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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영국 - 한국 임산부를 대하는 시각 차이

by 영국품절녀 2014. 8. 8.

제가 임산부라 요즘 저의 관심은 온통 임신, 출산, 육아에 집중되어 있습니다. 전에는 전혀 흥미가 없던 분야였는데, 정말 임신이라는 기적은 제 생활을 통째로 바꿔버린 듯 합니다. 영국에서 임신 사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리면서 단 한번도 "~하지 마라" 라는 말들을 들어 본 적이 없습니다. 물론 의사와 미드 와이프는 약간의 임산부가 금기시해야 할 음식에 대해 알려 주었지만 거의 손에 꼽을 정도였습니다. 그렇게 산전 검사부터 초음파, 기형아 검사, 당뇨 검사를 통해 저는 위험성이 낮은 (Low -Risk) 산모였습니다.

 

그런데 한국에 와 보니, 만나는 사람들마다 다들 저에게 하는 말은 ~

"노산이라 위험하니까 조심해야해~"

"~ 하지 마라.. ~먹지 마라.."

"이것은 꼭 먹어야해... ~~ 꼭 해야해 등등"

 

저를 걱정하시는 분들의 마음은 너무나 감사하지만, 계속 듣다보니 이제는 공포로 느껴지기까지 합니다. 특히 임신 초기에 엽산을 먹으니까 속이 안 좋고 입덧이 더 심해지는 것 같아 안 먹었어요, 제가 엽산을 안 먹는다고 하니까 한국에 있는 지인은 저에게 당장 큰일이라고 난 것처럼 기형아를 낳는다면서 무조건 엽산을 먹어야 한다고 겁을 주는 거에요. 그 말에 겁 먹은 저는 미드 와이프에게 제 몸 상태와 엽산 섭취에 대해 물었는데, 엽산을 꼭 먹을 필요는 없다고 했어요. 그러면서 음식을 통해서 엽산을 섭취해도 된다고 하면서 저를 안심시켰지요. 철분제도 마찬가지라고 하더라고요.

 

(출처: 구글 이미지)

 

그런데 우리만 그런 것은 아닌 듯 해요. 저의 마지막 수업 날 동료 교사들과 작별 파티를 하는데요, 인도네시아 출신 교사가 저에게 "(특정 견과류명을 언급하면서) "임신 중에는 ~ 먹지마" 하더라고요. 그랬더니 영국인 교사들은 금시초문이라는 표정으로~~

"아시아 출신 여자들은 임신 중에 금하는 음식들이 많은 것 같아.."

알고보니 아시아 출신 동료 교사들로부터 임신 중에 금기해야 할 것들에 대해 많이 들었더라고요.

 

이처럼 동서양의 차이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확실히 영국은 태아보다는 임산부의 행복과 마음 안정을 더욱 중요시여기는 것 같아요. 임산부가 좋으면 아기도 괜찮다 라는 식이지요. 그렇다고 해서 염색, 여행, 파마, 담배, 술 등등을 원하는 만큼 하면 안 되겠지요. 뭐든지 과한 것은 금물이니까요.

 

영국에서는 마음이 참 편했는데, 한국은 왜 이리 임산부를 힘들게 하는지... 제가 보기에 한국은 임산부를 마치 "중한 환자"로 착각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모르겠어요. 주변 사람들은 물론이고요, 의사와 간호사들도 마찬가지인 것 같아요.

병원에 정기적으로 갈 때마다 의사가 하는 말은... 거의 임산부의 마음을 안심시켜주는 말보다는 걱정을 불러 일으키는 듯한 내용의 말들이 훨씬 많습니다. 그래서 마치 내가 우리 아이에게 좋지 않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생각이 들 정도에요. 그렇다보니 일부 병원들은 마음이 약한 임산부들을 상대로 쓸데없는 비싼 검사 등이 필수인 것처럼 속이거나 기본 검사에 끼어팔기 하는 식으로 이윤을 창출하고 있습니다.

 

제가 한국에 오기 전에 지인 분들이 이런 말씀을 하시더군요.

한국 산부인과에 가면 쓸데없이 필요하지 않은 검사들까지도 강요한다..

굳이 다 안해도 되니까 잘 알아보고 하는 것이 좋겠다..

 

한국에서 출산을 하신 분들로부터 이미 너무나 많이 들었던 터라, 저희 부부는 영국에서 꼭 하는 기본적인 검사만 하기로 마음 먹고 집 근처에 있는 산부인과에 등록했어요. 다행히 제가 다니는 곳은 병원비도 저렴한 편이고, 기본 검사 외에는 임산부의 선택에 따라 검사를 결정할 수 있어서 괜찮은 것 같습니다.

 

제가 하고 싶을 말은 임산부는 사회에서 배려해야 할 약자이지, 환자가 아니라는 것입니다. 요즘 문제시 되는 일부 병원의 과하고 비싼 검사 강요 및 주변 사람들의 지나친 관심과 협박(?)은 임산부에게 해만 될 뿐입니다. 물론 조심해서 나쁠 것은 없습니다. 다만 임산부 마음이 편해야 아기도 행복하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