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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 펍에서 본 현지인들의 축구 열기, 뜨거워

by 영국품절녀 2012. 6. 12.

"유로 2012"가 시작되었습니다. 한국 시간으로는 오늘 새벽에 숙명의 라이벌인 잉글랜드대 프랑스의 경기가 있었지요? 사실 잉글랜드의 축구 라이벌은 독일 혹은 아르헨티나라고 하지만 프랑스도 최근 꽤 라이벌 팀이 되었다고 하네요. 1999년 이후 프랑스를 한 번도 이긴적이 없다고도 하고, 오랜 역사적 라이벌 관계를 생각하면 숙명의 라이벌이라고도 할 수 있겠지요?

 

오늘 저는 신랑을 따라 학교에 갔는데, 영국 친구들은 단 한명도 연구실에 오지 않았더군요. 학기 말 시험도 거의 막판이라서 그런지 학교도 무척 조용했습니다. 어쩌면 오늘은 프랑스와의 경기로 인해 영국 친구들이 학교에 오지 않았나 싶은 생각마저 들었지요. 신랑도 잉글랜드와 프랑스 경기라서 그런지 저에게 집에 일찍 가서 축구를 보자고 하더군요. 저희는 펍 보다는 보통 집에서 오붓하게 축구 경기를 시청하곤 합니다. 지루한 경기일 때는 신랑 옆에서 종종 졸기도 하고요. ㅎㅎ

 

저희 집은 양 옆으로 동네 펍이 하나씩 있습니다. 빅 팀의 축구 경기가 있는 날이면, 동네 영국 남자들로 펍은 가득 찹니다. 그리고 경기 중간마다 영국인들의 함성 소리가 동네를 흔들기도 합니다. 특히 오늘은 영국과 프랑스의 경기로 인해 펍 안은 영국인들의 응원 열기로 뜨거워보였습니다. 저희가 마침 펍 주변을 지나갈때, 영국이 골을 넣었는지 영국인들의 우뢰와 같은 함성 소리가 펍 주변을 흔들었지요.

 

                             펍 천장에 2012 유로를 뜻하는 유럽 국기들이 걸려 있습니다.

 

저희는 펍 앞을 지나가다가, 펍 안을 잠시 엿 보았습니다. 펍 안을 가득 메운 영국인들은 손에 맥주가 담긴 파인트 병을 들고, 고래고래 함성을 지르면서 경기를 시청하고 있었지요. 펍 안에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저희가 들어갈 공간조차 보이지 않았습니다. 신랑은 전반전이 끝나면 사람들이 밖으로 나온다면서, 그 때 살짝 들어가자고 하더군요.

 

                     전반전이 끝나고, 펍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거나, 대화를 나누는 영국인들

 

사실 저희는 영국경기가 있을 때에는 펍에 가서 경기를 보는 것이 좀 겁이 났습니다. 왜냐하면 영국이 국제 경기에서 성적이 항상 좋지 않으니까, 괜히 분위기가 험해져서 저희들에게 해꼬지라도 할 것만 같았거든요. 물론 개인적인 생각이지만요. 실제로 그렇지는 않겠지만, 미리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으니까요.

 

 

그런데, 오늘은 왠지 펍에서 잉글랜드 대 프랑스 경기를 직접 보고 싶어졌습니다. 전반전이 끝나기가 무섭게 저희는 펍 안으로 들어갔지요. 펍 안은 이미 많은 영국인들로 가득 차 있었고요. 저희는 영국인들의 축구 경기 관람하는 모습도 찍고 스크린이 잘 보이는 곳으로 자리를 잡았지요.

 

                                  미리 자리를 잡은 사람들은 이렇게 편하게 앉아서 봅니다.

 

       대부분 사람들은 펍에서 이렇게 서서 봅니다. 저도 후반전 내내 서서 보느라 다리가 좀 아팠습니다.

 

참, 영국에서 축구 보면서 맥주는 필수지요. 한국은 생맥주를 시켜서 따라 마시는데, 영국인들은 저렇게 계속 한 잔씩(파인트) 시켜서 마십니다. 거기다가 안주도 잘 안 먹고요. 가끔 땅콩, 칩스를 먹기도 하지만요.

 

                                                  신랑이 사온 포스터스 입니다.

 

펍 뒤편에서는 직접 바베큐로 버거를 만들어 팔기도 하더군요.

                            잠시 전반전 경기를 보고, 몇 몇 사람들은 버거로 요기를 하기도 했습니다.

 

후반전이 시작되었어요. 잉글랜드 : 프랑스 = 1: 1

저는 경기보다 더 재미있게 관람했던 것이 단연 "영국인들의 축구 시청하는 모습"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영국 남자들은 축구를 보는 내내 모든 경기 내용에 따라 반응이 무척 크다는 겁니다.

 

제가 몇 가지 상황으로 분류해서 묘사해 볼게요.

