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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영국에서 들은 나꼼수 마지막회와 한국 대선

by 영국품절녀 2012. 12. 19.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어제에 이어서 오늘도 제가 쓰게 되었네요.

 

오늘은 한국 대통령 선거가 있는 날입니다. 어제는 인기 팝 캐스트 "나는 꼼수다(이하 나꼼수)"의 마지막 방송이 있었습니다. 영국에서 정치학을 공부하고 또한 가르치기도 했던 사람의 입장으로서 "대선""나꼼수"에 대해서 그 동안 느껴 왔던 것을 적어보려고 합니다.

 

제가 약 3년 이상 한국에 있지 않아 한국의 자세한 사정을 알 수는 없지만 – 물론 지난 여름에 한국을 잠깐 다녀오긴 했지만요 – 이번 대선을 앞두고 가장 특이할 만한 것은 젊은 층의 높은 대선 참여열기입니다. 솔직히 지난 대선 때에는 이명박 당시 후보의 지지율이 워낙 막강했던 터라 젊은이들의 참여열기도 높지 않았고, 그저 경제만 살리라는 분위기가 강했었지요.

 

그러면 그 이전 대선, 즉 노무현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될 그 당시의 젊은 층은 투표율이 높았을까요?

제가 노무현 대통령의 당선 요인을 다룬 일부 논문(한국어&영어)들은 젊은 층의 압도적인 지지와 반미주의(미선-효순이의 사망사건으로 촉발된)로 분석합니다. 또한 80년대의 민주화 운동의 주축이었던 386세대의 적극적인 참여 열기도 언급됩니다. 그런데 이 당시의 세대별 투표율을 보면 꼭 조금 의아해 집니다. 20대의 투표율은 56.6%, 30대는 67.4%였습니다. 당시 평균 투표율인 70.8%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습니다. 즉 노무현 후보는 20, 30대 뿐 만이 아니라 장년층에서도 지지를 받았기 때문에 당선될 수 있었던 것입니다.

 

투표 꼭 합시다. (출처: 구글 이미지)

 

요즘 대선의 투표율을 분석한 기사들을 보면, 20대와 30대가 줄어들었기 때문에 70%이상 투표율을 나타내더라도 야당의 문재인 후보가 결코 유리하지는 않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20대와 30대 유권자의 수가 확실히 줄어 들었기 때문입니다. 지지율과 유권자의 수만 놓고 평가 본다면 중, 장년층에게 탄탄한 지지를 받고 있는 박근혜 후보에게 유리한 상황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당에서는 젊은 유권자들의 투표율 증가를 간곡히 바라고 있고, 그럴 조짐도 없지는 않아 보이기에 이번 대선이 더욱 흥미진진해 진 것 같습니다.

 

이번 대선에서의 20, 30대 유권자들은 2002년 대선 때와 무엇이 다를까요?

일단 저의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정치에 대한 관심이 꽤 높아진 것 같습니다.

 

젊은 층의 정치의식을 고취시킨 여러 이유가 있을 수 있겠지만, 저는 가장 큰 이유 중 하나를 나꼼수를 비롯한 팟 캐스트의 등장으로 꼽고 싶습니다. 나꼼수의 목적은 초기부터 명확했습니다. 현재 이명박 대통령 및 현정부였죠. 이들은 각자가 수집해 온 정보를 취합하고, 그것을 관련 정치 상황에 대입하여 적절하고 – 때로는 무리수라고 느껴질 만큼 과감한 – 설득력있게 설명을 제공해 주었죠. 물론 중간에 나오는 욕설 때문에 듣기 싫어하는 사람도 있을 것 같지만 평소 정치에 무심했던 젊은 여성층까지 사로잡을 정도였으니 역할은 결코 무시할 수 없을 겁니다. 그러고 보니 나꼼수 이전까지는 정치상황을 구석구석 알기 쉽고 재미있게 설명해 주는 곳은 거의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잖아요?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나꼼수가 갖는 의미는 – 비록 사실에 부합하지 않았던 면이나 과장도 약간은 있었다고 할지라도 – 한국 정치사에 크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나꼼수로 대표되는 팟 캐스트가 우리에게 던진 메시지는 이 뿐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우리에게 "국가 지도자의 철학의 부재는 일관성 없는 어설픈 실용주의" 를 낳고, 이는 결국 "한심한 국가정책(경제 정책 포함)으로 나타날 수 밖에 없다는 점" 을 일깨워 주었기에 우리에게 더 큰 의미로 다가왔던 것이 아닌가 합니다. 많은 사람들이 지난 대선 때 이명박 후보를 지지했던 이유가 "경제 전문가이니 무슨 수를 써서라도 경제를 잘 살릴 것" 이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유시민 전 장관이 방송에 나와 종종 했던 말인데요, 이명박 후보의 도덕적 결점을 당시 유권자가 모르진 않았습니다. 단지 어려워진 경제를 회복시켜줄 구원투수로 보았었지요. 물론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경제정책 실패로 인한 낮은 지지도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원인이지요.

