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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유럽 한류

영국 대학에서 중국 학생에게 조폭인사를 받다니

by 영국품절녀 2012. 2. 18.



이번 주는 날씨도 춥고 할 것도 많고 해서 신랑 연구실로 함께 통학을 했어요. 매일 학교에 수업이 없어도 연구실 불 켜고 들어가서 불 끄고 나오는 신랑인지라, 신랑 절친 영국 친구는 "나랑 OO은 아예 여기서 살고 있다"고 농담삼아 말했답니다. 다음날 미국인 여학생은 신랑에게 "이제는 부인까지 여기에 와 있다" 면서 웃더래요. 오래간 만에 대학 캠퍼스를 거닐고, 학생 식당에서 밥도 먹으니, 잠시 대학생이 된 기분이 들었어요.

지난 화요일 오후 늦게 저희는 할 일을 마치고, 연구실에서 나와 학교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지요.

맞은 편에서 어떤 동양인 남학생이 저희를 보자마자 걸어 오는 거에요. (신랑이 아는 한국인 학생인가 보네.)
신랑 앞에 딱 서더니, 쓰고 있던 야구 모자를 벗으면서 90도로 인사를 넙죽 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거에요.



남학생: "안녕하십니까, 형님" (어쩜, 예의가 참 바른 한국인 학생이네...)
신랑: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응.. 잘 지내?  

그 남학생과 헤어진 후 저는 신랑에게 물었어요.
"처음 보는 한국인인데, 누구야?"

신랑의 대답에 전 빵~ 터졌답니다.
"방금 그 애 중국인이야~~" 


허걱~~
신랑에게 말을 들어보니, 친하게 지내는 한국 석사생을 통해 알게 된 그 남학생은 중국인이고, 여기서 경제학 석사 과정에 있다고 합니다.  아마도 중국인 학생은 한국인 친구가 울 신랑에게 인사를 꼬박꼬박하는 모습을 보고 인상이 깊었나 봅니다.


외모도 한국인처럼 보이는데다가, 정중하게, 그것도 완전한 한국 발음으로~
"안녕하십니까, 형님"
이러니, 제가 한국 사람으로 착각할 수 밖에 없었지요.


                                  
                                 중국인 학생이 이렇게 90도로 인사를 했어요. (출처: MBC)

그런데, 더 재미있는 것은, 왜 "형"이라고 하지 않고 "형님"이라고 할까요?  
무슨 조폭 인사법에 중국인에게 형님 소리까지 듣고 있는 신랑에게 이유를 물었지요.
 
신랑이 말하길,  부산 사람들은 선후배 사이에서 "형"보다도 "형님"이란 말을 보통 쓴다고 하네요.
그런데 그 한국인 석사생이 울 신랑과 같은 부산 출신이다 보니 "형님," "형님" 이라고 부르는 소리를 듣고, 그 중국인도 "형"이 아닌 "형님"이란 말을 배운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중국인 학생의 독특한 특징 하나 더!

한국의 일부 남자 대학생들처럼 꼭 야구 모자를 쓰고 다닌다고 해요
. 왜냐하면, 보통 중국 젊은이들은 모자를 잘 쓰지 않거든요. 즉,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은 행동 중의 하나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신랑은 위의 사연을 한국 석사생에게 전했더니, 그 부산 출신 한국 석사생의 반응
 "그 애 한국인처럼 보였다는 말 들으면 굉장히 좋아할 겁니다."

딱히 한국 드라마나 음악을 좋아하는 것도 아니라고 하는데, 왜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은 것일까요?
아니면 그저 한국이 좋은 예의 바른(?) 중국 대학생일까요?
 
아무튼 한국인처럼 보이고 싶은 중국인 학생 덕분에 유쾌한 하교길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