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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유학생 남편의 한방, 아내의 서글픈 생일 분위기 반전

by 영국품절녀 2012. 4. 11.



어제 저는 결혼 후에 5번째 맞이하는 생일이었습니다. 아직 신랑이 유학생이라 결혼 선물은 아예 기대도 하지 않고 있습니다. 영국에 온 처음 2010년에 딱 한번 신랑이 아침 일찍 일어나 미역국을 끓여 주었지요. 어제 정각 12시가 넘은 4월 10일 00:00시가 되자마자, 신랑에게 이렇게 소리를 질렀어요.

나 오늘 생일이잖아~~~~ (즉, 나를 위해 뭔가를 해달라는 것이지요. ^^)

갑자기 신랑은 침실로 컴퓨터를 들고 오더니, 디즈니 생일 축하 노래에 맞춰 코믹 춤을 추면서 생일 축하 노래를 아주 엉성하게 불러줬어요. 가사가 길어 계속 따라부르기 쉬운  HAPPY BIRTHDAY TO YOU~~라는 부분만 크게 외치더군요. 신랑의 우스꽝스러운 춤과 축하의 말로 저의 결혼 후 5번째 생일은 시작되었어요.

 

신랑이 불러 준 아주 신나는 디즈니 생일 축하 노래

 

아침에 일어났더니, 신랑은 미역국도 안 끓여주고 하는 말~

"오늘 생일이니깐, 내가 알아서 밥 먹고 점심 싸가지고 갈테니깐 더 자~~"

그리고는 신랑은 쌩~하니 학교에 가 버렸답니다.

혼자 덩그러니 집에 남아 좀 서글프다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그러면서 이렇게 다짐했지요. 다행히 점심에 친구가 생일 선물로 맛있는 음식, 선물 및 카드를 주어 그나마 기분이 좀 나아졌어요. '이 친구마저 없었으면 올 생일은 진짜 우울하게 끝나겠구나' 했습니다. 신랑은 전화로 "일찍 집에 가겠다"는 말을 남겼지만, 전 사실 배도 부르고 할 일도 많아 도서관으로 향하면서 신랑에게 "집에 빨리 오지 않아도 된다"고 문자를 보냈어요. (이미 전 신랑에게 화가 나 있었지요.)

 

일을 마치고 집으로 향하면서도, 전 속으로 내심 "그래도 생일인데, 신랑이 짜잔~하고 생일 파티를 해주지는 않을까?" 하며 기대를 했어요. 그런데 집에 와보니 신랑이 이미 퇴근을 했더군요. 그러면서 하는 말..

"왜 이렇게 빨리 왔어? 나 너한테 짠~ 하고 생일 상 차려 줄라고 했는데...."

저의 일그러지는 표정과 함께 말끝마다 계속 틱틱거렸더니, 신랑은 분위기를 파악한 뒤로부터는 조용히 밥과 미역국을 막 만들더군요. 신랑은 금방 기본 반찬과 함께 북어 미역국을 끓여 생일밥상을 단촐하게 차려 놓았어요. 그래도 생일이 지나기 전에 미역국을 먹으니 서글픈 마음은 좀 진정 되는 것 같았어요.

 

 

그러면서, 신랑은 저에게 그러더군요.

"나한테 너무 그러지마~~ 너가 그러면 나 힘들잖아~~ 5월에 완전 로맨틱한 장소 데려갈테니깐, 이번 생일은 그냥 이렇게 넘어가자~~ 응???

 

신랑의 솔깃한 말에 전 바로 넘어가 서글펐던 생각은 온데간데 없고..

 "진짜?? 어디로 갈껀데?? 진짜 가는거야!!!! 약속 꼭 지켜~~"

이렇게 약속을 하면서, 저의 올 생일은 막을 내렸답니다.

신문 기사를 보니까, 아내가 남편에게 제일 받고 싶은 선물은 바로 정성이 듬뿍 담긴 "현금"이라고 합니다. 아내들은 살림하느라 자기 자신에게 쓸 돈이 부족한게 사실이에요. 항상 남편, 아이의 것을 우선 사잖아요. 그래서 아마도 현금을 꼽은 게 아닐까 싶어요. 하지만,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냥 현금이 아닌 신랑의 따뜻한 축하 인사 혹은 생일 카드가 꼭 함께 동봉되면 좋겠습니다. 이럴 때 아내들은 신랑에게 여전히 관심을 받는 존재임을 깨닫게 되거든요.

영국 남자들은 무슨 기념일 혹은 생일이면 꼭 상대방에게 꽃과 카드를 포함한 선물을 준다고 합니다. 이들은 카드를 주고 받는 것이 영국의 문화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받는 입장에서는 참 좋은 것 같습니다. 카드를 쓰는 동안 상대방에 대해 생각할 수 있으니까요. 단지 짧은 문구라도 말이지요.

저 역시 생일 케이크, 꽃, 카드, 선물도 주지 않는 무심한 신랑의 행동으로 인해 서글픈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생일 분위기를 반전시켜주는 한방 덕분에 기분 좋게 넘어갈 수 있었답니다. 저도 어쩔 수 없는 선물만 밝히는 그런 여자인 가 봅니다. (앞으로 5월에 있을 울 신랑의 생일이 고민 되네요.)

 

5월에 울 신랑이 어떤 선물로 저를 깜짝 놀라게 해 줄 지 기대해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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