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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독박육아하면 산후 우울증 온다, 사실일까?

by 영국품절녀 2018. 2. 11.

우리 사회에 언제부터인가 "독박육아" 라는 용어가 생겼습니다. 과거에 육아는 온전히 엄마(아내)의 몫이었지만, 요즘은 부부가 함께 하는 평등육아를 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지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단어를 사용하는 대부분의 사람은 여전히 육아를 전적으로 책임지고 있는 엄마들!!  

다들 한숨 섞인 목소리로~

독 박 육 아 의 고통을 호소하고 있습니다.  

제가 둘째를 임신하고 있을 당시에, 이미 둘을 키우고 있는 지인이 이런 말을 했습니다.

"애 하나 더 생기면 (이전보다) 두배가 아닌 열배 힘들다!!"

그 때는 그 말이 저에게 크게 와닿지는 않았어요. 이미 육아를 한 경험자이기에.. 하지만... 둘을 키우기 시작하면서 그 말이 무엇을 의미하는지 몸소 체험하고 있습니다. 운이 좋게도 저의 경우에는 남편이 방학이라 육아를 전적으로 도와주고 있긴 합니다. 우스개소리로 남편이 "이번 겨울 방학에 내가 한 일이라고는 육아밖에 없다" 라고 할 정도로 말이에요. ㅎㅎ

 

 

특히 남편의 도움이 가장 필요한 때는 저녁과 새벽 시간이에요.

저희 집은 저녁 6~9시 사이에 정말 바빠요. 보통 아이를 키우는 집은 비슷할 것 같은데요, 큰애 저녁 먹이고, 씻기고, 책 읽어주고 잠을 재우는 시간이거든요. 첫째만 있을 때에는 그리 힘들진 않았는데, 둘째가 생기고 나니 몸 하나가 부족할 지경입니다.

특히 둘을 재울 때가 제일 힘들기 때문에 정말 중요한 약속이 있어서 남편이 나가더라도 9시에는 꼭 귀가를 재촉한답니다. 그래야 평온하게 둘을 재울 수가 있거든요. 첫째가 엄마 껌딱지라서 제가 옆에 없으면 잠을 못자니 잠을 재울 때 만큼은 항상 둘째는 아빠가 데리고 있지 않으면 안 되거든요.

물론 남편이 없을 때에는 제가 둘을 양옆으로 누인 후에, 오른손은 첫째에게 주고(제 팔을 만져야 잠이 들어요), 왼손으로는 둘째 엉덩이를 토닥 거립니다. 이럴 때마다 엄마는 극한 직업이라는 생각이 절실하게 들지요.

게다가 새벽 시간에는 아직 둘째가 밤수를 하기에 제가 분유를 타러 나가면 어떻게 알았는지 첫째는 깨서 크게 웁니다. 그러면 둘째도 따라 울어요. ㅠㅠ 그래서 항상 신랑이 분유를 타 와야 합니다. 얼마 전까지 둘째는 밤수를 두번이나 했답니다.

첫째는 계속 원하는 것이 많아지고 둘째는 손이 점점 많이 가다보니 정말 어쩔 때에는 미친 사람처럼 막~ 소리를 지르고 싶어요. 실제로 둘이 같이 우는 상황에서는 "이제 그만" 소리를 지를 때도 있답니다. ㅎㅎ 물론 이번 겨울 방학 동안에는 남편이 전적으로 도와줘서 육아가 그런대로 할 만 하지만요.

 

그런데 얼마 전 신랑이 출장으로 중국에 2박 3일 다녀왔어요. 미리부터 저는 겁이 났어요. ㅠㅠ 특히 저녁시간과 새벽에 어떻게야 하나... 물론 저 혼자 할 수는 있겠지만... 힘들잖아요. 역시나 2박 3일 동안 독박육아를 하는 저에게 너무나 힘든 기간이었습니다. 홀로 아이 둘을 하루 종일 보다보니 저는 오후 5시만 되면 눈꺼풀이 너무 무거운거에요. 둘째 아기를 품에 안고 소파에 앉아 한참 졸고 있을라치면..

