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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몰락한 영국 바닷가에서 추억 속의 해운대가 보인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1. 7. 24.


제가 살고 있는 동남쪽에 위치한 켄트 주에는 바닷가 도시들이 참 많아요. 바닷가 도시들은 저마다의 색채가 있다고 합니다. 몇 주 전에 그 중에 한 곳인 마르게이트(Margate)라는 곳을 다녀 왔어요. 가기 전에 이미 다녀 온 사람들에게 들은 말이 있다면, 그 곳은 저소득 계층들이 많이 사는 곳이라, 분위기가 그렇게 좋지는 않을 것이라고 했어요.

원래 마르게이트는 과거 250년 동안 영국 내에 있는 바닷가 도시 중 가장 번창했던 곳이었어요. 이 곳에서 영화 축제 및 큰 놀이 공원등이 있어서 많은 관광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았다고 합니다. 하지만 지금은 영국의 몰락한 바닷가 도시 중의 하나라고 합니다. 제가 보기에도 다소 초라한 바닷가 도시로, 꼭 캔터베리 도시에서 시골에 온 기분이 들었어요.  


이른 오전 시간이라 사람들은 많지는 않았지만, 마침 날씨가 더워서 점점 사람들이 해변으로 모여들기 시작했어요. 한국 사람들은 하나같이 하는 소리가 "영국은 날씨가 더워도 물이 차가워서 바다에 들어가기가 쉽지 않다"고 했어요. 하지만 영국인들은 아무리 물이 차가워도 다들 바다 속으로 풍덩~ 합니다. 그런데, 저는 이 날 만큼은 따사로운 햇빛과 오래간 만에 보는 바다라서 그런지 수영복 챙겨 올 걸이라는 말이 절로 나왔어요. 다음 번에 이런 기회가 또 있을지 모르겠지만요. 영국의 날씨가 하도 변덕스러운지라

 
마르게이트 해변 전경~


 
 

해변에서 빠질 수 없는 아이스크림, 핫도그 등을 파는 간이 상점


전 신발을 벗고 모래의 보드라운 기분을 느끼며 이리저리 걸어 다녔어요
. 신랑이 물이 차갑지 않다고 하는 말에, 전 발이라도 담그자는 생각에 바다 속으로 점점 들어갔지요. 말만 담그는 데도 너무나 시원했어요.

                                              정말 오래간만에 바닷물에 발을 담가 보았어요.


주변에는 벌써 저만치 바다 속으로 들어가서 나올 생각하지 않는 사람들, 아이들은 파도 넘기에 한창이고, 여기 저기에서는 친구들끼리, 가족들끼리 와서 사진을 찍는 등등 다양하게 해변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저희가 자리를 잡은 자리는 여기가 영국 해변인지
, 아프리카의 해변인지를 다소 헷갈리게 할 정도로 주변에 피부가 검은 사람들이 많더라고요. 아마도 마르게이트가 다소 저소득계층이 많이 산다는 사실을 반영해 주는 것만 같았습니다. 캔터베리에는 많이 보지 못했던 사람들이었거든요.



저희는 백사장에 앉아 끝없이 펼쳐진 바다와 해변을 바라보았지요
.
신랑이 해운대 출신이라서 그런지 바다를 보면서 잠시나마 어린 시절의 추억에 빠진 듯 해 보였습니다. 그러면서 하는 말이 마게이트 해변이 꼭 해운대 30년 전의 모습과 닮았다고 하더군요.


한 번 비교해 보실까요? 
 

                                                  2011년 현재 마르게이트의 모습


                               1970년대 해운대의 모습 (출처:http://blog.daum.net/extremeovm/365922)
                                 이때에도 해운대는 여전히 많은 피서객들로 장사진을 이루고 있군요.


사실 1980년대 초반의 해운대 사진을 붙이고 싶었어요. 울 신랑이 해운대에서 어린 시절을 보냈었는데, 그 때에는 이미 위의 사진 정도로 시골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그래도 위에 보이는극동호텔과 동백섬 쪽에 있는 조선호텔 정도밖에 없었다고 하더라고요. 1980년대 후반 서울 올림픽 즈음해서 이런 저런 호텔들이 세워지기 시작해 요즘의 모습이 되었다고 하네요.


 



 

울 신랑은 바닷가 출신이라고 산보다는 바다를 좋아하는 것 같아요. 그래서 바닷가를 갈 때마다 자신의 고향인 해운대와 비교를 종종하곤 하지요.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울 신랑의 기억속의 해운대는 이 곳 마르게이트처럼 조금 발전이 덜 된 시골스러운 이미지인 것 같아요. 왜 그러냐고 물어보니, 해운대 바닷가에서 재미있게 놀던 때는 대부분 초등학교 시절 - 1980년대 - 이어서 그렇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르게이트의 바닷가를 보며 잠시 옛 생각에 빠지는 것 같더군요. 울 신랑은 점점 발전해가는 해운대의 모습보다는 과거의 모습이 더 좋았다고 하네요.
항상 고향은 자신의 기억속의 모습과 같기를 바라기 때문일까요? ㅎㅎ



 

      점점 쇠락해 가는 마르게이트에서 해운대의 옛 기억을 추억해내고 좋아하는 울 신랑... 마치 소년과 같았어요. 
                 오래간 만에 짭쪼롬한 바다의 내음으로 기분 전환 확실하게 하고 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