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유럽 여행

미혼 여성, 홀로 유럽여행 떠나야 하는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2. 5. 14.



오늘은 "미혼 여성들"결혼 전에 꼭 했으면 하는 한 가지를 추천해 드릴까 합니다.

 

먼저 저의 부끄럽던 '20대 이야기'로 시작합니다.

요즘 남녀를 불문하고 한국 20대 젊은이들은 유럽 여행에 대한 로망을 가지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실제로 유럽 배낭여행을 하는 비율도 점점 높아지고 있고요. 그런데 저는 대학 시절에 유럽 여행 및 어학연수에 대한 열망이 별로 없었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에 제 친구들은 어학연수니, 유럽 여행이니 하는 친구들도 있었지만요. 전 동생이 캐나다에서 학교를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캐나나에 잠시 여행만 다녀왔어요.

지금 생각해 보면 저는 낯선 환경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던 것 같아요. 남들은 '젊었을 때 고생은 사서도 한다'라고 말하면, 전 '집 떠나면 고생이지' 라는 생각이 좀 확고했었어요. 구체적으로 무언가를 하고 싶은 일도 크게 없었고, 그저 유유자적 과외 아르바이트로 용돈을 벌어 쓰면서 부모님의 든든하고 안전한 울타리 안에서 온실 속의 화초처럼 자랐습니다. 어쩌다 보니 부모님의 권유로 영국까지 타의 반 자의 반으로 오게 되었고, 그러다가 영국에서 신랑을 만나 결혼하고 영국에서 살게 되었지요.

 

이처럼 어려움을 모르고 자란 저는 영국에서 힘든 생활을 하면서 제 삶의 방향, 태도, 생각이 통째로 바뀌게 되었습니다. 그 중의 하나가 바로 "혼자 떠난 유럽여행" 입니다.

 

                                     여자 혼자 떠나는 여행은 짐 가방이 가벼워야 해요. (출처: 구글 이미지)

 

저는 의존적인 성격이 강하고, 한국에서도 가족 여행을 제외하고 그다지 여행을 별로 해본 적이 없었어요. 영국에 와서도 항상 친구들과 여러 명이서 함께 떠나는 유럽 여행만 고집했지요. 특히 제가 워낙 길치에다가, 지도를 읽는 것도 무척 서툴러서 혼자 여행을 한다는 일은 상상조차 해 본 적이 없었거든요.

 

그런 저에게 크나큰 사건이 발생했지요. 2006년 석사 한 학기를 마치고 저는 남자친구 (현재 신랑)와 오스트리아로 4박 5일 여행 계획을 잡았어요.

그런데, 여행 떠나기 이틀 전에 갑자기 날벼락이 떨어진거에요.

남자친구: 큰일났어....지도교수와 에세이 내용에 대해 이야기를 해 봤더니, 내용을 좀 통째로 바꿔야 된데. 이를 어째...

저: 뭐야~~~ 그럼 어떻게...

남자친구: 이틀이라는 시간이 있으니까 떠나기 전까지 밤을 새서라도 끝내 봐야지...

저: 그래...무조건 꼭 끝내~~

하지만, 남자친구는 생각만큼 에세이 진도가 잘 나가는 것 같지 않아 보였어요. 거기다가 미리 잡은 여행 일정 때문에 빨리 끝내야만 하는 압박감까지 작용했으니까요. 저는 괜히 남자 친구에게 화도 나고, 정말 끝낼 수 있을까라는 의구심도 생기는 등...저의 고민은 시작되었지요.

그냥 남자친구에게 여행 포기하자고 할까?  스트레스 받는 모습도 보기 싫어...

아깝지만 비행기 표 날리지뭐... 여행은 나중에 가도 되니까....

(이런 저런 생각으로 머리가 복잡했지만, 혼자 여행을 간다는 생각은 아예 하질 않았어요.)


 

그리고는 남자친구에게 조심히 말을 꺼냈지요.

저: 우리 이번 여행 없던 걸로 하자. 여행보다는 에세이가 더 중요하잖아..

남자친구: ( 미안해하면서) 정말 그럴 수 있어? 다음에 갈 때 내가 너 여행비까지 다 부담할게~

그렇게 저희들의 오스트리아 여행은 무산되는 걸로 보였지요. 그런데 이미 비행기 예약 뿐아니라 숙소는 예약을 한 상태였어요. 물론 돈은 지불하지 않았지만요. 저는 남자친구에게 가지 말자고는 했지만, 가고 싶은 마음은 여전했어요. 그리고는 몰래 함께 갈 수 있는 주변 친구들을 찾기 시작했어요. 하지만 갑작스런 저의 부탁을 들어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답니다.

