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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영국

런던 기차에서 직접 만난 유명 연예인, 알고보니

by 영국품절녀 2012. 9. 12.



오늘은 저와 친구의 에피소드를 이야기 해 드릴까 합니다.

제가 지난 토요일에 템즈 페스티발에 갔다 왔습니다. 하루 종일 런던 구경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구경을 하고 다시 캔터베리로 돌아오기 위해 기차를 탔습니다. 아마도 주말 저녁이라 그런지 기차에 승객들이 참 많더라고요. 기차에 올라타서 앉을 자리를 찾는데, 글쎄 자리가 이미 다 차버린거에요. 그리고 서 있는 사람들도 꽤 많았어요.

 

전 하루종일 더운 날씨에 런던을 이리저리 돌아다녀서 이미 지칠대로 지친지라 꼭 앉아서 가야겠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둘러 보고 있는데, 좌석이 있는 곳이 제 시야에 들어 왔습니다. 자리에 앉고 보니 어머나 일등석인 거에요. 주변을 둘러보며, '일어날까?' 를 고민하다가 그냥 앉아 있기로 했어요. 나중에 표 검사하는 직원이 "왜 여기에 앉아 있냐?"고 물어보면, 그 때 미안하다고 하면서 일어나면 되잖아요. (결국 표 검사 안했어요.)

 

 

자리에 앉아서 제 옆 쪽 사람들을 우연히 쳐다 봤는데, 그 중 한명이 왠지 어디선가 본 듯한 느낌이 나는 거에요. 하지만 확실히 잘 몰라서 몇 번 쳐다보고는 말았지요. 그 두 사람은 기차 테이블에 맥도날드 햄버거 세트를 펴 놓고는 우적우적 먹으면서 이야기를 나누더군요.

기차는 출발을 했어요. 전 심심해서 친구들에게 전화도 하고, 메세지도 보내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주변에 서 있는 사람들이 계속 제 옆의 사람들을 곁눈질로 쳐다보는 거에요.

그 때까지도 전 잘 몰랐습니다. 제 옆 편에 앉아서 맥도널드 햄버거를 먹던 사람이 누구인지를요.

갑자기 서 있는 사람중의 남자 한 명이 용기를 내어 그에게 다가가더니,

당신이 괜찮다면, 사진 찍을수 있을까요?

 

'엥~~ 왜 사진을 같이 찍지?? 유명한 사람인가.. 어쩐지 눈에 익다 했어..' 하면서 보니깐...

어머나, 세상에....

만체스터 유나이티드에 소속된 리오 퍼디난드 선수인 거에요. ㅎㅎ

 

혹시나 해서 전 휴대폰을 이용해 인터넷으로 퍼디난드의 사진을 확인했어요. 역시 그는 퍼디난드였어요.

그 영국인은 사진을 찍은 후 퍼디난드에게 고맙다고 하며, 자리로 돌아갔지요.

 

저는 그 모습을 보고 고민이 되었어요.

(사진기를 만지작 거리며)  나도 찍고 싶어... 뭐라고 하면서 말을 해야 할까?

 아까 그 남자처럼 해 볼까??  대화 도중에 물어보면 실례인가??

 

한참 고심을 하는데... 둘의 대화가 잠깐 끊어지길래 얼른 이때다 싶어.. 그에게로 가서

사진을 찍을 수 있을까요???

 

                       저는 그 당시 상태가 너무 별로여서 가감하게 잘랐음을 알려 드립니다. ㅎㅎ

 

퍼디난드는 흔쾌히 알겠다면서 포즈를 취해주었고, 맞은 편에 앉아 있는 동료가 사진을 찍어 주었어요. 사진을 찍고 오는 내내 주변 영국인들은 저를 쳐다보았지요. 그리고는 잠시 한 남자가 수첩을 들고 오더니 우리 아들에게 사인 선물을 해 주고 싶은데, 해 줄 수 있냐고 물어보더군요. 역시 퍼디난드는 사인을 해 주었지요.

 

그리고는 약 몇 십분 후에 퍼디난드와 동료는 기차에서 내렸어요.

                                        바로 제 옆 편인 퍼디난드가 앉았던 자리에요.

 

정말 흥미로웠던 것은 퍼디난드가 내리자마자, 주변의 사람들은 일제히 휴대폰으로 친구 혹은 가족에게 전화를 걸더니 퍼디난드를 기차에서 만났다고 막 자랑을 하는 거에요. ㅎㅎ

 

또한 처음에 사진을 찍었던 영국인 남자는 바로 퍼디난드가 앉았던 자리에 앉아서 좋아하더군요. 장난으로 퍼디난드가 먹던 콜라를 마시려는 시늉도 하고요. ㅎㅎ 그런 모습이 웃겨서 저는 그에게 말을 걸었어요. 

