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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대학의 경쟁력, 글쓰기 교육이 부러워

by 영국품절녀 2012. 11. 5.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지난 주는 영국의 많은 대학들 및 초 중 고등학교가 일주일간의 하프 텀 (Half Term)이었습니다. 쉽게 말해 한 학기에 한번씩 있는 1주간의 짧은 방학이라고 할 수 있죠. 하프 텀 제도를 시행하지 않는 대학도 있고 전공마다 쉬는 시기가 조금씩 다르기 때문에 모든 영국 학생들이 지난 주에 쉬었다고는 할 수 없을 겁니다. 품절녀 님의 학교는 2주 전에 하프텀이었거든요. 쉬는 기간 동안 저는 지도교수를 만나 논문 진행 관련 대화를 나누고 다음 챕터에 대한 내용을 논의했습니다. 몸이 조금 편하다 보니 이런 저런 생각을 하게 되더군요.

 

지도교수와 논문 내용에 관해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던 중 들었던 생각 중에 하나가 영어공부에 대한 고민이었습니다. 지금까지 논문을 진행하면서 영어로 작성해 왔지만 아직도 틀리는 부분이 꽤 있습니다. 특히 관사의 사용은 쉬운 듯 하면서도 어려울 따름입니다. 제출 전에 영국인 친구에게 한 번 교정을 봤던 터라 영어의 문법이나 용례에 대한 지적 사항은 별로 없었지만 "Academic English 에 대한 지적" 이 약간 있었습니다. 이를 테면 문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다고는 하더라도 문장 앞에 However 의 사용을 지양해야 한다는 것이지요. 물론 지도교수님도 이에 대해 설명하면서 자신의 지도교수의 경우에는 이미 은퇴한 사람이라 영어 자체가 옛날 방식일 수는 있다고 했지만요, 막상 교수님이 지도한 방향대로 작성하다 보면 훨씬 깔끔한 영어문장이 되는 것은 맞습니다.

 

                                         (출처: http://www.flickr.com/photos/wonderlane/)

 

제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이 단순히 영어 작문을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제가 한국 대학원을 다녀보지 않아 잘 모르겠지만, 영국 대학에 있다 보니 정확한 영어 작성에 대해 다양한 방법으로 학교에서 체계적으로 교육하고 있는 점이 무척 인상적이었습니다. 영국 대학생 및 대학원생들이 "상황에 맞는 영문 작성"을 위해 학교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프로그램이나 워크숍에 참가하는 것을 보며 부러운 마음이 들 수 밖에 없네요. 저도 부지런히 다 참가하고 있는데, 아카데믹 라이팅에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순전히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한국어로도 글을 잘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입니다. 주어 다음에 동사가 나오는 유럽 언어와는 달리, 한국어는 서술어가 마지막에 나오므로 조금만 부주의하면 주술관계가 전혀 맞지 않는 엉터리 문장이 종종 나오기도 합니다. 물론 영국 학생들이라고 해서 문법적으로 완벽한 영어 문장을 쓰는 것은 아닙니다. 석사 시절의 제 영국인 친구는 자신의 에세이 피드백에서 독일인 지도 교수로부터 문법적 오류가 많다는 것을 지적당해 당황하기도 했으니까요.

 

저도 대학입시에 논술이 있었던 세대여서 한국에서도 글쓰기 교육을 받았지만요, 한국 학생들은 정확한 글쓰기에 대한 고민이나 교육 없이, 무턱대고 논술부터 배우는 것이 문제로 보여집니다. 그리고는 대학에 와서 무턱대고 레포트를 작성하기 시작합니다. 그런데 대학에서도 무조건 레포트를 작성하라고 시키기는 하지만, 레포트가 무엇인가에 대한 교육은 없었습니다. 한국 대학의 레포트는 과연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요? 참 애매모호한 것 같습니다. 질문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정리하는 것일까요? 아니면 말 그대로 주요 사실에 대해 요약 정리만 하는 보고서일까요?

 

                                                                             (출처: 구글 이미지)

 

모든 교육 과목과 마찬가지로 글쓰기 교육도 체계적으로 익히고 꾸준히 연습해야 합니다. 저도 현재 영어로 논문을 쓰고 있지만, 종종 한국어로 전공 관련 글을 작성할 때가 있습니다. 쉽지 않더군요. 조금만 방심하면 문장 곳곳에서 주술관계가 어그러지거나 어색한 영어투의 한국어 문장이 나오곤 하니까요.

 

국제 대학 평가에서 항상 순위권에 드는 대학들의 면면을 보면 영미권 대학들이 많습니다. 좋은 대학이란 결국 좋은 연구 성과를 배출하는 대학이겠지요. 연구 성과는 결국 글을 통해 세상에 알려지는 것이니 좋은 논문은 탄탄한 글쓰기의 힘이 기본적으로 뒷받침되는 것이 아닐까요? 최근 들어 한국의 많은 대학들이 영어 수업 등을 통해 경쟁력을 높이려 노력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러나 근본적인 대학 개혁은 이러한 하드웨어 부분의 변화보다 글쓰기 교육강화와 같은 소프트웨어의 혁신이 필요한 것이 아닐까 감히 제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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