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꼭두새벽에 날벼락 맞은 아빠, 아기는 탈출

by 영국품절녀 2015. 6. 5.

안녕하세요? 품절남입니다. 굉장히 오랜만에 글을 쓰는 것 같습니다. 요즘 저나 품절녀님이나 육아에 일에 눈코 뜰새 없이 바쁘다 보니 블로그에 거의 손을 놓다시피 했네요. 항상 마음은 써야지 하면서도 정작 무엇을 써야 할지에 대한 감 조차 사라진 것 같았습니다. 글을 기다리신 분들이 있으실 텐데 죄송하기만 합니다.

이래저래 일이 바빠서 지난 주중까지는 눕기만 하면 곯아 떨어졌는데, 주말에 조금 쉬면서 낮잠도 자다 보니 평소보다 늦게 잠자리에 들곤 합니다. 그런데 오늘 새벽에 겨우겨우 잠든 저에게 날벼락이 떨어졌습니다.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진 것입니다."

식은땀이 순식간에 날 정도로 놀랄 일이었지요. 다행히 아기가 제 위로 떨어지고, 바닥에 요도 있었기 때문에 다치지는 않았습니다. 별로 울지도 않고, 찡찡거리지도 않았습니다.

 

저희는 아기를 최근 두 달 동안 침대 반대방향에서 재웠습니다. 태어났을 때부터 지금까지 줄곧 머리를 한 방향으로만 돌리고 자는 아이라서 아예 거꾸로 자면 엄마를 바라보느라 고개를 반대쪽으로 하리라 생각했지요. 이렇게 한 이유는 머리가 누울 때마다 한 방향으로만 고정되다 보니 뒷꼭지의 한 부분이 쏙 들어가게 되어서입니다. 아무래도 여자아이라 두상을 예쁘게 만들어주고 싶은 생각도 있어서 그렇게 재운 것이지요.

 

 

문제는 아기가 약 2주전부터 뒤집기와 되집기를 자유자재로 구사하면서 생겼습니다. 기저귀를 갈아줄 때도 구르고 자다가도 꽤 많이 뒤척이기 시작하더군요. 지금까지는 잘 때 아기 양옆으로 고정 베개를 두었는데, 언젠가부터 한 다리를 척~하니 베개에 올리더니 잘 때마다 몸을 조금씩 움직입니다.


 

게다가 얼마 전부터 엄마 젖을 끊은 터여서 밤마다 공갈젖꼭지를 물고 잡니다. 잠은 예전보다 잘 자는 것 같은데, 공갈젖꼭지 때문에 애기가 내는 소리가 훨씬 적어졌네요. 그러다 보니 아기 소리를 예전만큼 민감하게 감지하지 못했던 것 같습니다. 이미 요람에서 재우는 것에 실패를 했기 때문에 이번 사태는 전적으로 우리가 자초한 일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기가 뒤집기를 시작할 때에는 절대로 침대에서 재우면 안 되는 것이었는데 방심했었네요.

 

빨간 화살표 쪽으로 떨어졌어요.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지고 난 후, 걱정이 되어 증상 및 대처 방법에 대해 찾아보니...

6개월쯤에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졌다" 는 글들이 꽤 많다는 사실을 알았습니다. 신기하게도 저희 아기가 침대에서 떨어진 날, 일본인 친구의 아들(8개월)도 같은 날 침대에서 떨어졌다는 것이지요. 그 친구가 페이스북에 자신의 아들이 침대에서 떨어져서 무척 놀랐다는 말을 쓴 것을 보고 알았습니다. 서양에서도 마찬가지로 가정마다 침대(요람), 소파, 하이체어 등에서 아기들이 떨어지는 일이 흔하다고 하네요. 비단 국적에 상관없이 아기들이 침대에서 떨어지는 일은 다반사인가 봅니다.

 

 

(출처: Baby Center)

 

아기를 보니 크게 문제가 있어보이지는 않았지만, 걱정이 되어 병원에서 간단한 진찰을 받아보긴 했습니다.

의사는 만약 아기가 떨어졌을 때 꼭 병원에 와야 할 증상으로...

1. 구토, 코피 혹은 콧물이 나거나 --> 여기에서 나오는 콧물은 정확하게 말하면 뇌수액이라고 해요.

2. 계속 자려고 하거나 식욕이 크게 줄거나..

참, 부모들은 아기의 머리뿐 아니라 척추 등의 뼈 골절도 심각하게 걱정을 하는데... 아기의 뼈는 아직 부드러워 어른들이 생각하는 것만큼 큰 충격을 받지는 않는다고 하더라고요.

 

떨어지는 것을 방지하기 위한 침대막이

 

저희 어머니께서 항상 말씀하십니다.

"아기를 키워 봐야 마음이 바다같이 넓어지고 어른이 된다고요."

전적으로 옳다고까지 하기는 그렇지만, 맞는 말씀인 것 같습니다. 육아야 말로 전적으로 인내와 경험을 통해서 배워나가는 것임을 저 역시 뼈저리게 체험하고 있습니다.

 

세상에서 가장 귀여운 탈출이라고 표현하기도 하지만 큰일날 일입니다 --> Baby Escape


벌써 6월입니다. 날씨가 많이 더워졌습니다. 아침 저녁의 선선한 공기도 금새 데워지는 것을 보니 이번 여름 역시 땀 좀 쏟을 것 같습니다. 특히 아기를 키우는 품절녀님의 고생은 더 심해질 것 같아 벌써부터 걱정이 됩니다. 덧붙여, 출산을 앞두고 계신 부부께서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아기가 뒤집기를 시작할 때부터는 긴장을 좀 하셔야 한다고 간곡히(?) 말씀 드리고 싶습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