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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영국 시내 한복판에서 학창 시절의 향수를 느낀 까닭

by 영국품절녀 2011. 5. 17.


제가 살고 있는 캔터베리는 항상 전 세계에서 몰려드는 관광객들로 북적이는 곳으로, 특히 주변 유럽 국가들의 초등학생부터 고등학생들에 이르기까지 소풍 및 수학 여행등으로도 잠시 다녀가는 곳 이기도 합니다. 특히 3월이 되면서부터 캔터베리 시내에는 이른 아침부터 영어가 아닌 독일어, 네덜란드어, 불어, 이탈리아어 등등 제가 들어보지도 못한 각 국의 언어들을 쓰는 어린 학생들이 모두 배낭을 메고 그룹으로 몰려다니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가장 먼저 진을 치고 기다리는 곳이 단연 캔터베리 대성당 입구 이지요. 이들은 제일 먼저 대성당 입구에 모두 모여 자신들이 들어갈 차례를 기다리면서, 대성당 바로 옆에 위치한 스타벅스에서 모두들 음료 하나씩을 사가지고, 마시면서 아주 시끄럽게 재잘재잘 거린답니다.


                      캔터베리 대성당 입구 앞에는 항상 저렇게 앉아서 기다리는 학생들의 모습을 볼 수 있어요.


대성당 및 박물관 등을 구경한 후에는, 학생들이 가장 좋아하는 자유시간이 주어지지요. 이 때에 아이들이 주로 찾는 곳이 기념품 파는 상점이에요. 특히 캔터베리 시내에는 크고 작은 기념품 상점이 있긴 하지만, 가격이 좀 비싼 편이라, 주로 학생들보다는 어른들이 이용한답니다. 반면, 돈이 별로 없는 학생들은 시내에 있는 기념품 가판대에 옹기종기 모여 들기 시작하지요. 그런데 정말 보시다시피, 크게 실용적이지 않는 그냥 싸구려 물건들이 많아요.

                                              보통 모자를 6파운드, I love London 티는 12파운드 랍니다. 
                   특히
갑자기 날씨가 추워지는 날에는 소풍 온 학생들은 다들 I love Loondon 티를 입고 다녔어요.



다들 가판대마다 여행온 학생들로 바글바글 거립니다. 정말 기념품 파는 아저씨들 대박 날 것 같아요. 이 곳에 오는 학생들은 거의 하나씩은 다 구매한다고 보면 되거든요. 특히 요즘 같은 5월은 매일 유럽에서 오는 학생들로 거리를 돌아다니기가 힘들 정도니까요. 그래서 그런지 작년보다 가판대의 수가 더 많아진 것 같네요. 

                   

                           재미있는 것은 나이에 상관없이 기념품 가판대 물건에 다들 흥미를 보이는 군요.
                          어린 학생들은 그렇다쳐도 이렇게 다 큰 학생들은 무엇을 사고 있을지 궁금하네요.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니, 갑자기 저의 학창 시절 수학 여행의 기억이 떠 올랐어요. 저희는 경주로 수학여행을 갔었는데, 엄마가 주신 용돈으로 정말 쓸데없는 기념품들을 생각없이 사곤 했지요. 더군다나 친구들끼리 똑같은 걸로 사서 가지고 다니기도 하고요. 잘 기억도 나지 않지만, 장난감 방망이, 열쇠고리, 모자, 손수건 등등 아마도 그런 것들이었던 것 같아요. 여기도 마찬가지더군요. 영국 국기나 로고가 박힌 모자, 티셔츠와 가방 줄, 스카프, 선글라스, 라이터, 장난감 막대기 등등,,, 정말 몸에 안 두른 학생들이 없을 정도로 저마다 다들 하나씩 아이템을 사가지고 서로 좋아하고 장난치는 모습이 어쩌면 우리가 어렸을 때랑 이렇게 똑같은지요. 이런것들은 집에 가지고 가기도 전에 장난치다가 망가지고, 잃어버리기도 하고 말이지요. 어쩌다가 집에 가져가면 엄마는 왜 이런 쓸데없는 것을 사가지고 왔냐는 핀잔도 듣기도 하고요.




