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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국제 커플의 언어를 보는 또 다른 시선, 불편한가?

by 영국품절녀 2012. 7. 11.



제가 전에 "국제 결혼한 부부의 언어, 왜 꼭 영어인가"라는 제목으로 글을 쓴 적이 있습니다. 여느 글처럼 호응을 해 주시기도 했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이는 댓글도 있었습니다. 일부는 제 글의 요지를 오해하셨는지,당연히 만국 공용어인 영어만을 쓰는 게 맞다고 하시더군요. 저 역시 영어권 국가에서 살고 있으므로, 영어의 중요성은 한국에 있는 어느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으며 절실하게 필요하다는 것도 매일 느끼며 살고 있어요. 

 

안 보신 분들을 위해 --> 국제 결혼한 부부의 언어, 왜 꼭 영어인가?

이 글은 국제 결혼한 부부들이 자녀의 언어 교육에는 관심을 가지면서 정작 가장 가까운 부부간의 언어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다는 사실과 함께 영어 사용만이 당연한것처럼 여기는 현실의 상황이 제 삼자가 보기에 다소 이상해서 글을 올린 거였거든요.

 

 저는  댓글을 읽으면서 참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왜냐하면, 당연히 국제 결혼한 부부들은 영어만을 써야 한다는 논리가 강했기 때문이에요. 즉, 배우자의 국적에 상관없이 언어 사용에 대한 고민이 별로 없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차라리 댓글 중 국제 커플들이 영어를 쓰는 이유는 "다른 언어(외국어)를 배우는 것이 어렵기 때문"이라는 말이 저에게는 가장 와닿은 말이였습니다. 저도 20대 후반에 영국에 와서 영어로 공부하고 생활하는게 쉽지 않거든요. 더욱이 영어가 아닌 쉽게 접해보지도 않았던 외국어를 다시 배운다는 것은 정말 어려운 일이고요.

 

그런데도 불구하고, 제 주변에는 영국인 남편 및 남자친구에게 자신의 언어를 사용하게끔 하려는 모습이 눈에 띕니다. 거기다가 상대방의 요구에 영국인들은 열심히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려고 하기도 하고요.

제가 옆에서 지켜본 영국인 남자 - 한국인 여자 커플이 있는데요,  영국인 대학생은 시간 날때마다 여자친구에게 한국어를 틈틈히 배우고 있습니다. 울 신랑에게는 갑자기 "형님~" 이라고 부르면서 자신은 나이가 어리므로 "동생"이라고 하더군요. 숫자를 하나부터 열까지 외워서 연습하기도 하고요. 저에게도 정확한 한국어 이름을 알려 달라면서 연습을 하기도 하고요, 머리를 숙이면서 한국식으로 간단한 인사를 해요. 또한 궁금한 한국어 발음에 대해 적극적으로 묻기도 하는 등... 자신은 한국이 좋다면서..나중에 한국에 꼭 가보고 싶다는 말도 하니까요.

 

                         한국인 아내를 둔 영국인 남편은 한국어 능력 시험을 본 사례도 있어요.

 

한국어 발음 연습을 하던 영국 대학생의 모습을 지켜보던 한 영국인 교사는, 한국 여학생에게 물었어요.

너의 남자친구가 저 (영국인) 학생이니?  너는 그의 말을 다 알아 듣니?

그녀는 그가 지방 악센트를 심하게 쓰지 않으면 알아듣기 쉽다고 했어요.

(그 여학생은 영국에서 중고등 교육을 받은 유학생이라 거의 원어민 수준이거든요.)

그럼 그는 한국어를 할 줄 아니?  할 수 있다면, 어느 정도 할 수 있니? 등등..

 

한국인 여학생에게 질문을 던진 영국인 교사도 태국인과 국제 결혼을 하셨거든요. 그 분의 질문을 들으면서, 저는 좀 놀랐어요. 당연히 배우자가 영국인인 경우에는 대부분 상대 배우자의 언어는 무용지물이거든요. 댓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부부간의 언어인 영어로만 대화를 한다고 하니까요. 그 영국인 영어 교사는 국제 커플끼리 영어로 의사소통이 잘 되는지. 영국인 남자 친구가 여자친구 모국어인 한국어를 할 수 있는지, 할 수 있다면 얼마나 할 수 있는지에 대해 자세히 물어보시더라고요. 그러면서 한국어를 배우는 영국 남학생의 모습을 관심있게 바라보셨답니다.

 

저는 비록 소수이지만 자신의 언어를 알려주려고 하는 자세와 상대방의 언어를 배우려는 영국인의 모습을 보면서 느낀 것이 있어요. "영어권 국가의 사람과 결혼하는 한국인들이 당연히 영어를 사용해야한다"라고 여기는 것보다는, 영어로 의사소통을 하되 상대 배우자에게 한국어도 자연스럽게 습득할 수 있도록 알려 주는 것이 서로의 관계에 더욱 긍정적인 영향이 끼칠 것 같습니다. 왜냐하면, 언어는 단순한 의사소통이 아닌 교감을 위한 도구의 역할도 하거든요. 상대 배우자가 나의 언어를 배우면서 상대방의 문화 및 생활 방식 등도 자연스럽게 알아갈 수 있으며, 부부간에 정신적으로 교감이 이루어진다고 보거든요. 물론, 단순한 의사 소통밖에 되지 않을 수도 있겠지만요. 아예 모르는 것과 조금 알고 있는 것은 천지 차이니까요. 제 삼자의 입장으로서 느낀 것은, 국제 결혼한 부부들을 보면 유독 배우자 한 쪽만 언어, 문화, 식습관 등등을 희생하는 경향이 크니까요.

 

 

                                                          (출처: Google Image)

제가 국제 결혼한 사람이 아니어서 이렇게 쉽게 말을 내뱉을 수도 있을 거에요. 마찬가지로 국제 결혼한 분들 역시 이런 부분에 있어서는 별 의식하지 못할 수도 있고요. 제가 영국에서 사는 한국인으로서 다양한 국적의 부부들의 모습을 지켜보면서 느낀 개인적인 의견이었다는 것을 밝히는 바 입니다.

 

제가 한국인이라서 그런지 몰라도, 한국 여자와 사귀는 혹은 결혼한 영국 남자가 간단한 한국어를 알아듣거나, 한국어를 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참 좋아보이는 건 어쩔 수가 없나 봅니다. ^^ 그런 모습에 제 삼자가 봐도 더욱 믿음이 가고 괜찮은 남자 친구 (남편)이라는 생각이 드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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