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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대학 인종주의에 대한 한국인의 돌직구

by 영국품절녀 2013. 3. 19.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품절녀님이 감기 걸린 관계로 3일 연속으로 제가 쓰게 되었네요. 품절녀님의 쾌유를 기도해 주세요. ㅎㅎ

 

오늘은 학교에 가지 않고 집 근처의 다른 대학 도서관에 가서 공부를 했습니다. 집에서 가깝다 보니 1주일에 2~3일은 그곳에 가서 논문을 정리하지요. 그런데 갑자기 오전 11시가 조금 못 되어 지도 교수한테 연락이 온 것입니다. 지금 당장 학교로 와 줄 수 있냐고요. 저는 무슨 일이냐고 물으니, 월요일 마다 학부생들을 대상으로 하는 오픈 포럼(Open Forum)이라는 공개강연 및 토론이 있는데, 발표자가 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마침 주제가 "영국 대학에서의 인종문제" 였기 때문에 백인이 아닌 저 같은 사람이 필요하게 된 것이죠.

 

부랴부랴 집에 돌아와서 정장 마의를 걸치고 학교로 갔습니다. 오픈 포럼을 담당하는 젊은 교수 2명 – 박사과정 때부터 친구들 - 이 있더군요. 저보고 학생회 대표 중 한 명이 발표하기로 되어 있으니까, 저 보고 중간이나 마지막에 코멘트를 해 달라고 했어요.

 

(출처: BBC.CO.UK)

 

저는 대뜸 한 친구보고 "이 나라는 짜증나는 인종주의로 가득 차 있어" 정도로 얘기하면 되냐고 웃으면서 물었더니, "정확해, 그게 우리가 원하는 거야" 라고 하더군요.

 

학생회에서 나온 한 백인학생이 주로 다룬 이야기는 "영국 대학 내의 흑백차별"에 대해서 다루었습니다. 이를테면, 전체 영국 내 대학교수 중 오직 50명만이 흑인 교수라든가, 흑인 학생 및 비백인 학생에 대한 서포트가 부족하다라는 것과 같은 이슈이지요. 10분이 넘지 않는 간단한 발표 뒤에, 대학 학생과에서 근무하는 직원 – 박사학위 소지자였고 흑인이었습니다 – 이 나와 통계를 통해 현재 제가 다니는 대학의 현황에 대해서 설명해 주더군요.

 

실제로 캠브리지 대학에는 흑인 교수가 한 명도 없다고 합니다. 물론 비백인 출신 교수가 없는 것은 아닙니다. 세계적인 석학인 장하준 교수님께서도 경제학과에 계시잖아요? 만약에 그 친구가 보여준 통계자료가 전적으로 신뢰할 만하다고 한다면, 사실 문제는 캠브리지만이 아닐 것입니다. 다시 말해서 영국에 있는 대학이 200개가 넘는다는데, 전체 흑인 교수의 수가 50명 밖에 되지 않는다면 100개 넘는 학교에는 흑인 교수가 한 명도 없는 셈이니까요.  즉 캠브리지는 그 유명세 때문에 영국 대학 대표와 언론으로부터 지적을 받았을 뿐이지요.

품절녀님이 일하고 있는 영국 학교에서도 저희 과 박사 과정 친구 (흑인)가 일을 하고 있는데, 곧 그만 둘 것이라고 하는 거에요. 그 이유는 학교에서 백인을 원하고 있기 때문이라네요. 

 

(출처: Liverpool university)

 

학생회에서 온 친구와 흑인 교직원의 간단한 브리핑이 끝나고 학생들 및 참관하러 온 교수들의 이런 저런 이야기가 오고 갔습니다. 그런데 마지막 20분을 남겨놓고 첨예하게 대립한 이슈중의 하나가 "대학 입학에 있어 소수민족에게 어느 정도 배려해야 하느냐" 였습니다. 일부 학생들과 여자 교수들은 – 영국도 직장 내에서 여성에 대한 차별이 있습니다 – 이에 대해서 동의하는 편인데, 일부 영국 남학생들은 이에 대해서 배려하는 것은 공평하지 않다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한 학생은 우리(백인)가 그들을 위해서 충분히 하지 않았느냐 반문하면서 자신의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더군요.

 

거의 마칠 시간이 다가오자, 저는 포럼을 진행하는 교수에게 발언을 요청했습니다. 그리고 약 5분간의 긴 이야기를 시작했지요. 간추려 보면...

난 대학이 사회 변화의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한 학생이 공평한 성적을 통한 입학을 자꾸 이야기하는데, 미국 대학을 생각해 보자. SAT(미국 수학능력 시험) 성적 만으로만 대학 입학을 한다면, 아이비리그나 MIT, 스탠포드 대학에는 중국인, 한국인, 인도인으로 가득 차게 될 것이다. 그러나 이들 대학은 그렇게 하지 않는다. 이것은 어떻게 이해를 해야 하는 지 한 번 생각해 보아라.

대학에서는 성적이 좋은 학생들을 원할 것이다. 그러나 이 나이대의 성적이 그렇게 절대적으로 중요한가? 그렇지 않다. 하버드 입학생과 뉴욕대 입학생의 SAT 성적 자체만 놓고 보면 그렇게 큰 차이는 없다고 한다. – 아, 실제로 차이가 없지는 않겠죠? 그런데 제가 예전에 본 글에서는 그렇다고 하더군요. 미국에 계신 분은 설명해 주세요 -

그러나 아웃풋은 확연히 다르다. 왜 그런 줄 아느냐? 하버드는 학생들에게 그들이 최고라고 가르치기 때문이다. 바로 그것이 대학이 할 일이다. 성적이 좀 낮더라도 가능성이 보인다면, 그들을 훌륭한 학생으로 키워야 하는 곳 바로 그것이 대학의 의무이다.

 

즉, 영국 대학에서 그들에게도 기회를 주고, 그 보다 더 중요한 훌륭하게 키우도록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었습니다. 이 말을 마치자 한 순간 정적이 일더니, 이 포럼을 주최한 교수가 간단히 다음 주에 있을 포럼의 주제를 설명하고 마쳤습니다. 강의실 밖에서 젊은 교수 2명은 저에게 오더니, 와 줘서 너무 고맙고, 마지막 코멘트는 너무 좋았다고 다시 한 번 고마워 하더군요. 저도 초대해 줘서 고맙다고 했습니다.


사실 이 이야기는 한국 대학에다 하고 싶었던 말인지도 모르겠습니다. 소위 명문대에 입학하는 학생들을 보니 강남 출신 학생들이 많다고 하지요. 이들은 특목고에 주로 입학을 하며, 그렇지 않다고 하더라도 방과후 학습 – 즉 개인 과외나 학원 – 을 통해 상위권 대학에 들어가고 있는 것이지요. 저는 이것이 영국 사립학교와 똑같다고 본 것입니다. 즉 부모의 부에 의해 10대 시절 좀 더 나은 교육을 받은 것으로 대학 입학까지 좌지우지되어서는 안 된다는 것이지요. 즉 대학은 약자에 대한 배려 및 이들에 대한 교육에 더욱 신경을 써야 한다는 말이었습니다. 인종주의에 대한 강연 내내, 저의 머릿속에서는 양극화되는 한국의 모습이 자꾸 눈앞에서 아른거렸습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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