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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영국 - 한국 남편의 닮은꼴, 언제 철 들래?

by 영국품절녀 2013. 12. 17.

제가 지난 주말에 목사님 댁에 점심 식사 초대를 받아 가게 되었어요. 저희 부부 말고도 또 다른 한국 가족(부부와 아들 둘)과 함께 갔지요. 솔직히 목사님이 좀 장난끼도 있으시고, 참 재미있으신데요, 약간 지나치다 싶으면 언제나 옆에서 매의 눈으로 사모님이 주시하곤 합니다. 교회에서도 가끔씩 아이들과 장난을 치시는데요, 사모님이 지켜 보시다가 항상 뭐라 한 마디 하시지요.

 

그 날도 역시 목사님은 아이들의 눈높이에서 초등학교 저학년인 한국인 남자 아이 둘과 보드 게임 젠가를 했지요. 아슬아슬한 젠가 게임은 하는 사람도 진땀을 흘리면서 하지만, 보는 사람마저도 흥미진진하게 하지요. 

 

목사님은 두 아이들과 젠가를 하면서

 

이건 한국 vs 잉글랜드의 대결이야 !!!

 

자신의 차례가 되면…. 땀을 닦는 척 하시면서

 

Go, Go England~~

 

파이팅을 혼자 하시면서, 지지 않으려고 아주 열심히 젠가를 하시는 거에요.

 

 

 

 

 

영국인들의 간식인 칩스로 만든 젠가

 

(출처: Google Image)

 

 

아이들은 그런 목사님의 행동이 너무 재미있어서 까르르~ 웃고요저희들도 목사님의 과장된 모습을 보는 재미가 있었습니다. 게다가 식사 후에 차와 함께 초콜릿 상자를 가져 오셔서는, 목사님은 아이들에게 이렇게 말씀하십니다.

 

내가 먼저 먹어 보고, 독이 있나 없나 확인해 볼게.

 

(한 입에 초콜릿을 넣으시더니..)

 

윽~~ 고통스러운 소리를 지르시면서 바닥에 벌러덩 누워 버리십니다. ㅎㅎ

 

 

 

그런데 그걸 본 사모님은 저에게 이렇게 말씀하시네요.

 

남자는 저렇게 유치해(childish). ㅎㅎ

 

 

목사님을 보고 있노라니, 왜 이리 저희 신랑과 비슷할까요? 신랑도 어이없는 농담을 잘하고요, 저를 놀리는 재미로 사는 것 같다고나 할까요? 신랑 말로는 제가 놀려 먹는 맛이 있다고 하네요. 신랑의 말에 제가 즉각적인 반응을 해서 그런가 봅니다. 사실 저도 신랑의 어이없는 농담이 너무재미있고, 저도 장난치는 것을 즐기는 편이에요. 즉, 저도 철이 없다는 의미가 될 수 있겠네요. ㅎㅎ

 

 

그래서 저도 사모님께 말씀드렸지요.

 

남자는 아들이에요. ㅎㅎ

 

 

 

 

(출처: Google Image)

 

마치 저희 부부를 묘사한 듯한 그림입니다. ㅎㅎ

신랑은 그 반대라고 할 수도 있겠지만요. ㅎㅎ

 

 

 

주변 한국 아줌마들도 말씀하시기를, "남편을 "제일 말 안 듣는 큰 아들" 이라고 생각하고 살아야 한다" 입니다. 저희 교회에서도 보면, 영국인 아내들이 마치 자신의 남편을 아이 다루듯이 하는 행동을 목격할 때가 있습니다.  남편이 무엇을 할 때마다 크게 칭찬을 해 주고요, 엉덩이도 툭툭 두드려 줍니다. 또한 사랑스럽게 이름 혹은 하니, 달링이라고 자주 불러 주지요. 그리고 아내들은 모임마다 항상 남편을 데리고 다니기도 한답니다. (우리 교회에서는 그렇게 남편들이 여자 옆에 딱 붙어 다닙니다. ㅎㅎ)

 

 

 

 

(출처: Google Image)

 

 

저 역시도 신랑을 가끔은 아들 취급할 때가 있어요. 그래서 "귀여워라~~" 막 그러면 안아 주거나, 볼에 뽀뽀를 해 주면.... 가끔은 좋다고 해죽거리다가도 어쩔 때에는 아이 취급이 싫은지, 입을 삐죽거리면서..

 

나중에 아들 낳으면 그렇게 해~~

 

그래서 제가 아들 낳기 전까지는 신랑을 아들처럼 귀여워해준다고 했어요. 아무래도 아이가 생기면 지금까지 남편에게 집중했던 저의 에너지와 시간들이 자녀에게 나눠질 테니까요. ㅎㅎ

 

 

영국인 남편을 둔 친한 언니도 저에게 이런 말을 종종 합니다.

 

신랑과 내가 나이 차가 좀 있어서, 나를 너그럽게 품어주고 그럴 줄 알았는데...

나보다 더 잘 삐지고, 한번 토라지면 며칠 동안 말도 안 하고...

 

밤에는 잠도 같이 안 자고, 거실에서 컴퓨터 게임만 몇 시간씩 하길래...

 

화가 나고 속이 터져서 문자를 이렇게 보냈다고 하네요.

 

"Grow up! Act your age!!" (철 좀 들어라! 나이 값 좀 해!)

 

 

 

그랬더니 신랑이 그 문자를 보고, 쏜살같이 침실로 들어왔다고 하네요. ㅎㅎ 그러면서 부부싸움을 해도 언니가 먼저 토닥여 주고 말을 붙여야만 신랑이 풀린다면서... "꼭 새침한 아들 한 명 키우는 것 같다" 고 했어요.

 

 

어쩌면 세계 만국 남편의 공통점이 "철이 없다" 가 아닐까 싶은데요. 남편은 나이, 국적, 성격 불문하고 말이에요. 개인에 따라 "덜하고 더 한다는 차이"만 있을 뿐, 대부분의 남편들은 철이 좀 없는 것 같거든요. 어쩌면 우리 여자들이 남자를 철 없게 만들고 있는 것인지도 모르겠습니다. 남자들은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옆에서 엄마와 아내가 알아서 다 챙겨주니까 말이에요. ^^ 물론 남편보다도 철이 더 없는 아내들도 있긴 하지만요. ㅎㅎ 저희는 둘다 철이 없다보니, 서로 장난치면서 사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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