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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드라마 폐인 아내의 부탁, 신랑 사투리 써줘!

by 영국품절녀 2013. 11. 3.

제가 최근에 국내 드라마 한 편에 폭~ 빠져버렸습니다. 그건 바로 "응답하라 1994" 인데요, 전편인 "응답하라 1997"은 주변에서 보라고 끊임없는 권유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그다지 관심이 안 가더라고요. 그런데 기사로 본 "응답하라 1994" 는 공간적 배경이 신촌은 제가 살던 집과 가까워서 항상 친구들과 놀던 곳이에요, 또한 저도 성나정처럼 연대 농구부 빠순이였습니다. 우지원 선수를 무척 좋아해서 연대 농구부 숙소, 체육관, 경기장을 두루 쫓아다녔거든요. 게다가 며칠 전에는 제일 좋아하는 서태지와 아이들의 "너에게"가 성시경에 의해 리메이크되었는데, 그 뮤직 비디오를 본 후, 저는 이 드라마는 꼭 봐야겠다는 동기가 생겼지요.

 

 모든 캐릭터들이 고마 다 살아있어요. ㅎㅎ   (출처: 동아)

 

신랑 역시도 기사를 읽었는지 큰 인기를 끌고 있다면서 드라마가 끝나면 한꺼번에 보자고 저를 설득했지만, 저의 끈질긴 요구에 못 이긴 신랑은 저와 함께 1~6편을 다 봤습니다. 저는 예전에 시크릿 가든 "현빈앓이" 이후 오랜만에 "정우앓이"가 시작된 것입니다.

 

(출처: TVN)

 

울 신랑은 나이 30대 중반인 아줌마가 무슨 설레임이냐.. 드라마 감정 이입이 대단하다..

이렇게 저를 놀리면서도...남자가 봐도 정우가 멋있는지...


내가 봐도 정우 멋있네 ~~  멋있는 건 혼자 다 하네 ㅎㅎ

 

(출처: TVN)


저는 경상도 사투리가 이렇게 달콤하고 다정스러울 수가 있는지 처음 알았습니다. 사실 저희 부모님 두 분 모두 전라남도 출신이시라, 극 중 해태와 윤진이가 쓰는 구수한 전라도 사투리가 더 친숙하거든요. 또한 서울에서만 줄곧 자랐으므로, 20세 후에야 비로소 제대로 들어 본 경상도 사투리~ 경상도에서 올라온 동기들의 말을 듣고는 그냥 웃음만 나왔어요. 그들이 별 말 안 해도 그냥 재미있는 거에요.

 

부산에서 자란 신랑도 사투리를 쓰니까, 대학 동기 여자들이 말만 해도 빵~빵~ 터지더랍니다. 그 때는 아주 짜증 났었다고 하더군요. 뭐 좀 말만 하려고 하면 "야~ 흥분하지 마라!" 이 때 울 신랑은 속으로 이랬다네요. "뭐라하노? 그냥 말만 한긴데... 임마들이 사람 빙시만드네..."

저 역시도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의 대화를 듣고 다들 싸우는 줄 알았어요. 옆에서 경상도 사투리를 쓰는 사람들이 흥분하면서 서로 대화를 나누면 분위기가 무서워서 항상 피하곤 했거든요. ㅎㅎ

 

그랬던 제가 "응답하라 1994" 를 본 후에, 정우가 쓰는 경상도 사투리에 완전 빠져버렸다는 거에요. 그리고는 부산 사투리를 구사할 수 있는 신랑에게 부탁을 했습니다. 울 신랑은 원래 고향은 서울이지만, 초/중/고등학교를 부산에서 나와서 친동생 혹은 동네 친구들 및 경상도 출신의 사람들과는 지금도 사투리로 대화를 합니다. 하지만 대학부터는 줄곧 서울에서 살았으므로, 이제는 둘 다 자연스럽게 구사가 가능하지요. 전에는 저한테까지도 종종 사투리를 쓰기도 했었는데, 그 때에는 제가 싫다고 했었거든요.....이제는...

 

나한테 부산 사투리로 말해줘~~
경상도 사투리 너무 좋아~~

울 신랑은 입을 삐쭉거리면서~
은다~~ (부산 사투리로 "싫다" 라는 의미)
정우가 쓰니까 멋있지, 내는 아이다~~

 


(출처: TVN)

 

때아닌 정우가 나정이에게 쓰는 달콤한(?) 경상도 사투리는 30대 아줌마의 가슴을 설레게 만듭니다. 전에 신랑이 저에게 가끔씩 사투리를 쓸 때마다 전혀 몰랐던 표현들이 여기에서 막 나오더라고요. 어제는 부산 여자들이 친한 남자에게 쓰는 "오빠야~~"와 함께 내 마음대로 자칭(?) 부산 사투리를 막 했더니만...

 

신랑은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너는 뭐를 해도 어설프다..

하지마라~~


어제 6회를 본 후, 저는 또 일주일을 어떻게 기다려야 할지.. 막막합니다. 아무래도 1편부터 6편까지를 복습하면서 7회를 기다려야 할 것 같아요. 오래간 만에 자연스럽고 풋풋하고 현실감 있는 드라마를 만나 옛 추억에도 빠지는 등 잠시나마 행복을 느끼고 있습니다. 오늘도 저는 신랑의 사투리를 들으면서 나정이가 된 착각에 빠지렵니다. ㅎㅎ 저와 같은 여자들이 늘어나면, 경상도 출신 남자들의 인기가 제법 올라갈 것 같은데요, 정우처럼 무심하면서도 다정스럽게 잘 챙겨주면 여자들 완전 홀딱 반할지도 몰라요. 저에게 설레임과 행복감을 느끼게 해 준 "응답하라 1994" 최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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