                 쇼핑을 마치고 이제 만남의 장소로 이동중인 가 봅니다. 저기 우스꽝스럽게 생긴 모자 보이시나요? 
                저 모자는 연령에 상관없이 다들 쓰고 다니네요. 하루에도 저런 모자를 쓴 사람들을 몇 번씩 보거든요.

                  모자에다가 선글라스까지 사서 쓰고 있는 이 두 남학생들은 누구에게 선물을 하려는지는 모르겠지만, 
        핑크 스카프를 사고 있네요. 혹시 엄마에게 선물을 하려는 걸까요? 이렇게 멀리 여행오면 부모님 선물도 챙기잖아요.

시내를 돌아다니면서 이러한 광경을 보며, 추억에 젖어 있는데, 아주 재미있는 광경을 목격해 버렸네요.
한국에서도 수학여행이나 소풍을 가면, 거기에서 만나는 다른 학교 아이들에게 관심을 보이는 학생들이 분명히 있잖아요. 그 중에는 말도 걸어서 연락처를 따기도 하고, 아예 소풍을 마치면 함께 놀러가기도 하고요. 

유럽에서 온  중학생 정도로 보이는 남학생들은 우루루 몰려다니다가, 그 중의 한 명이 영국 여학생에게 다가가
어색한 영어 발음으로 하교 중인 영국 여학생들에게 말을 걸지 뭡니까? 

유럽 남학생: "Where is the famous fish & chips shop?" 
영국 여학생들: 킬킬킬~~~
자기네끼리 쑥닥쑥닥 거리다가 데려다 주겠다고 따라오라고 한 것 같아요. (그 말까지는 못 들었습니다. 사진을 찍느라고요. ㅎㅎ) 그랬더니, 남학생 무리가 줄줄이 여학생들을 따라가고 있네요.

 
제가 시내를 돌아다니다가 우연히 fish & Chips 가게를 지나가는데, 아까 그 남학생들과 여학생들이 어느 새 함께 그 상점 테이블에 앉아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네요. 웃겼던 것은 남학생들만 fish & Chips를 먹고 있고, 여학생들은 그냥 옆 테이블에 앉아 바라보고만 있었어요. 여학생들이 직접 그 곳까지 데려다 주었는데, 남학생들은 조금이라도 나눠 주지도 않고 말이에요. 아직 어려서 그런가요? 한국 남학생들이라면 여학생들에게도 사 주었을까요? 참 궁금하네요.ㅋㅋ 

                                 이렇게 모여서 있다가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Hello! 그러면서 장난을 치기도 해요. 

이들 학생들 중에는 항상 불량한 학생들이 있기 마련이지요. 몇몇 남학생(위 사진 정도로 보이는)들은 보기에도 초등학생 같은데 벌써 담배를 물고 다니기도 하고요.  그 모습을 보고 정말 깜짝 놀랄 정도였지요. 아무래도 소풍을 오게 되면 선생님들의 감시가 소홀해 지는 틈을 타 학생답지 못한 행동을 하는 경우가 더러 있지요.

유럽에서 소풍 온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한참 지난 저의 학창시절의 기억들을 꺼내볼 수 있어서 행복한 순간이었어요. 역시 '사람은 추억을 먹고 산다고 하는 말'이 있듯이, 저도 언젠가는 현재 살고 있는 이 곳 영국  캔터베리 시절을 추억할 날이 오겠지요. 그런 날을 위해 전 이곳에서 매일 아름다운 추억을 쌓기 위해 노력하고 있답니다. ^^
여러분도 날씨 좋은 5월에 좋은 추억 많이 만드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