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영국인이 생각하는 커피 한 잔당 자릿세

by 영국품절녀 2014. 1. 19.

요즘 국내에서 이슈가 된 "한국 노인들의 뉴욕 맥도널드 사건" 을 두고 BBC에서 "커피샵 에티켓" 에 대해 기사가 떴습니다. 뉴욕 타임즈의 기사를 참조하여, 한국 노인들이 감자 튀김 하나만 주문하여 서로 나눠 먹으면서, 하루 종일 맥도널드 좌석을 차지했다고 전하고 있습니다.

 

(출처: The Newyork Times)

 

BBC 기사에서는 온라인 조사 결과로 "한 잔의 커피(차)를 주문 할 경우에는, 한 시간 정도만 카페에 머무는 것이 적당하다" 라고 거의 만장일치로 동의했다고 합니다. 다시 말해서 "커피 한잔 가격 = 1시간 자릿세" 가 되는 것이지요. 반면에 한 시간은 짧다라는 반응도 있었어요. 제가 봉사하는 카페에서 보면, 손님 대부분은 식사가 아닌, 단순히 차를 마시는 경우에는 - 특별한 용무가 없는 한 - 대략 한 시간 정도 머무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영국인 할머니를 카페에서 만나는 날에는 정말 기가 막히게 한 시간 정도 이야기를 하고 나면 그만 일어나자고 하시더라고요.

 

 

 

영국 내 카페에서도 음료 하나만 시키고 좌석을 장시간 차지하는 일부 사람들로 인해 골치가 아프다고 하는데요. 최근 언론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재미있는(?) 방식의 런던 카페가 개점을 했어요.

 

 

주소: 388 Old StreetEC1V London, United Kingdom

 

Ziferblat London

 

 

(출처: https://www.facebook.com/ZiferblatLondon)

 

 

 

바로 "Ziferblat" 라는 카페로 러시아에서 이미 성공한 바 있는 커피 체인으로, 최근 런던에 1호점이 입점했어요. 이 곳은 커피(차), 다양한 디저트, 과일, 야채 등을 얼마든지 무제한 먹고 마실 수 있어요. 주인 눈치 볼 것 없이 자신이 직접 그릇에 담아 오면 되지요. 와이- 파이도 얼마든지 사용 가능 합니다. 

대신에, 지불 방식이 약간 특이합니다. 이 카페는 일명 "Pay-per-minute cafe" 라고 부르는데, 카페에 머무는 시간(분)당 돈을 지불하는 방식으로 이루어지는 거에요. 다시 말해서 분(minute)당 3p(약 52원 정도), 시간 당 3200원 정도를 낸다고 보시면 됩니다.

 

 

카페 안에 곳곳에 비취된 오래된 자명종 시계들의 용도??

카페에 들어서면 시계를 집어 들고, 입점 시각을 메모하고 시계를 가지고 가서 자리를 잡아요.

카페를 나갈 때에는 그 을 다시 메모하고 입점부터 퇴점까지의 시간만큼의 돈을 지불하면 됩니다.

 

이런 방식에 영국 현지인들의 반응은 상당히 긍정적입니다.

 

 

재미있는 카페 운영 방식이 마음에 들고, 집처럼 편안하다.

좋지만, 개점한 지 얼마 안 되어, 정확한 시간 확인이 안 된다는 것이 흠.. 기부하는 분위기 ㅎㅎ

심하게 싼 것이 아닌가 싶다. 혹시 망하는 것이 아닐까 걱정도 된다. ㅎㅎ (이런 의견이 가장 많았어요.)

커피(차), 음식 2시간 계산한 값 (£3.60 : 6,300원) = 스타벅스 데이크 아웃 커피 한잔 값

 

언론에 소개도 되고, 페이스북 등을 통해 입소문이 나면서부터

점점 손님들도 늘고 있고요, 다양한 행사도 진행하나 봅니다.

 

 

신발 모양을 떠서 만든 비스킷

 

 

아마도 조만간 런던 명소로 자리잡지 않을까 싶어요.

저도 나중에 꼭 가보려고요. ㅎㅎ

 

BBC에서는 "카페 에티켓"을 설명하면서, "무료 와이 파이를 이용하려는 사람들은 차라리 도서관을 이용하는 것이 적합하다" 라고 권고합니다. 카페는 차를 마시는 곳이지, 다른 것이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고 하네요. 특히 일부 카페 주인들은 커피를 주문하지도 않고, 와이 파이를 사용하려는 목적으로 카페 안을 어슬렁거리거나 그저 좌석만을 차지하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카페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한다고 하네요.

 

 

제가 사는 곳에서도 스타벅스에는 유난히 영국으로 수학 여행 온 유럽 십대들이 우루루 몰려 와서는, 단지 몇 명만 음료를 주문하고는 좌석을 크게 차지하고 떠들어대는 경우가 종종 있는 편이에요. 그럴 때마다 점원이 와서는 주문하지 않은 사람들은 당장 나가달라고 합니다. 보통 영국인들은 카페에 들어오는 사람들의 수 만큼 주문을 하거든요. 아무리 어린 아이들이라 할지라도요. 그런 환경이 될 수 밖에 없는 것이 영국 카페에는 아이들을 위한 따뜻한 음료가 아주 싼 가격에 팔고 있어서 부담이 없답니다.

 

코스타 베이비치노 단 돈 50p (천원도 안 되요.)

 

(출처: Google Image)

 

베이비치노는 에스프레스 컵에

우유 거품에 초콜릿을 뿌려 만든 어린이 음료에요.

 

저 역시도 영국에 처음 온 해에 집에 인터넷도 안 되고, 너무 추운 나머지 거의 약 세달 동안을 스타벅스에서 커피 두 잔만 시키고, 약 5시간 정도 무료 와이 파이를 사용했던 적이 있었어요. 다행히 스타벅스가 넓어 항상 만석은 되지 않아서, 제가 그나마 눈치가 보이진 않았어요. 매일 저처럼 똑같이 하루 종일 컴퓨터를 하는 영국 젊은이들도 있긴 했는데요, 지금 생각해 보니, 스타벅스 입장에서 저는 돈 안 되는 손님이었네요.

 

(출처: Guardian)

 

커피, 디저트, 와이파이는 모두 공짜지만, 단 자릿세는 받는다??

국내에 이런 카페가 생기면 잘 될까요? 아니면 망할까요?

 

이번에 "뉴욕 맥도널드에서 벌어진 일"을 통한 제 개인적인 견해는 단순히 인종 차별 문제만으로 볼 것은 아닌 것 같아요. 제가 참 아쉬웠던 점은, 할아버지들이 경로당 같은 휴식 공간이 지역 사회에 잘 형성되어 있어, 남 눈치 보지 않고 즐겁게 하루를 보내실 수 있으셨으면 이런 일은 안 생기지 않았을까 싶습니다. 국내 카페들도 음료 하나만 달랑 시키고 좌석을 장시간 차지하는 사람들이 많다고 하는데요, 런던 Ziferblat 처럼 자릿세를 받는 카페가 들어오면 과연 어떻게 될지 사뭇 궁금해지네요.

 

                 글쓴이에게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