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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내 아이 내 방식대로 키우게 해 주세요??

by 영국품절녀 2014. 7. 28.

저는 아직 예비 엄마지만, 여동생이 4월에 출산을 하는 바람에 조카를 돌보면서 미리 아기 보기를 연습하고 있답니다. 최근에 저희들은 백일이 갓 넘은 조카를 데리고 하루에 한 시간 정도씩 공원을 산책하고 있는데요, 밖에서 만나는 할머니, 아줌마들은 항상 조카를 쳐다보고는 이렇게 말을 건넵니다.

 

너무 예쁘다. 인형 같아~~

몇 개월이에요?

 

여기까지는 아기에게 관심을 가져 주셔서 무척이나 좋습니다.

하지만... 그 다음은 항상 비슷하답니다.

 

아기 춥겠다. 아기는 어른과 달라서 여름이라도 싸매고 다녀야 해~

왜 이리 시원하게 하고 나왔어? 얼른 이불로 감싸라.

아기는 반팔이 아닌 긴팔을 입혀야 한다. 양말 꼭 신겨야지~~

 

과거와는 달리, 요즘 엄마들의 양육 방식은 확실히 우리 어머니 세대와는 다른 것 같습니다. 저는 영국 엄마들이 워낙 아이들을 춥게(?) 혹은 시원하게 키우는 모습을 보고 처음에는 무척 놀랐지만, 이제는 그게 낫다고 생각되거든요. 아이들을 너무 싸매서 따뜻하게 키우면 감기도 더 잘 걸리고 약해지는 것 같아요. 제 동생도 시원하게 옷을 입혀 아기를 데리고 다니는데요... 어른들이 보시기에는 전혀 이해가 안되시나 봅니다. 

 

 

출처: bbc

 

북유럽에서는 겨울철에 아기들을 유모차에 태워

낮잠 재우는 것이 인기라고 합니다.

 

제 동생 말에 따르면, 산후 조리를 함께 했던 동기 엄마들 역시도 아이들을 시원하게 키운다고 합니다. 그런데 그들도 아기를 데리고 외출할 때마다 제 동생과 같은 상황에 봉착한다고 하네요. 처음에 한 두번은 웃는 얼굴로 넘기지만, 매번 주변 할머니, 아줌마들의 간섭(?)과 도 넘은 관심에 혀를 내두른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제 동생은 아이를 데리고 나갈 때면, 아예 주변 할머니, 아줌마들과는 눈을 마주치지 않으려고 해요. 옆에서 아이 옷차림을 두고 '이래라, 저래라' 하는 말들은 더 이상 듣고 싶지 않다고 합니다. 옆에서 이런 상황을 보다보니, 전에 아는 분들이 겪었던 사연들이 떠올랐어요.

 

출처: KBS

 

(시댁 혹은 친정) 어른들과의 양육 마찰이 가장 힘들었다.

엄마인 내 양육 방식과 기준이 있는데..

자꾸 어른들이 원하시는 방향으로 양육하길 원하신다.

 

저희 엄마는 주변 분들에게 얼마나 많은 이야기를 들으셨는지,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요즘 젊은 엄마들은 다들 똑똑(?)해서 자기 아이들은 알아서 잘 키우니

우리(어른)들은 그냥 그러려니하면 된다~ ㅎㅎ 우리와 키우는 방식이 너무 달라서...

 

한국에 와서 이런 일들을 겪으면서...

저는 시아버지께서 임신 선물로 주신 태교 책 한 구절이 떠올랐어요.

 

Q. 조부모님이 어떤 역할을 해주기를 기대하는가? 라는 질문에서...

조부모로서 우리가 가장 염두에 두어야 할 점은 당신의 자녀와 그의 배우자는 이제 새로운 단위의 가정을 이루었으므로 그 점을 존중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당신의 자녀도 이제는 어엿한 부모라는 사실을 잊혀버린 채 그들에게 자꾸 충고를 하려 들기 쉽다..... 때로 장모가 아기를 떠넘겨 받거나 아기를 돌본다고 딸네 집에 너무 오래 머물러서 사위가 떠밀려 나온 느낌이 들거나 속상할 수 있다. 며느리들은 종종 자기 부모님과 시부모님을 어떻게 공평하게 포용할지 갈등한다. 따라서 압박감을 가중시키지 말고 한 발 물러서 있는 태도가 조부모로서는 매우 중요하다.

「첫아기를 가진 부부에게 - 월&루신다 반 더 하트 부부 p107- 8」
 

 

물론 어른들의 말씀이 일리가 없는 것은 아닐 것입니다. 저희를 키우면서 체득한 방식과 지혜를 가지고 계시지요. 제가 아직은 출산 전이라 당사자가 아니므로 말씀드리기가 조심스럽기도 합니다. 하지만 요즘 엄마들은 자신들이 원하는 양육 방식이 따로 있는 것 같아요. 물론 일부 젊은 엄마들의 이상한(?) 양육 방식이 문제가 되곤 하지만요. 책에서도 써 있듯이, 조부모는 그래도 한 발자국 떨어져서 자신의 자녀들의 양육 방식을 존중하고 이해하는 포용력을 가지고 지켜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