첫째는 "제발 엄마 눈 좀 떠!!!.. 나 혼자 있으면 무섭잖아..."

 

더군다나 둘째가 또 다시 감기에 걸려 밤마다 기침하느라 제가 밤잠을 잘 못잤어요. 새벽에 밤수하고 기저귀를 갈다보면 아침이에요. 몸은 찌뿌둥.. 오전에 첫째를 원에 보내고 집안일(청소, 빨래, 설거지, 식사, 장보기 등)하다 둘째 돌보다 보면... 그 사이 첫째 하원 시간이라 또 급히 픽업하러 갑니다. 오후 4시부터 9시까지 5시간 동안 둘을 먹이고, 씻기고, 놀아주고, 재우고 하다보면 저는 씻을 시간이 없어요. 그렇게 그냥 간단하게 후딱 세안만 하고 다시 잠자리로 갑니다. (이게 보통 어린 아이를 둔 전업맘들의 하루 일과입니다.)

 

저는 둘째를 9월에 출산하고 현재까지 똑같은 일상을 반복하며 살고 있어요. 그러다가 방학이 있는 남편 덕분에 잠시나마 1, 2월은 숨통이 트이는데요. 이번 2박 3일간의 남편의 부재가 이렇게 저에게 클 줄이야... 솔직히 함께 육아를 하다보면 다투기도 일쑤고 성에 안 차는 일이 꽤 많아요. 그런데 독박육아를 하다보니 그 동안 남편이 무척 고맙게만 느껴졌습니다. ㅎㅎ (서로의 빈자리를 느껴봐야 소중함을 아나봐요.)

 

 

 

참, 독박육아를 굳이 영어로 하면

전업맘 (Stay-At-Home Mom) 의 의미와 상통할 것 같아요.

 

요즘 우리 사회에 산후 우울증이라는 단어가 심심치 않게 등장하고 관련된 슬픈 사건들이 연일 발생하고 있습니다. 대부분이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독박육아로 지친 엄마들이라는 것이 공통점이지요. 이것이 우리나라에만 있나 봤더니 미국도 마찬가지인듯 합니다. 물론 평등육아를 하는 비율이 우리보다는 높긴 하겠지만요.

 

갤럽에서는 60,000명을 대상(전업맘, 워킹맘, 아기가 없는 여성)으로 설문 조사를 해 본 결과, 전업맘이 워킹맘보다 부정적인 감정을 더 느끼고 있다고 나타났습니다.

특히 "우울(Depression)"과 "슬픔(Sadness)"의 감정이 워킹맘에 비해 "전업맘" 이 크게 높았습니다.

 

 

저도 두 아이를 출산하고 육아를 해 보니, 산후 우울증이라는 것이 특별하게 누군가에게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었어요. 저도 첫째를 키우면서 잠시 산후 우울증이 있었어요. 그 때의 감정을 되살려 보면, "우는 아이를 보면 던져버리고 싶고, 나 또한 살기 싫다" 라는 생각이 막 들어요. 그런 상황에서 옆에 누군가가 특히 남편이 육아를 함께 해 주면서 힘듬을 나누면 산후 우울증을 앓더라도 금방 극복할 수 있더라고요.

제가 경험해 보니, 보통 24개월은 되어야 육아가 좀 편해지는 것 같습니다. 아이를 키우고 있는 선배로서 말씀드리자면, 적어도 출산 후 2년 간은 무조건 부부가 평등 육아를 해야 합니다. 그렇게만 된다면 출산 후 독박육아로 힘들어서 산후 우울증 겪는 여자는 거의 없지 않을까 싶네요. ^^ 그렇다고 2년만 육아를 부부가 함께 해야 한다는 의미는 당연히 아니라는 것 아시지요? 우리 평등육아 꼭 실현합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