 

그런데, 같은 과 결혼 십년 차인 언니가 저에게 이렇게 말을 하더군요.

그냥 혼자 다녀와, 너 결혼하면 혼자 여행 못해~  비행기 표도 아깝잖아.

갑자기 그 말을 듣는데, '그래..혼자 한 번 가 볼까? 겨우 4박 5일인데 뭐....' 라는 생각이 드는 거에요. 난생 처음으로요. 그리고는 남자친구에게 "혼자라고 가야 겠다"고 했더니 얼굴 표정이 그다지 밝지는 않더군요. 그래도 저의 의견을 존중해 주며, 잘 다녀오라고~  공항에 마중을 나온다고 했어요.

 

전 짐을 가볍게 싼 후, 밤 코치를 타고 공항으로 고고~~  (너무 가볍게 싼 나머지 카메라도 빠뜨리고 ㅠㅠ)

※ 여행 이야기는 중략~ (나중에 하나씩 에피소드 형식으로 이야기 해 드릴게요.)

 

난생 처음 4박 5일 동안 낯선 곳을 여행하면서 저라는 사람이 약간(?) 변했습니다.

1. 자신감과 독립심이 생겼어요.

저는 지금까지 삶이 항상 의존적이었어요. 한국에서는 부모님, 영국에서는 주변 친구들 및 남자친구.. 무슨 일을 할 때마다 '남들이 알아서 하겠지' 하며 전 그저 따라가거나 혹은 입으로 명령만 하는 그런 사람이었어요. 물론 지금도 그런 면이 없진 않지만요. 그런데, 울 신랑의 말에 따르면 제가 혼자 여행을 하고 나서는 행동에 변화가 조금 생겼대요. 전에는 뭔가를 하고 싶으면 항상 남을 시키기에만 급급했는데, 이제는 자신감이 생겼는지 혼자서 알아서 척척 한다는 군요.

2. 나로 인해 주변 사람의 고통을 알게 되었어요.

홀로 여행을 하면 제가 모든 것을 다 결정하고 행동을 해야 하잖아요. 그러면서 깨달은 것이 있었지요. '난 지금까지 너무 많은 것들을 우리 부모님, 친구들에게 다 시켰구나, 나 때문에 그들이 얼마나 힘들었을까?' 여행이 끝나고 남자친구가 저를 공항으로 마중을 나왔는데요, 그 동안 의존적인 저를 아무 말 없이 잘 챙겨준 남자친구를 보니 좀 울컥하더라고요.

 

제가 영국에 나와서 다양한 국적의 여자들을 만나면서 느낀 것은 저처럼 상대방(특히 남자)에게 의존적인 한국 여자들이 많다는 거에요. 물론 독립심이 강한 사람들도 있지만요. 저는 몇 달씩 홀로 유럽 여행을 하는 여자들과 비교도 안 되는 너무도 짧은 4박 5일의 여정이었지만요, 혼자 여행을 하면서 그 동안 저의 삶에 대해 깊히 반추해 볼 수 있었던 시간이었어요. 지금도 그 때를 종종 떠올리면서 미혼이었던 20대에 혼자 떠난 여정이 결혼한 30대의 인생에 너무 값진 일이었음을 다시 한번 깨닫곤 합니다.

 

한국의 미혼 여성들이여~~ 결혼 전에 가능하면 홀로 낯선 곳으로 여행을 떠나 보세요. 명품 쇼핑 및 유명한 곳에 발도장만 찍는 그런 남에게 자랑하기 급급한 여행이 아닌 자유롭게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그런 진정한 여행을 꼭 한번쯤은 하시기를 바랍니다.

                 로그인 필요 없으니, 추천 버튼 꾸욱~ 눌러 주세요. 더 좋은 글로 보답하겠습니다. ^^

 

 유럽 여행 관련 글 보기

 

영국 여행 중 꼭 가봐야 할 곳은 B&B

값싸게 할것 다하는 두바이에서의 30시간 여행 schedule

여행책에 절대 나오지 않는 유럽 여행 팁

유럽 여행 파트너, 이런 사람 최악이야.

현지인이 추천하는 유럽 여행경비 환전 팁

한국 어학 연수생들의 유럽 여행 계획 짜기 노하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