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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식/브런치 매거진 (영국은 맛있다)

[브런치매거진] 구운 통감자 요리는 영국인의 주식

by 영국품절녀 2015. 10. 13.

 

브런치 매거진 [영국은 맛있다] 3화. Jacket Potato (구운 통감자)

 

나는 영국인의 주식이 감자라는 사실을 영국에 와서야 알았다. 감자가 주식인 만큼 영국인들은 다양한 조리법이 있지만, 보통은 메인 음식(버거, 스테이크, 해산물 등)과 함께 사이드 메뉴로 감자를 먹는다. 그런데 내가 오늘 소개하고 싶은 감자 요리는 바로 "영국 서민의 주식 및 가정식"으로 불리는 구운통감자(Baked Potato)이다.

국내에서도 패밀리 레스토랑에서 쉽게 먹을 수 있는 구운통감자 요리는 영국 가정에서 뿐 아니라 영국 내 모든 펍에서 파는 기본적인 메뉴이다. 보통 현지인들은 브런치 혹은 점심으로 먹는다. 내가 자원봉사를 한 카페에서도 팔고 있는 메뉴로, 점심시간 이후에는 통감자가 금방 동이 날 정도로 인기가 참 많다.

 

 

영국에서는 "Jacket  Potato"라고도 불리는데, 그 모양이 "자켓을 입고 있는  통감자"처럼 보여서 붙여진 이름으로, 부를 때마다 너무 귀여워서 웃음이 나온다.

 

자켓 입은 통감자(Jacket  Potato)처럼 보이나요?

 

간략하게 구운 통감자 요리의 역사를 알아보면, 영국인에게 오랫동안 사랑을 받고 있는 감자 요리로, 19세기 중반에는 가을/겨울이 되면 길거리에서 구운 통감자를 팔았다고 한다. 그 당시 런던에서는 10톤이나 되는 구운 감자가 하루에 소진이 될 정도로 서민들의 인기 주식이었다. 현재는 구운 감자를 길거리에서 팔지는 않지만, 대신에 구운 감자 요리만을 전문적으로 하는 곳을 찾을 수는 있다.

 

전통적으로 매년 차이는 있지만, 보통 11월 5일 가이 포크스 나이트(Guy Fawkes Night) 에 구운 통감자를 먹는 풍습도 있다고 하는데, 예전처럼 지금도 여전히 영국 서민들이 쉽고 저렴하게 아무 펍에서나 먹을 수 있는 인기 메뉴라고 볼 수 있겠다.

구운 통감자요리가 그 당시에 얼마나 인기였는지를 보여주는 엽서이다.

 

전통적으로 영국인들은 구운 통감자를 이렇게 먹는다.
매일 통감자를 만드는 영국 아줌마가 직접 알려 준 레시피~

먼저 통감자를 깨끗이 씻어서 겉면에 올리브 오일을 골고루 바른다. 그런 후 통감자들을 오븐에 넣고 약 1~2시간 정도 굽는데, 중간에 (25분 정도 후)는 오븐 온도를 조금 낮춰 준다. 자켓 포테이토를 위한 감자는 충분히 구워야 하는데, 감자 속이 잘 익었는지를 확인하는 방법은 칼로 찔러 보면 된다.

칼로 감자 속을 찔렀을 때에 아주 부드럽게 쑤욱~ 들어가야 한다. 그래야 구운 통감자를 먹을 때에 씹지 않아도 될 정도로 입에서 살살~ 녹으니까... 단, 통감자가 오븐에 장시간 구워져서 상당히 뜨거우니, 아주 조심해야 한다. 잘못하면 손에 화상을 입을 수도 있다.

 

통감자가 다 익었으면, 칼로 반 혹은 1/4로 살짝 흠집을 내서 감자 안에다가 취향에 맞게 무언가를 넣는다. 영어로는 "Fillings" 또는  "toppings"라고 하는데,  보통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토핑으로는 강판에 간 치즈(Grated Cheese), 콩 (Baked Bean), (마요네즈 살짝 버무린) 참치, 베이컨, 치킨, 옥수수콘 등이다.

 

 

구운 통감자는 자체가 칼로리가 높으므로, 버터 바르는 것은 생략해도 되지만, 버터를 왕창 바른 것이 훨씬 맛있긴 하다. 취향에 맞게 통감자 안에 치즈와 햄을 넣어 준다. 보통 구운 통감자 요리는 가니쉬인 샐러드와 함께 제공되는데, 채소를 싫어하는 사람들은 샐러드는 빼 달라고 요구하기도 한다. 영국인들 중에 남녀노소 구분 없이 채소를 싫어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데 같다. 나에게 어떤 이는 오로지 버터 왕창 바른 통감자에 치즈만 잔뜩 넣어 달라고 하기까지...(뭐, 어디까지나 취향이니까...)

 

 

 

 

내가 지겨본 바, 영국인들은 구운 통감자 위에 소금과 후추를 왕창 뿌린다. 그리고는 현란한 포크질과 칼질로, 살살 녹는 감자 속에 토핑들을 버무려서 잘도 먹는다. 나도 자원 봉사하는 날 점심 메뉴는 대개 구운 통감자이다. 한 끼 식사로 얼마나 든든한지 모른다. 물론 맛있기도 하다. 영국은 밥과 반찬 개념이 딱히 없지만, 이것을 먹을 때마다 느끼는 것은 밥은 감자요, 샐러드와 토핑들은 반찬처럼 느껴진다.

