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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영국 EU 탈퇴 확산과 어수선한 정치 상황

by 영국품절녀 2014. 5. 27.

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주말 잘 보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품절녀님의 입덧은 거의 사라진 것 같은데, 아직까지 냄새에는 조금 민감한 것 같습니다. 그래도 좋아지는 것 같아서 무척 다행인 것 같네요.


지난 1월 학위 논문을 제출하고 제가 주로 한 일은 딱히 별로 없습니다. 2주전에 있었던 최종 구술시험 시기까지 약 4개월간 제가 한 일이라곤 3박 4일의 프랑스 파리 여행 (그나마 출발 당일에야 임신사실을 알게 되어서 제대로 놀지도 못했죠), 그 동안 해 오던 IELTS 관련 업무 (1달에 2~3일), 보고 싶던 책 보기 (닐 퍼거슨의 the Pity of War), 영국 중고등학생 대상으로 강의 및 매주 금요일마다 교회 카페에서 자원봉사였습니다. 물론 제 논문을 다시 읽어보면서 최종 구술시험을 틈틈이 준비하기도 했습니다. 이외에 한 일 중에 하나가 바로 “일(job)” 구하기였습니다.

 

요즘은 한국이나 영국이나 마찬가지로 박사 학위만으로 임용되기는 어렵습니다. 학술지에 논문도 많이 실어야 하고, 다양한 관련 활동도 해야 하지요. 저도 몇 군데 지원을 하긴 했지만 연락 조차 오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그런데 기대도 하지 않았던 딱 한 군데에서 최종면접 요청이 들어왔습니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명문대에서요. 당황되면서도 기분은 좋더군요.


 

그런데 오늘 드리고 싶은 말씀은 최종면접이 아니라 그 동안 직업 구직활동에서 느낀 "최근 영국의 상황"입니다. 영국의 각 대학 홈페이지에는 이런 저런 일 관련 공고가 올라오곤 합니다. 원서 접수는 홈페이지에서 구인 관련 항목에 직접 입력하는 방식이 대부분입니다. 그런데 항목 중에는 대부분 영국에서 정식으로 일할 수 있는 지 (즉, Working Visa의 보유여부)를 표시하도록 하더군요. 즉, 같은 조건이라면 영국인 혹은 이에 준하는 유럽 연합의 지원자를 먼저 선별하겠다는 표시입니다. 국가 보험 번호 (National Insurance Number)도 넣어야 했습니다. 그나마 대학은 형편이 나은 편이지만, 사회 전반적으로 非영국/유럽연합 시민의 구직이 힘들어지는 것은 사실인 듯 합니다.

 

엊그제부터 영국에서 가장 큰 이슈는 바로 영국 내 우파 정당인 영국독립당(UKIP)이 유럽의회 선거에서의 돌풍입니다. 연립 여당인 보수당 및 자민당은 물론이고 야당인 노동당 보다 훨씬 많은 표를 얻어 영국 내 제1당이 되었습니다. 국내 총선이 아니기 때문에 현실 영국 정치에 미치는 실질적인 영향력은 제한적일 듯 합니다만, 그 동안 영국 총선에서 단 1석도 얻지 못했던 극우 정당이 제 1당이 되었다는 사실 자체가 영국 내에서도 엄청난 사건으로 받아들여집니다.


 

(출처: BBC)

 

사실 영국 독립당은 이름 그대로 유럽연합 탈퇴를 주요 공약으로 하는 정당입니다. 그런 정당이 유럽연합 의회 선거에서 영국 내 제1당이 되었으니 아이러니 하지요. 영국독립당이 이렇게 돌풍을 일으키게 된 데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을 듯 합니다만, 가장 큰 이유로 영국의 유럽연합 가입이 야기한 많은 동유럽 국가 국민들의 영국내 이민을 들 수 있을 듯 합니다. 이들은 법률적으로 영국인과 똑같은 대우를 받습니다. 그 동안 많은 동유럽 출신 국민들이 영국으로 넘어왔는데요, 특히 금년 1월부터 루마니아와 불가리아의 가입 유예기간이 끝나나 보니 보다 많은 이들 국가 국민들이 영국으로 넘어왔습니다.

 

이에 영국인들은 영국의 유럽연합 가입이 야기한 외국인 노동자의 증가로 인해 매우 큰 우려감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즉, 유럽연합 국가 출신들이 들어와 저임금 – 즉, 낮은 세금 – 일자리를 차지해 버렸고 영국의 복지 혜택은 누릴 데로 다 누린다는 불만이지요. 사실 지난 1월 이래 영국인들이 겁먹었던 것 보다는 루마니아 및 불가리아 국민들은 훨씬 덜 들어왔다고는 합니다. 그 동안 영국인들이 갖고 있었던 이 문제에 대한 불만이 이번 유럽연합 의회 선거에서 표출된 것으로 보는 것이 타당할 듯 합니다.

 

몇 주 전에 저희 집에는 유럽연합 탈퇴를 외치는 극우 정당의 홍보물이 도착을 했었는데요, 많은 언론에서 지적하고 있듯이 이번 선거 결과가 영국의 내년 총선에서 어떻게 반영될지는 미지수입니다. 과연 영국 정치사에서 처음으로 극우정당이 정권을 잡을 수 있을까요? 금년 가을에는 스코틀랜드에서 영국 (United Kingdom)의 탈퇴를 묻는 국민투표까지 있을 예정입니다. 선거의 결과에 따라 영국의 정치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도 큰 변화를 겪을 듯 합니다. 한국만큼은 아니겠지만 영국도 이래저래 어수선한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