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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언론의 한국 뉴스

BBC가 본 비 스캔들과 한국의 불공정 문화

by 영국품절녀 2013. 1. 3.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새해의 이틀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가버렸네요. 오늘이 삼일 째 되는 날인데 이번 2013년에는 작심하시는 것 꼭 삼 일은 넘길 수 있도록 노력해 봅시다.

새해에도 여지없이 도서관에 갔다가 하산 한 후, 컴퓨터를 켰더니 포탈 사이트를 장식하는 이가 있었으니 바로 가수이자 연기자이며, 현재 육군에서 복무 중인 정지훈(비) 상병이었습니다. 비 관련 기사는 크게 두 가지로 집중되어 있더군요.

 

                                                         (출처: 연합 뉴스)

1. 배우 김태희씨와의 열애사실 인정

2. 비의 성실한 군복무 여부

 

저는 그의 열애설 보다는 일반 사병으로서는 상상하기 어려운 외출, 외박 그리고 휴가일수에 관심이 갔습니다. 최전방 철원 땅에서 현역 생활을 한 제가 비의 길고 긴 휴가일수에 화가 나며 억울한 것은 아닙니다. 예비군도 끝난 마당에 그렇게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울 것 같네요. 전후 사정은 잘 모르지만 현역으로 근무중인 일반 사병 및 그 가족들의 입장에서는 불공평하다고 느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이 스캔들이 영국의 BBC 뉴스에도 뜰 정도인 것을 보면 "비"가 월드 스타인가 봅니다.

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속칭 연애 사병이 일반 사병보다 훨씬 특혜를 누리고 있다는 것은 공공연한 사실인데, 이 문제가 크게 이슈화된 적이 언제 있었나 싶습니다.

 

BBC 기사 자체에는 특별하게 눈에 띄는 내용은 없습니다.

다만 기사 첫머리에, "한국 국방부 담당자는 여배우와의 사진이 공개된 이후 비가 복무규정(military rule)을 어겼는지 여부를 조사중" 이라고 했고, 이 밖에 한국 전쟁 이후 건강한 한국인 남자는 일정 기간 의무복무를 해야 한다 (All able-bodied South Korean men are required to serve time in the military)는 글귀가 눈에 띕니다. 재미있는 부분은 강남스타일로 세계적으로 유명해진 싸이가 복무 규정위반으로 군대를 두 번 다녀온 것까지도 언급했다는 것입니다.

그러나 BBC의 짧은 한 문장은 여지 없이 한국 현역 복무의 현실에 대해서 말하는 동시에 이 문제의 핵심을 정확하게 짚어줍니다. 물론 우리는 이미 다 알고 있는 내용이지만요.

"복무중인 군인의 자유 시간은 제한되며, 대부분 (시간을) 부대에서 보내게 된다."

(Men in military service have limited free time and are largely confined to their barracks.)

 

                                                                             (출처: 구글 이미지)

즉 이번 스캔들은 비가 전투모를 탈모했다는 것 자체보다는, 사병으로서 상식 밖으로 긴 휴가를 가진 것과 그 기간을 통해 톱스타와 연애를 할 수 있을 만큼 길었던 것이 대중여론을 자극한 것이 아닌가 합니다.

 

저는 이 문제의 원인이 갑작스럽게 붉어진 것을 어떤 중요한 정치 스캔들을 덮기 위한 "음모론"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비가 국방부 언론 담당관이 그에 대한 조사여부까지 공표해야 할 만큼 심각하게 규정을 위반했다고도 생각하지 않습니다. 자기가 휴가를 임의로 간 것도 아니고 보내줘서 간 것인데 이를 마다할 사병이 누가 있을까요?

저는 이 문제를 최근 한국 사회적 키워드인 "불공정" 그리고 젊은이들의 "심리적 박탈감" 에서 찾고 싶습니다.

 

마이클 샌들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 라는 책이 한국에서 큰 반향을 일으켰습니다. 저는 아직 읽지 않았지만 이러한 배경에는 한국사회가 그만큼 공정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빈부의 차는 더욱 깊어지고 빈곤의 순환고리의 끝이 보이지 않는 사회, 그리고 하루가 멀다 하고 나오는 법조계에서의 비리부터 취업난까지 현재 우리의 젊은이들은 대한민국을 공정한 사회라고 느끼기 힘들 것 같습니다. 더군다나 이번 대선에서 젊은 층이 절대적으로 지지하던 대선 후보는 낙선까지 했으니까요.

아울러 BBC기사에서 언급했듯이, 남북한은 평화협정이 맺어진 상태가 아닌 휴전상태라는 다른 나라 젊은이들은 경험하기 힘든 특수한 안보상황까지 직면해 있습니다. 이러한 안보의 불확실성까지 최전선에서 느껴야 할 젊은이들이 느낄 박탈감은 상대적으로 더욱 크지 않았을까요?

 

이번 비의 스캔들은 젊은이들이 느낀 불공정한 사회적 분위기, 정치적 좌절 그리고 안보 불안 이 세가지가 하나의 사건으로 나타난 경우라고 보여집니다. 간단한 구두 징계로도 넘어갈 수 있는 전투모 착용 문제, 그리고 축하해 줄 수도 있는 여배우와의 열애임에도 현재 우리나라의 분위기 속에서 젊은이들이 비를 바라보는 시선은 차가울 수 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비록 영국이란 사회가 완벽하지는 않지만 인상 깊은 것 중 하나가 엄격한 원칙 속에서의 관용입니다. 일단 원칙이 지켜지니 모두가 만족할 수 있으며, 그 속에서 유연한 관용을 추구하니 인정(人情)까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번 비의 사태를 통해 법과 정의, 그리고 인정이 넘치는 사회의 길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보게 되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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