 

참 영국인들은 감자 껍질까지도 다 먹는데, 깨끗이 씻은 감자 겉면에 올리브 오일을 발라, 장시간 굽기 때문인지 껍질이 아주 바삭하니 맛있다. 특히 영국인들이 좋아하는 토핑 중에 하나는 콩이다. Baked  Bean이라고 불리는 콩을 전자레인지에 약 몇 분 돌려서 감자 위에 부어주면 끝~

 

카페에서 일하다 보면, 손님이 별로 없는 날에는, 감자를 너무 많이 구워서 남을 때가 있다. 그럴 때면 함께 일하는 영국 할머니들은 나를 위해 남은 감자와 그 외 재료들을 다 싸 주시곤 했다. 타국에서 열심히 공부하는 우리 부부가 기특하다고 하시면서..

 

 

저녁 준비 따로 하지 말고 오늘 저녁에는 자켓 포테이토 먹어~
한 끼 라도 요리 안 하면 얼마나 좋아... (어디나 아줌마들은 밥 걱정인가 보다.)


나 역시도 남들이 주는 대로 무조건 일단 챙기고 본다. 역시나 매 주 자원 봉사를 하는 수요일 저녁은 따로 요리를 하지 않아도 한 끼 식사가 간단하게 해결된다.

 

 

하지만 우리가 밥이 질리지 않는 것처럼, 영국인들은 감자가 질리지 않는 법~ 영국인 남편을 둔 지인의 이야기가 갑자기 생각난다. 그녀가 시댁 가족과 함께 펍에서 식사를 하는데, 자신만 빼놓고 가족 모두가 사이드 메뉴로 통감자를 주문하더란다. 신랑이 큼지막한 통감자를 두개씩이나 먹는 모습을 보면서, "역시 영국인이구나"를 새삼 느꼈다고 한다. 물론 우리도 밥의 선호도와 양이 개인마다 차이가 있듯이, 여기 현지인들도 감자를 먹는 양과 선호도는 다를 것이다.

실제로 영국인 가정에서 홈스테이를 하는 일부 한국 학생들은 구운 통감자에 질리기도 한다. 일부 가정에서는 저녁식사 때마다 통감자를 주는데, 보기만 해도 싫다는 학생들이 있을 정도니까. 홈스테이를 그만 두고 나온 일부 한국 학생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한다.

 "감자를 더 이상 먹기  싫어서 나왔다"

 

그런데 내가 느끼기에 영국에서 먹는 감자는 한국 감자보다 훨씬 달고 맛있긴 하다. 나만 아니라 주변 지인들도 동의하는 점이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맛있다고 감자를 많이 먹으면 영국인들처럼 완전 뚱보가 되어 버릴 수도 있다. 한국 여자들이 영국와서 살이 찌는 이유 중에 하나가 감자라는 사실을 아는가? 이러니 살찐다고 감자를 아예 안 먹는다는 영국 여자들도 있더라는...

 

솔직히 나도 구운 통감자를 무척 좋아하긴 하지만, 일주일에 한번 정도 먹으니까 맛있다. 영국 가정처럼 자주 먹는다고 생각하면 금방 질릴 것 같다. 맹맹한 통감자를 그레이비 소스와 함께 먹으면 간도 맞고 좋긴 한데, 그레이비 소스(육류 국물로 만든 소스)는 한국인 입맛에는 별로 맞지 않은 것 같다. 국내에서는 수요가 별로 없어서 그런지 마트에서 구하기가 쉽지 않으니 말이다.

 

아무래도  영국뿐 아니라 대부분의 유럽인들은 단연 감자를 선호한다. 감자의 종류 역시 다양하고 조리법도 어마어마하다. 내가 보기엔 크게 다를 바 없는 감자요리지만 말이다. 가격 싸고 만들기가 어렵지 않아서 그런가 보다. 그런 만큼 감자에 대한 자부심도 유럽인들은 있어 보인다.

 

 

내가 지금까지 만난 아일랜드 출신들은 자국 감자에 대한 무한한 자부심을 갖고 있었다. 항상 "아이리쉬 감자는 세계  최고다"라고 하면서 감자 사랑이 대단하다. 영국과 마찬가지로 아일랜드인들도 주식이 감자인  듯하다. 흥미롭게도 한국에서 사는 아일랜드 친구는 우리가 영국에서 밥을 찾는 것처럼, 그녀도 한국에서 감자만 찾을 줄 알았는데... 맛있는 한국 고구마에 빠져서 매일같이 호박 고구마만 먹는다고 한다. 

 

내가 실제로 아일랜드 시골 여행 중 골웨이 펍에서 먹었던 감자 요리는 잊을 수가 없다. 아일랜드 감자 요리는 조미료, 향 등을 전혀 첨가하지 않은 완전 순수한 자연의 맛 자체인데 얼마나 담백하고 맛있던지.. 지금까지 그런 감자의 맛을 느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영국 서민의 주식인 구운 통감자는 싸기도  할뿐더러, 쉽게 조리도 가능하니 인기가 있을  수밖에 없을 것 같다. 특히 요리를 크게 좋아하지 않는 영국인들 입장에서는 더더욱 말이다. 국내에서도 통감자 요리를 먹을 수는 있지만,  영국식과는 토핑이 좀 다른 것 같다. 내가 본 영국은 정말 감자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들에게는 주식도 간식도 모두 감자이니까....

 

브런치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https://brunch.co.kr/@connie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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