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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시중에서 파는 친자확인 테스트기, 신속 간편

by 영국품절녀 2013. 10. 5.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어제 한국 뉴스를 이리저리 검색하다 보니 요즘 한국에서 친자확인(유전자 검사)이 큰 이슈가 되고 있다고 하더군요. 이런 사회적 분위기에서 친자확인을 검사해주는 서비스 회사들도 우후죽순처럼 생겨났다고 하고요. 친자확인을 하는 이유는 가지각색이었습니다만, 신문기사의 내용처럼 그만큼 "배우자의 불륜이 흔해졌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됩니다.

 

친자확인 서비스 광고 문구

 

곰곰이 생각해 보면 친자확인 서비스에도 꽤 많은 긍정적인 효과가 있을 듯 합니다. 이를테면, 피치 못할 사정으로 부모와 자식이 떨어져 살게 되었다가, 십 수년 후 이들이 다시 만나 서로의 관계를 확인하고자 할 때, 친자확인 서비스만큼 확실하고 손 쉬운 방법은 없겠지요. 하지만 이 서비스가 상업화된 이유는 무엇보다도 불신의 사회풍조가 아닐까 합니다.

 

사실 이 문제는 한국의 온라인 공간 및 드라마에서 심심치 않게 다루어지는 주제인 것 같습니다. 혼전임신을 하게 되어 급하게 결혼했는데 낳고 보니 자신과 전혀 닮지 않았더라. 더 심한 내용은 자신(남자)와 부인 사이에서 도저히 나올 수 없는 혈액형을 가진 아이가 태어났다는 것이지요. 이 글을 쓰려고 인터넷을 뒤적거리다 보니 이 내용은 이미 "사랑과 전쟁" 에서 한 번 다루어졌더군요. 아이의 아빠입장에서 가장 황당했을 법한 이야기는 태어난 아이의 외모가 서양인이었다는 글입니다.

 

친자확인을 위해 아이의 구강 세포를 이용합니다.

 

막상 이 기사를 읽어 보니, 예전 고등학교 시절 문학시간에 읽었던 김동인의 "발가락이 닮았다"가 떠 올랐습니다. 내용은 대부분 아시리라 생각됩니다만 기억을 더듬어 보겠습니다.

 

 

생식능력을 상실한 남자와 그 부인 사이에서 아이가 태어났는데, 자신의 처의 외도를 의심한 주인공은 아이에게서 도무지 자신과 닮은 곳을 찾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러다 무심코 아이의 발가락을 보고 "발가락이 닮았네" 라고 자조적으로 한탄을 하면서 글이 마무리됩니다.

 

문학 선생님께 들은 이야기입니다만, 김동인은 이 글을 발표한 후, 소설의 실제 모델이었던 그의 친구와 시내 한 복판에서 다투고 원수지간이 되었다고 합니다. 혹시 더 자세히 아시는 분 있으시면 댓글로 말씀해 주세요.

 

이 소설이 발표된 식민지 시대에도 아내의 외도가 소설의 소재로 등장한 것을 보면, 우리 사회에서 배우자의 불륜은 그렇게 새로운 이슈는 아니지요. 다만 소설의 주인공은 그나마 발가락에서라도 자신과 닮은 점을 찾으려 했던 반면, 요즘 아버지들은 절대로 그렇지 않습니다. 저라도 지금까지 키워온 아이가 제 아이가 아니라고 판명될 경우 참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긴 상식적으로 이 문제를 덮어두는 남편이 이상하요. 실제로 관련 업체의 대표는 방송에서 "월평균 500건, 연간 3만 건의 친자확인 의뢰가 들어오며 이중 30%는 ‘남의 자식’인 것으로 밝혀진다" (조세일보 2013년 7월 23일자)고 언급할 정도였으니까요.

 

문득 영국에서는 이 이슈가 어떻게 다루어지는지 궁금해졌습니다.

 

 

세계에서 가장 큰 DNA 검사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 중에 하나로,

매년 십만건의 의뢰가 들어온다고 합니다.

 

영국도 한국과 마찬가지로 친자확인 서비스를 해주는 기관이 여러 곳 있더군요. 친자확인만을 전문으로 하는 곳도 있었고, 다민족 사회이니만큼 자신의 조상 및 혈연을 찾는 DNA서비스까지 폭 넓게 운영하는 곳도 있었습니다. 그래도 홈페이지를 살펴보면 단연 친자확인 서비스가 주요 수익사업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습니다. 다만 한국에서는 친자확인을 목적으로 한 태아에 대해서는 법률에 의해 엄격하게 금지되어 있으나, 영국에서는 임신 10주차 이후부터는 검사를 할 수 있나 봅니다. 이러한 기관의 친자확인 검사 가격은 약 20만원 내외로 한국과 큰 차이가 없는 듯 하는데, 물가를 고려하면 오히려 싸다고 할 수 있겠지요.

 

 

영국의 경우에는 25명 중 한 명꼴로 친자확인 불일치가 나온다고 했습니다. (2005년 기준)

 

영국에서는 가장 처음으로 대표적인 약국 체인인 Boots를 통해 친자확인 테스트 세트를 팔도록 허용했습니다.  이미 오래전 부터 친자확인 문제가 큰 이슈였나 봅니다.  정부는 가정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신속, 간편하게 친자확인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판매를 결정했다고 하네요.  부츠 및 온라인 쇼핑으로 유명한 ebay 에서조차 친자확인 서비스 업체가 들어와 제품을 팔고 있습니다.  친자확인 서비스 사업이 영국에서도 잘 나가는 사업 중 하나인 것 같습니다.

 

 

 

이들 업체는 일단 소비자로 하여금 DNA 샘플을 수집할 수 있는 제품을 판매하고, 이것을 자신들이 운영하는 실험실로 보내게 하여 결과를 통보해주는 방식으로 운영하고 있습니다. 기본적으로 한국의 서비스와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습니다. 다만 친자확인을 원하는 사람은 업체 선정에 고민할 필요 없이, 그저 약국이나 온라인 쇼핑을 통해 제품을 구매하여 샘플을 수집하고 (제품에 나와 있는) 주소로 보내기만 하면 되니 오히려 편리하다고 할 수 있겠네요. 보통 5일이면 결과가 나오며, 빠른 우편으로 1,2일 내에 결과 내용을 받을 수 있다고 합니다. 물론 검사 비용은 업체마다 조금씩 차이가 있습니다.

 

부츠에서 판매하는 본 제품의 검사 비용은 130 입니다.

 

 

DNA 테스트 세트는 이렇습니다.

 

데일리 메일 기사에 소개된 뉴욕 버스의 친자확인 테스트 광고판~

 

DNA 혈연 관계 검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한 사람이 누구인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이 기술이 장차 친자확인의 목적으로 더욱 널리 사용될 것이라고는 미처 생각하지 못했을 것 같습니다. 기술을 이용해 돈 버는 사람은 항상 따로 있는 법이지요. 다만 이 기술이 상업적으로 활발하게 이용되는 현실이 안타깝습니다. 영국에서는 친자확인 서비스 브로커도 성행이라고 하네요. 영문도 모른 채 이 문제의 피해자가 될 어린 아이들을 생각하니 뉴스를 읽고 난 뒷맛이 씁쓸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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