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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브런치 먹는 된장녀 욕하던 신랑, 된장남 변신

by 영국품절녀 2012. 7. 5.



요즘 한국 인터넷 기사를 읽다 보면, "OO녀" 라는 말이 심심치 않게 쓰이고 있습니다. 그 중에서도 단연 "한국 남자" 입에서 오르락 내리락 하는 것이 바로 "된장녀" 입니다.

 

된장녀란 자신은 경제적인 능력도 없으면서 부모 혹은 상대 남자에 기생하여 살면서 비싼 브랜드 커피만 즐겨 마시고 해외 명품 브랜드 등을 선호하는 사람을 비하하는 말이지요.

 

몇 년전부터 한국에서는 20~30대 여성들 사이에서 갑자기 "브런치" 바람이 불기 시작했어요. 미국 드라마 "섹스앤더시티"에서 보면 명품으로 도배한 주인공 여자들이 브런치를 즐기며 수다를 떠는 장면"이 확실히 눈에 들어오긴 했어요. 사실 저는 아침 잠이 많은지라 여유롭게 브런치를 먹는 모습이 좀 부럽긴 했지요.

 

 

사실 브런치의 개념은 Breakfast(아침 식사) + Lunch (점심식사) 합성어로 이른 점심이에요. 브런 메뉴를 보면, 서양인들이 아침/점심으로 먹는 참 특별할 것 없는 음식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그런 음식들이 한국에서는 고급 레스토랑 혹은 카페 등에서 터무니 없이 비싼 가격 (1~2만원)에 팔리고 있다는 거에요. 거기다가 그런 비싼 브런치 메뉴에 일부 여자들 사이에 인기 만점이고요. 따라서 일맥 상통하게 한국에서의 브런치라는 개념은 스타벅스 커피와 같은 의미인 것 같아요.

 

그래서 그런지 "된장녀= 브런치"라는 공식이 나올 정도로 "브런치를 즐기면 된장녀"라고 여기는 것 같습니다. 인터넷에서 브런치를 검색해 봤더니 "된장녀들의 아지트 브런치 맛집", "브런치를 즐기는 된장녀" 등등을 쉽게 찾아 볼 수 있거든요.

 

 

                                              프랑스 레스토랑에서 먹은 브런치 메뉴~

 

물론, 브런치를 좋아하는 한국 여자들은 이렇게 반문할 수 있어요.

"꼭 밥만 먹으라는 법 있냐? 브런치 메뉴가 좋아서 먹는 데 무슨 된장녀냐"

이에, 브런치를 선호하는 그녀들의 모습이 못마땅한 사람 (특히 한국 남자)들은 이렇게 비판하지요.

"꼭 굳이 비싼 돈을 내고 별로 특별한 맛도 없는 브런치 메뉴를 먹어야 하냐" 고요. 특히 울 신랑도 그런 한국 남자들 중에 하나랍니다. 한국에 있을 때 신랑과 한번도 브런치 메뉴를 먹어 본 적이 없네요.

 

그런데, 우리 부부가 사는 영국에는 이런 브런치 메뉴가 현지인들의 평소 음식이에요. 그래서 다양한 브런치들이 파는 레스토랑 및 카페가 참 많아요. 그 중에서도 제가 좋아하는 브런치와 디저트를 파는 카페가 있는데요, 울 신랑은 별로 좋아하질 않아 전 항상 여자 친구들하고만 가는 곳이랍니다.

 

                                               연어, 빵, 계란 등이 곁들인 브런치 메뉴~

 

저는 그 카페를 지나칠 때마다 신랑에게 이렇게 말하지요.

신랑, 저기 맛있어...우리 브런치 메뉴 먹자~~

그럼, 신랑은  "너 된장녀냐?" 라는 말 뿐.... 항상 No~~

 

그런데, 무슨 일인지 신랑이 주말 점심에 거기에서 브런치를 하자고 하네요. 드디어 여유로운 점심 시간에 신랑과 마주 보고 앉아 영국 얼그레이 차를 마시면서, 브런치를 즐겼지요.

너무 맛있게 브런치 메뉴를 먹는 신랑을 보면서 저는 이렇게 말했지요

신랑, 이런 브런치는 된장녀만 먹는 거라면서? 그렇게 욕하더니... 완전 좋아하네..

신랑도 이제 된장남이야~~~

이 말에 신랑은 배시시 웃으면서 "여긴 영국이니깐.. 브런치 먹어도 돼...~"

 

                                                   우리 부부가 즐긴 브런치 메뉴들~

 

한국에서는 매일 먹는 한식보다는 뭔가 특별한 외국 음식에 시선이 가는 같아요. 저 역시 한국에서는 샌드위치를 좋아했었는데, 영국에 와서는 절대 먹고 싶지 않은 것 중에 하나가 샌드위치거든요. 영국에서는 점심에 먹을 수 있는 것이 대부분 이런 브런치 메뉴에요. 하지만, 전 밥과 반찬이 있는 한국 점심이 그립습니다. 역시 남의 떡이 커 보이지만, 비로소 자신의 것이 가장 잘 맞는 것 같습니다. (브런치에 미치시는 분, 영국에서 조금만 살아보세요. 금방 싫증나서 한식이 그리울거에요. ^^)

 

아무튼 남자들보다는 확실히 여자들이 매일 접하는 음식보다는 비싸지만 뭔가 다른 분위기와 맛을 지닌 보기에도 예쁜 음식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합니다. 그러므로 브런치를 즐기는 여자들을 모조리 싸잡아 된장녀라고 보는 것은 잘못되었다고 봅니다. 단, 데이트 때마다 상대 남자에게 비싼 브런치만을 먹어야 한다며, 브런치 맛집만을 찾아다니는 그런 부류는 된장녀라고 해도 됩니다. 그런 된장녀들은 꼭 자기 돈이 아닌 상대 남자의 돈으로만 꼭 그런 비싼 것들을 먹으려 하거든요.

 

울 신랑은 브런치는 된장녀가 먹는 것이라 했으니, 그 논리라면 된장남이 된거에요. 영국에서는 브런치를 먹어도 상관없다고 변명을 하고 있지만요. 요즘 제가 된장남이라고 부르고 있거든요. ㅎㅎ 가끔씩 밥 하기 귀찮을 때, 카페에 가서 여유로운 점심에 가벼운 브런치 메뉴 ~ 괜찮을 것 같지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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