 

첫째로, 상대팀(프랑스)이 반칙 혹은 반칙을 했는데도 심판이 휘슬을 불지 않았을 때~

자국팀이 불리한 상황이었거나, 상대팀이 파울, 심판이 파울인데도 불구하고 불지 않았을 때... 이처럼 자국 팀에게 좋지 않은 분위기로 흘러 갈 경우, 갑자기 일어나서 삿대질을 하며 소리를 고래고래 지르고, F로 시작하는 욕을 엄청 해댑니다. 얼마나 욕을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지, 분위기 바로 험악해지더군요. 특히 사진에서 보이는 일어서서 소리를 지르는 남자들은 경기 내내 얼마나 소리를 지르고 프랑스 욕을 해대는지요. 살벌했답니다. 완전 한일전 보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하긴 거의 비슷하다고도 볼 수 있겠지만요.

 

 

 

둘째로, 자국(영국)팀의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영국 프리미어리그 경기를 볼 때에 자주 볼 수 있는 "손을 머리에 올리는 영국인들의 모습" 입니다. 오늘 경기 내내 잉글랜드는 공격다운 공격이 거의 없었던 것 같습니다. 거의 프랑스가 경기를 주도했다고 볼 수 있었지요. 그래서 그런지 아쉬워하는 영국인들의 모습과 깊은 한숨이 자주 들렸지요. 특히 한 영국인은 고개를 푹 숙이고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기도 했어요.

 

  2 경기 결장하는 루니의 아쉬워하는 모습입니다. 그러고 보니 시술로 심은 머리가 꽤 잘 안착한 것 같아요.

 

 

 

셋째로, 자국 선수들이 교체되어 퇴장 및 나올 때 혹은 상대 팀 공격을 막았을 때~

축구 선수들은 교체되어 나올 때, 박수를 칩니다. 그럴 때마다 선수와 함께 영국인들도 함께 박수를 치면서 격려합니다. 또한 상대 팀의 공격이 실패하거나, 골기퍼가 막을경우, 큰 안도의 한숨을 쉬면서 박수를 치지요.

 

 

넷째로, 자국 선수들이 공격할 때~

오늘 잉글랜드 선수들은 제대로 공격이라고 볼 수 있는 유효 슈팅이 별로 없어서, 응원하는 모습은 많이 보이진 않았습니다. Go, Go 하면서 소리를 지르는데, 공을 자주 뺏기는 등 공격이 제대로 잘 안 이뤄져서 다들 답답해하거나 아쉬워했습니다.

잉글랜드는 슈팅 자체가 별로 없어서 공격 시에도 거의 이렇게 조용히 지켜보는 모습이 눈에 띄었습니다. 잉글랜드는 공격을 좀 할라치면 패스 미스도 자주 나고, 경기 운영도 그렇고, 선수 교체도 많았거든요.

 

 

참, 제 뒤에서 경기를 보는 아저씨들은 잉글랜드가 코너킥을 얻게 되었을 때마다 바로 돈 내기를 하더군요. 가볍게 3파운드씩 걸고요. 뒤에서 계속 짤랑짤랑하는 동전 소리가 끊임없이 들렸습니다. ^^

 

마지막으로, 축구 경기를 보면서 자주 볼 수 있었던 광경들~

영국인들은 경기 중간에 계속 맥주를 잔으로 주문해서 마십니다. 그래서 테이블에 빈 잔들이 넘칩니다. 경기 내내 펍에서 일하는 여자 직원들은 잔과 술병을 수거하러 다닙니다. 그리고 카운터로 가져가서 술병은 그 자리에서 던져서 깨 버립니다. 경기 내내 술병이 깨지는 소리가 얼마나 자주 들리던지요. 펍에는 섹시하고 가슴 큰 언니들이 있어야 펍에 남자들이 많이 몰리는 경향이 있지요.

 

 

결국, 잉글랜드 대 프랑스는 일대일 동점으로 경기는 끝났습니다. 잉글랜드는 그나마 무승부로 끝난 것이 다행이라고 생각했을 거에요. 경기가 끝나는 휘슬이 불자마자, 영국인들은 주변의 사람들끼리 악수를 하네요. 그리고 일부는 펍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거나, 경기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는 모습이었어요. 또한 바로 유유히 그 자리를 뜨는 사람들도 있었고요.

 

 

 

저희도 펍에서 나와, 장을 보러 대형마켓에 갔는데 손님이 하나도 없는 거에요. 정말 놀랐어요. 그 시간이면 다들 퇴근하면서 장을 보는 사람들로 가득 차는데, 오늘은 잉글랜드 팀 축구 경기가 있어서 그런가 봅니다. 이런 모습을 보면서 영국인들의 축구 사랑을 새삼 다시 느꼈습니다.

 

영국에 와서 처음으로 영국 팀 경기를 펍에서 본 저의 느낌은 "너무 재미있다" 입니다. 왜 지금까지 쓸데없이 겁을 잔뜩 먹고 집에서만 봤는지 좀 후회가 되었어요. 이제는 영국 팀 경기는 펍에서 영국인들과 함께 봐야 겠어요. 축구 뿐 아니라 영국인들의 축구 보는 생생한 반응도 보면서 제대로 영국 축구 문화를 즐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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