴로 제게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학교에서 전교 회장·부회장과 학급 회장·부회장 아이들이 전체 모여 친목을 다지고 리더십을 기르는 레크리에이션 시간이 있었다고 합니다. 원래는 2시간으로 예정된 즐거운 시간이었죠.
그런데 이 시간이 돌연 1시간으로 단축되었다는 겁니다.
이유를 알고 보니 한 학부모의 끈질긴 민원 때문이었습니다.
"내 아이는 그 시간에 학원에 가야 하는데, 그런 행사를 왜 2시간이나 하느냐. 하지만 우리 아이가 빠지는 건 싫으니 행사를 1시간으로 줄여달라."
학교 측에서도 얼마나 시달렸으면 결국 아이들의 소중한 자치 시간을 반으로 뚝 잘라버렸을까요.
딸아이는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엄마, 그 친구는 본인 스케줄대로 1시간만 하고 먼저 가면 되잖아. 왜 다른 아이들까지 피해를 봐야 해?"
13살 아이도 아는 상식을, 어른이 무너뜨리고 있었습니다.

사라진 소풍과 운동회, 누구를 위한 '배려'인가요?
사실 이러한 현상은 비단 우리 아이 학교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작년 한 해 우리 사회를 뒤흔들었던 '서이초 사건' 이후, 무너진 교권을 바로 세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았습니다. 그 결과로 '교권보호 5법'이 국회를 통과하며 교사의 정당한 생활지도를 보호할 최소한의 법적 장치가 마련되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법과 제도가 바뀌었다고 해서 학교 현장이 곧바로 평온해진 것은 아닙니다. 제 아무리 강력한 법이 있어도, '내 아이의 편의'가 '공동체의 약속'보다 우선이라는 일부 학부모의 인식이 변하지 않는다면 학교는 여전히 민원의 전쟁터일 수밖에 없습니다.
교사들이 행사 하나를 기획할 때마다 즐거움보다 '열 개의 민원'을 먼저 걱정해야 하는 현실이라니....
우리 아이들의 소중한 교육적 경험은 점점 설 자리를 잃어가고 있습니다. 결국, 진정한 교육의 정상화는 제도적 개선을 넘어 "타인에 대한 존중과 공동체 의식이라는 학부모들의 인식 변화"가 선행될 때 비로소 완성될 수 있을 것입니다.
영국에서는 이런 일이 없었습니다
저는 영국에서 국제학교 강사로 일도 하고, 주변 엄마들과도 학교 이야기를 나눌 때가 많았지만, 학부모 민원으로 학교 행사가 바뀌는 경우를 거의 본 적이 없었어요.
영국 학교 문화는 이렇습니다.
학교가 결정한 사항은 학교가 최종 권한을 가집니다. 개인 스케줄 조율은 전적으로 개인의 몫이고요. 개인 사정으로 행사에 못 간다면, 그 아이가 먼저 나오거나 늦게 들어오는 방식으로 해결합니다. 학교 전체 일정을 한 아이 스케줄에 맞춰 바꾸는 일은 상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물론 영국 학교도 문제가 많다고는 하지만, 적어도 공동체의 규칙을 개인이 뒤흔드는 일에 대해서는 선을 명확히 긋는 문화가 있어요. 한국에 돌아와서 가장 적응하기 힘든 것 중 하나가 바로 이 부분이었습니다.
영국 학교들도 최근 학부모 민원 때문에 골머리를 앓는다고 하지만, 적어도 '내 아이 학원 시간 때문에 학교 행사를 줄여달라'는 요구는 상상하기 어렵습니다. 전에 한 사립학교를 보내는 지인이 이런 말을 하는 거에요.
오늘이 학교 중간고사인데, 어제 오후 늦게까지 스포츠 시합을 학교에서 진행했대요.
내일이 시험인데, 상관없이 스케줄을 잡는 것이 너무 불만이지만,
학교는 전혀 문제 없다는 반응이라 따를 수 밖에 없었다고요.
