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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거리 명물인 빨간 우체통에 유별난 애착

by 영국품절녀 2013. 1. 19.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어제는 영국 전역에 눈이 꽤 와서 각종 사건, 사고가 이어졌다고 합니다. 한국도 눈이 자주 오는 것 같은데 조심하시기 바랍니다. 그래도 제가 사는 곳은 큰 눈이 한 번도 내리지 않아서 그런지 큰 눈이 기다려지긴 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눈을 결코 좋아하진 않습니다. 군대에서 눈을 경험해 보신 분들 – 그것도 최전방에서 - 은 그 이유를 잘 아시리라 생각합니다. ㅎㅎ

 

영국은 그들의 문화와 전통을 지키고자 무척 애쓰는 나라 중의 하나입니다. 역사적으로도 급진적인 혁명보다는 점진적인 개혁을 바탕으로 조금씩 시류에 맞게 변화해 나가는 나라라고 하는데요, 이러한 전통이 오늘날까지 이어지고 있습니다. 오늘은 BBC에서 재미있는 기사를 보게 되어서 소개해 볼까 합니다.

 

영국 거리의 상징이라고 하면 보통 공중전화 부스와 우체통을 꼽을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런데 영국의 공중전화 부스와 우체통 모두 빨간색인 것이 예쁘기도 하면서도 거리의 포인트도 되고 있지요.

 

                                         

휴대폰의 보급으로 공중전화 부스가 역사의 저편으로 밀려나 이용자의 수가 급격히 줄어들었지만, 여전히 거리 곳곳에 우뚝 서 있는 빨간 공중전화부스와 우체통은 거리 곳곳에서 자신들의 가치를 보여주려는 것 같습니다.

 

 

 

올해 영국의 거리 명물, 빨간 우체통이 "150살"을 맞았다고 합니다.

 

빨간 우체통의 유래는 1852년으로 거슬러 올라 갈 수 있답니다. 소설가이자 당시 우체국 직원이었던 앤소니 트로로프의 제안에서 시작된 것인데요. 흥미 있는 점은 이 사람이 당시 근무하던 곳은 영국 본토가 아닌 프랑스 가까이에 있는 섬 Jersey였습니다. 곧 그 가치를 인정받아 이듬해 곧바로 영국 본토의 우체통에도 적용되었다고 하네요. 즉 우리로 치면 울릉도 우체국에서 근무하던 직원 한 명의 제안으로 세워진 우체통 디자인이 그 다음 해에 전국적으로 사용되는 우체통으로 채택된 것인 셈이지요.

 

물론 영국 본토에 우체통으로 도입은 되었지만 디자인 자체가 표준화 되었던 것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도입 된지 6년만인 1859년, 현재의 모습을 한 원통형의 빨간 우체통이 표준화되어 전국적으로 확산되었다고 하네요. 물론 영국의 모든 우체통이 소화전과 같은 원통형의 모습을 한 것은 아니에요. 벽에 붙어 있는 우체통도 있으니까요. 제가 본 원통형의 우체통들도 모두 똑같은 모습을 한 것은 아닌 것 같긴 하지만, 대체로 길거리 한 가운데 있는 우체통은 원통의 형태를 하고 있습니다.

 

 

 

영국인의 빨간 우체통 사랑은 참 유별난 것 같습니다.

 

제가 알아보니 영국 전역에 있는 우체통을 조사하는 모임까지 있는 모양입니다.

Letter Box Study Group 이라고 하는 이들 단체는 순수한 민간인 중심의 단체로서, 그 하는 일이 꽤 광범위 한 것 같아요. 이를테면, 전국의 우체통의 숫자를 조사하고, 보수해야 할 우체통은 관련 기관에게 알리는 한편, 회원들에게 정기적으로 소식지를 만들어 배포한다고 합니다. 또한 비슷하지만 조금씩 다른 우체통의 디자인을 구분하는 일까지 한다고 하네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는 공중전화 부스에 비해 우체통은 아직도 그 위치를 굳건히 유지하고는 있지만, 우체통의 미래도 예전 같지는 않은가 봅니다. 물론 한국인에 비해 카드와 편지를 자주 보내는 영국인들의 성향상 곧 사라지지는 않겠지만요. 이메일 사용은 우체통의 역할을 줄이는 데 큰 역할을 한 것이 사실이니까요.

 

 

 

전통 지키기에 유별난 영국인들에게는 거리의 명물이었던 빨간 우체통이 줄어 들고 손상되는 것이 못내 안타까운 모양입니다. 실제로 페인트 칠이 벗겨졌거나 낙서가 되어 있는 우체통들도 곳곳에 있는 것이 사실이니까요. 이에 대해 영국 우정국은 정기적으로 (3년마다) 새로 페인트칠을 하며 유지 – 보수에 공을 들인다고 항변을 합니다. 오죽하면 새로 도입되는 우편관련 법안에 우체통의 색깔에 관한 규정이 없다는 것을 이유로 걱정하는 사람들까지 있으니까요.

 

(출처: BBC)

빨간 우체통에 대한 영국인들의 유별난 애착에 조금 웃음이 나오기도 해요. 그래도 옛 것에 문화라는 옷을 입혀 전통이라는 이름으로 지켜내는 영국인들을 보면서 모든 것을 너무 쉽게 세우고 허무는 우리의 모습을 한 번 되돌아 보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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