 

그런데 지난 5년 동안 우리들이 느낀 것은, 올바르지 못하고 불투명한 정치행위는 제대로 된 경제정책으로 구현되지 못했고, 이는 곧 서민 생활의 고통으로 돌아 왔습니다. 나꼼수를 비롯한 팟 캐스트들은 현 정부의 불투명한 정치의 원인을 그럴 듯한 증거와 설명을 통해 통쾌하게 – 물론 현 정부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봤을 때 – 비판했습니다. 바로 이 부분에서 젊은 청취자들은 국정 통치자 및 지도자들의 도덕성과 진정성에 대해 다시 한 번 의문을 던지지 않았을까 합니다. 즉 경제 침체로 가장 많은 타격을 입은 "젊은 층"이 비로소 "정치"의 중요성에 대해서 자각했던 것이지요. 정치가 단순히 여의도와 청와대에서만 이루어지는 먼 나라의 이야기가 결코 아니라는 것임을 알게 되었다는 겁니다.

 

금년에 있었던 프랑스 대선의 투표율은 81%였다고 합니다. 프랑스 대사관에 투표하러 모인 프랑스 젊은이들의 모습은 영국 언론에도 꽤 비중 있게 소개되었습니다. 투표를 통해 자신의 선조들이 피를 흘려가며 쟁취했던 민주주의를 지키고 자신의 권리와 의무를 다하고자 노력하는 모습은 제 눈에도 인상 깊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오늘의 "투표" 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투표율이 높아야 국민 무서운 줄 압니다. (출처: Every Jokes)

 

중, 장년층들의 투표율이 높은 이유는 무엇일까요?

제 생각으로는 그분들은 정치, 그리고 정치행위가 자신들의 삶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는 것을 이미 경험적으로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비록 투표가 민주사회 시민의 권리이자 의무라고 강조하지는 않겠습니다만, 이번 대선에는 더 큰 의미가 들어 있다고 봅니다. 즉, 이번 투표를 통해 우리는 민주주의를 위해 생명을 바치기까지 했던 우리의 선배, 국가의 경제화를 위해 애써왔던 우리의 부모, 그리고 한참 자라는 우리의 아이들을 위해, 더 훌륭하고 품격 있는 국가를 만들어나갈 의무를 수행해야 합니다. 


 

    @Kevinpow 님이 트위터에서 만든 무효표 방지를 위한 주의사항

참, 인주가 옆으로 번져도 무효되지 않는다는 것 알아 두세요. ^^

 

여러 후보들 중 누구를 찍느냐는 유권자 개인의 선택입니다. 다만 대한민국의 미래를 위해 어떤 후보자가 더 나을까 – 혹은 극단적으로 말해서 덜 나쁠까 – 를 충분히 생각하십시오. 그리고 투표합시다. 오늘 우리의 손에 앞으로 5년의 대한민국의 밑그림이 그려집니다. 다시는 이 땅에서 나꼼수가 필요없을 만큼 투명한 정치가 펼쳐지길 기대해 봅니다. 어서 투표하러 가십시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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