영국에서는 학교의 교육적 판단과 공동체의 규칙이 개인의 스케줄보다 우선시되는 문화가 뿌리 깊기 때문입니다. 우리 공교육이 나아가야 할 방향도 결국 '개인의 편의'가 아닌 '공동체의 가치'를 복원하는 데 있지 않을까요?
내 아이만 특별하길 바란다면...
내 아이가 귀한 만큼, 다른 아이들의 시간과 추억도 귀합니다.
만약 공동체의 규칙보다 내 아이의 개인 스케줄이 훨씬 더 중요하다면, 그분들에게는 공교육이라는 울타리보다 홈스쿨링이 더 적합한 선택이 아닐까 하는 생각마저 듭니다.
공동체는 서로 조금씩 양보하고 맞추어 갈 때 유지됩니다. 자신의 아이만을 위해 주변 사람들을 피곤하게 만들고, 심지어 아이들의 정당한 권리까지 침해하는 행태는 '모정'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될 수 없는 명백한 '갑질'입니다.
진상 엄마 vs 인상 엄마
얼마 전에 SNS를 통해 김창옥 강사의 강의를 듣는 중에 이런 내용이 있었어요. 아이가 잘 되는 집의 공통점을 찾았는데, '엄마가 인상이 좋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러면서 결론은 엄마는 두 분류로 나뉜다고 합니다. 진상 엄마와 인상 엄마!
저는 그 말을 듣고 얼마나 공감이 가던지요!!! 저도 지난 10년 넘게 정말 수많은 엄마들과 아이들을 만나오면서 느낀 것은 "그 엄마에 그 자녀"라는 것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이 엄마라면... 나는 진상 엄마인가? 아니면 인상 좋은 엄마인가를 생각해 보세요~~
우리는 아이들에게 어떤 어른의 뒷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
딸아이의 말을 들으며 저는 할 말을 잃었습니다.
아이는 묻습니다.
"왜 우리는 이상한 어른들 때문에 소중한 추억을 가질 기회조차 뺏겨야 하느냐"고 말이죠.
그 질문 앞에 저는 차마 어른으로서 고개를 들 수가 없었습니다. 그저 같이 속상해하고 욕해주는 것밖에는 해줄 수 있는 게 없다는 사실이 안타까웠습니다.
그러면서 딸아이가 한마디 덧붙였어요.
"우리 엄마는 안 그러는데...."
다행이라는 의미이겠지요? 😅
뉴스에서나 보던 이기적인 어른들의 모습을 딸아이가 직접 겪으며 자라고 있다는 사실이 참으로 씁쓸합니다. 오늘 밤, 딸아이의 화난 목소리가 계속 귓가에 맴돕니다. 우리 아이들이 더는 어른들의 이기심 때문에 상처받지 않는 세상이기를 진심으로 바랍니다. 😊
저는 인상 좋은 엄마이기를 바라며, 계속 노력해 보겠습니다.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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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겪은 가장 황당한 민원이나 학부모 갑질, 있으신가요? 댓글로 함께 이야기 나눠요."
📌 요즘 국내 악성 민원 이슈에 시사점이 될 영국 학교의 구체적인 민원 분류 체계와 '악성 학부모 대응 매뉴얼' 전문은 아래 제 블로그스팟에 아주 상세히 정리해 두었습니다. 궁금하신 분들은 꼭 체크해 보세요!
[영국 현지 교육 리포트: 악성 민원인을 대하는 영국의 자세 바로가기]
학교민원(영국 대응법, 서면접수, CLEAR)
돈까스 한 조각으로 영양사가 흔들리는 한국 학교. 영국은 민원을 서면으로만 받고, 악성 민원은 응대를 중단합니다. 영국 교육부(DfE) 최신 가이드라인 기반, CLEAR 모델과 3단계 패널 청문회까지.
www.uk-insigh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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