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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유럽 맛집

런던너가 푹 빠진 커피의 맛, 도대체 어떻길래

by 영국품절녀 2012. 3. 23.



제가 얼마 전에 런던너들이 유독 이 곳 커피만을 마시기 위해 줄을 서서 기다린다는 카페에 직접 가 보았습니다. 주변 친구들로부터 런던에 가면 이 곳 커피는 무조건 맛봐야 한다는 말을 들었거든요. 어떤 영국인 친구는 이 곳에서 일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매 주 원두 커피 한 팩을 받았다고 해요. 이 곳 커피를 마신 후부터는 다른 곳의 커피는 아예 마실 수 없게 되었다고 하더군요. (참고로 이런 사람들을 coffee snob 이라고 해요. "난 여기 커피 아니면 못 마셔~" ^^;)

전 속으로 '커피 맛이 거기서 거기지, 얼마나 맛있길래 이 정도인거지? 하며 호기심이 생겼어요.


드디어 몬머스(MONMOUTH) 라는 커피 전문점에 도착했습니다. 현재 몬머스는 런던에 세 곳 (Covent Garden, The Borough, Bermondsey)에 있는데, 저는 그 중 하나인 코벤트 가든에 있는 몬머스로 갔습니다.



 

                                                    런던에 위치한 몬머스 (출처: monmouth.co.uk)

유명하다고 알려진 몬머스는 외형적으로만 봤을 때에는 특별하게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거기다가 현재 그 건물은 공사 중입니다. 솔직히 첫 인상은 많이 실망스러웠습니다. 내부가 엄청 좁은데다가, 커피를 사려는 많은 사람들때문에 너무 복잡했거든요. 거기다가 커피 한 잔을 마시기 위해서 줄을 서서 기다려야했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다들 커피를 사가지고 밖으로 나가더군요.




줄을 서서 기다리다가, 저는 이 곳 커피를 사랑하는 런던너들의 모습을 보게 되었습니다.
특이한 것이 커피뿐 아니라 원두 자체를 사가는 사람들도 많았다는 거에요. 어떤 할아버지는 4가지의 다른 원두 커피 맛을 음미하시더니 (마치 와인 한 병을 고르기 위해 향과 맛을 보는 것처럼), 가장 맘에 드는 원두를 사가시더군요. 이처럼 이 곳을 찾는 대다수의 영국인들은 아예 엄청난 원두의 양을 한꺼번에 사갑니다.

코벤트 가든의 몬머스 내부에요.



이 곳 몬머스는 카페 안에서 원두를 판매하고 있습니다.


               남자 직원이 스쿠프에 커피 원두를 넣고 무게를 재서 원두를 팩에 넣어 손님에게 줍니다.

                        
                          보기만 해도 커피의 향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출처: monmouth.co.uk)


                                                      다양한 원두가 보이시지요?


     이렇게 색색깔의 스티커가 붙여진 몬머스 커피 백을 구입하실 수 있답니다. (출처: monmouth.co.uk)


약 이십 여분 후에 두 자리가 났다는 직원의 말을 듣고, 자리 안내를 받았습니다.
어머나 세상에, (워낙 카페 안이 작다보니) 한 테이블에서 두 커플이 앉아 커피를 마시고 있는게 아니겠어요. 한 테이블에 전혀 모르는 사람들 6명이 마주 앉아 이야기를 나누면서 커피를 마신다고 상상해 보세요. (이런 상황이 참 낯설고 어색하더라고요.)



                           저희가 앉은 뒤로 이렇게 세 명의 직원이 커피를 만들고 있었습니다.


                       테이블 위에는 막 쓴 느낌이 드는 메뉴판과 제가 주문한 필터 커피가 보이시지요? 
 
이 곳은 특이하게 테이블 위에 물병이 있어요. 그리고 주문 전에 물컵을 줍니다.
제대로 커피 맛을 즐기기 전에
입 안을 깨끗이하라는 걸까요?
또한 설탕을 덜 수 있는 그릇을 줍니다.




전 처음에 이게 뭔가 싶었어요. 인절미같지 않나요? ^^ 바로 설탕이에요. 이 설탕은 코스타리카에서 생산한 것으로 영어로는 "organic whole cane sugar" 라고 합니다. 제가 설탕을 씹어보니, 크게 달지 않으며, 평상시 알던 설탕 맛과는 달랐어요. 달콤하고 맛있는 과자를 먹는 것 같았어요.



여기는 커피 메뉴가 크게 많지는 않습니다. 가장 유명한 것이 필터 커피(2.35파운드 = 4200원 정도) 지요. 이 곳은 매일 필터 커피의 맛이 달라집니다. 즉 커피 원산지에 따라서 말이지요. 제가 마신 것은 케냐산 원두(Wahenya Estate) 필터 커피 입니다.

전 영국인들처럼 맛과 향을 음미하면서 한 모금 먹었지요. 그런데, 정말 지금까지 맛 본 커피하고는 다르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솔직히 저는 커피 맛에 대해 잘 모르지만, 무척 부드럽고 시큼한 과일 맛이 느껴지는 독특한 커피였습니다. 마시면서 이 맛을 어떻게 표현을 해야할까....말로는 표현이 잘 안되더라고요.


                                                몬머스 카푸치노인데요, 무척 부드럽더라고요.

저는 맛있게 마신 커피에 대해 직원에게 물어봤습니다. 그 직원은 케냐산 원두인데, 이번에 케냐에서 커피 농사가 잘 안되어 이 원두 가격이 좀 비싸다고 했습니다. 그러면서 자신도 가장 추천하는 원두커피라고 칭찬을 아끼지 않더군요. 원두의 가격은 원산지가 다르듯이 가격이 다양합니다. 제가 맛 본 케냐산 원두는 500g에 약 18파운드 정도라고 했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크게 비싸지는 않은 것 같아요.

몬머스는 커피를 사랑하는 영국인이 만든 회사로, 커피 원산지에 직접 가서 맛을 보고 원두를 직접 수입한다고 합니다. 수입 조건은 절대 다른 대형 커피 체인점에 원두를 팔지 못하게 한다고 하네요. 그 대신 원두 가격을 높이 쳐 주고 양질의 커피를 재배할 수 있도록 연구 및 지원을 아낌없이 한다고 합니다. 이 곳 원두 커피는 로스팅하는 기법도 특별한 것 같습니다. 현재 런던에 있는 많은 소형 카페들이 몬머스 원두를 직접 사서 커피를 팔 정도라고 하니, 분명 원두커피 맛이 탁월한가 봅니다.


저는 커피 백 하나 사왔으면 좋았을걸... 내심 후회하고 있어요. 신랑에게도 맛을 보여줬어야 했는데요. 이미 이 곳 커피 맛을 아는 한국 사람들은 영국에 있는 친구들에게 귀국 시 이 곳 커피를 사오라고 주문을 한다고 해요. 저도 나중에 한국가기 전에 런던너들이 좋아하는 원두 커피로 가까운 친지와 친구들에게 선물하면 좋을 것 같아요. 기회가 되시면, 몬머스 커피 맛 보세요. 단, 중독되면 책임 못 집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