 

 

이 사람 만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퍼니난드 맞지? (확인 사살 ^^)

응, 맞아.

퍼디난드 너무 친절해, 성격이 아주 좋아... 등등 ~~ 칭찬 중~~

네가 사진을 찍길래, 용기를 내서 나도 사진을 찍었어.

만체스터 유나이티드 팬이니?

아니, 난 리버풀 팬인데, 만체스터하고는 라이벌 이지만,

퍼디난드는 워낙 유명한 선수라서 사진을 찍은거야.

난 한국 사람인데, 박지성이 전에 만유 소속이어서 퍼디난드를 알게 되었어. 

그도 안다고 하더군요. 그리고는 어디서 사냐? 여기에 얼마나 살았냐? 등등 그리고 한국인이라고 하면 빠지지 않고 묻는 북한에 대한 이야기도 조금 나누었습니다. 저한테 "북한에서 태어나지 않은 것이 다행이지? 라고 묻더군요. ㅎㅎ

 

친구도 6월 초에 런던 기차 안에서 아만다 사이프리조쉬 하트넷만났다고 했어요. 둘 다 평범한 차림이여서 그런지 이웃집 친구같은 느낌이 들었다고 해요. 하지만 눈이 부시도록 정말 멋지고 예뻤다고 해요. 그 기차 안 역시도 그들이 탔지만, 조용한 분위기였다고 합니다. 제 친구는 조심스럽게 사진을 찍어도 되냐고 물었다고 해요. 그랬더니 조쉬가 둘이 함께 있는 사진은 찍으면 안 된다고 했다네요. (둘이 사귀는 것 다 알고 있는데 말이에요.) 그러면서 너무나 친절하게도 아만다가 직접 조쉬와 친구의 사진을 찍어 주었고, 아만다만 따로 찍었다고 해요. (조쉬와 함께 찍은 친구의 사진은 비공개 ^^)

그 중 아만다 사진이 바로 이거에요.

 

그 친구가 아만다에게 너무 예쁘다고 칭찬을 했더니, 손을 저으면서 아니라며 겸손을 보이기까지.. ㅎㅎ 진짜 러블리한 것 같아요. ㅎㅎ  이 둘은 전용차도 아닌, 그것도 기차 일등석도 아닌 일반석으로 평범하게 놀러다니는 모습이 너무 보기 좋은 것 같아요.

 

                이 둘은 영국에서 평범한 커플처럼 데이트 하나봅니다.  (출처: Google Image)

 

기차 안에서 유명인을 만난 날, 저는 영국인들에 대해 또 알게 되었습니다.

영국인들은 아무리 유명인을 가까이서 보더라도, 그들의 프라이버시는 존중해 주는 것 같습니다. 용기가 없는 것인지도 모르겠지만요. 경기장에서는 난리도 아니지만, 의외로 영국인들은 정말 조심스럽게 미안해하면서 그에게 가서 사진 및 사인 요청을 했습니다. 그것도 딱 저 포함해서 세 명만요. 영국에서 축구 선수는 그야말로 연예인급입니다. 어쩌면 연예인보다 더 인기가 많다고도 볼 수 있거든요.

런데도 그들은 유명인을 보고도 전혀 부담을 주지 않았습니다. 그리고는 퍼디난드가 내리자마자, 다들 참았던(?) 그들의 감정을 내비쳤습니다. 즉 자신의 감정을 그대로 그 순간에 대놓고 표현하지 않는 영국인들임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물론 모든 영국인들이 다 그런것은 아닐 거에요. 그 친구도 영국인 여자친구들에게 조쉬 하트넷을 직접 만났다고 하니까 일제히 소리를 막 지르면서 난리였다고 했거든요. ㅎㅎ

이런 영국인들의 모습을 보면서 떠오른 생각은요, "과연 한국이었으면 어땠을까",  "유명 연예인들이 전용차도 아닌 일반인이 타는 기차를 타고 평범하게 다닐 수 있을까?" ....

 

저는 그 영국인 남자 둘이 내리자마자, 마찬가지로 퍼디난드가 앉았던 자리로 옮겼어요. ㅎㅎ 그리고 사진을 찍었습니다. 그가 먹고 남기고 간 쓰레기를요 ㅎㅎ

 

 

제 생애 처음으로 영국 유명인을 만났네요. 가끔 런던 여행 중 유명인을 만나면 정말 신기할 것 같아요. 아무튼 심심하던 기차 여행에서 다소 깜짝 놀랄만한 경험이었습니다. 다음 런던 기차에서는 또 누구를 만나게 될 지 사뭇 궁금해 지기도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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