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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남매맘으로 살아가기

영국에서 첫 초음파 검사, 아이가 안보여?

by 영국품절녀 2014. 4. 15.

안녕하세요? 영국 품절남입니다. 오랜만에 글을 포스팅하게 되었네요. 어제는 아내와 함께 병원에 다녀왔습니다. 임신 후 처음으로 초음파 검사를 받기로 한 날이었기 때문이지요. 임신 사실은 지난 달 첫째 주 프랑스 여행 출발 당일에 알기는 했지만, 임신 후 병원 방문은 처음이라 조금 긴장되기도 했네요.

 

한국에 있는 친구나 지인들의 이야기를 들어보면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즉시 바로 산부인과로 가서 피검사 및 소변검사를 통해 임신 사실을 정확하게 확인하고, 다소 이르지만 초음파까지도 한다고 하더군요. 그런데 영국에서 제가 겪은 초음파까지의 과정은 한국과는 약간 달랐습니다.

 

저희 부부는 약 5주전 프랑스 여행 출발 당일 약국에서 구입한 테스트기로 임신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 후로 첫 초음파 검사 전까지도 의사 혹은 의료관계자로부터 임신여부를 정확하게 확인 받고 싶었는데 그럴 수가 없어 답답하더군요.

 

☞ 영국에서 임신 사실을 확인하면, 앞으로 행해지는 일들?

 

1. GP 주치의에게 임신 사실 알리기

저희는 GP(1차 진료소)에 가서 주치의에게 임신 사실을 알렸지만 주치의가 한 일은 그저 혈압 정도만 확인한 후, 금해야 할 음식에 대해 알려주고 조산사(midwife)와 연락을 주선해 주겠다고 했습니다. 또한 원래 예정되어 있던 불임검사 약속을 취소한 것뿐이었습니다.

 

2. 조산사와의 만남 및 혈액 & 소변 검사(약 7~9 주 정도)

약 2주전, 조산사가 집으로 방문해서 혈액, 소변 및 혈압 검사 등을 하고 부부 건강 상태 및 가족력 등을 바탕으로 약 30분 정도 상담을 했습니다. 다만 언제 임신이 된 것인지는 잘 모르더군요. GP로부터 넘겨받은 건강 자료와 마지막 생리 날짜를 바탕으로 출산일을 예측할 뿐이었습니다. 자세한 출산 예정일은 초음파 검사를 해봐야 안다고 했습니다.

 

 

 

 

제가 진정 알고 싶은 것은 실제 임신 여부 그 자체였습니다. 2월 초부터 열도 있었고 3주전부터는 입덧도 열심히 하기에 임신이 아닌 것 같지는 않았습니다. 조산사는 며칠 내로 초음파 검사와 관련 편지를 보내주겠다고 했습니다만 정작 편지가 도착한 것은 조산사 상담이 있고 난 열흘 후였습니다.

 

 

3. 첫 초음파 및 다운 증후군 검사 (약 12주 정도)

편지에는 초음파 검사를 받게 될 장소와 시간 등이 적혀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 외에 권유 사항으로 검사 한 시간 전까지 물을 약 1리터를 마시라고 했습니다. 그 정도의 물이 왜 필요한지는 잘 모르겠지만 저희야 시키는 대로 할 수 밖에 없었지요. 병원에 도착해서 서류를 제출하자 간호사는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저희를 초음파실로 안내했습니다. 병원에 올 때마다 항상 20-30분 정도 기다렸었는데 오늘은 다르더군요.

 

초음파 스캐너를 배에 대고 이리저리 움직이는데...

저희 부부는 깜짝 놀랄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아이가 안 보여~~!!" (혹시 상상임신??)

 

비록 둘 다 차마 말은 못했지만 눈빛만 봐도 서로의 생각은 알 수 있었습니다. 스크린만 다시 뚫어지게 쳐다 보는데, 드디어 한 구석에서 태아처럼 생긴 뭔가가 살짝 보이는 것 같기는 합니다. 스캐너를 부지런히 움직이던 간호사는 드디어 태아가 잘 보이는 위치를 찾아 냈습니다. 한참을 안도하며 스크린을 쳐다보는데 간호사가 아내에게 화장실을 다녀 오라고 하네요. 아이가 잘 안 보였던 이유는 바로 한 시간 전에 마셨던 물 때문이었습니다. 물을 마셔도 너무 마셨나 봅니다. ㅎㅎ

 

 

다시 스캐닝을 시작하자 간호사는 태아가 잘 보이는 위치에 스캐너를 고정시켰습니다. 그러자 귀엽게(?) 생긴 태아가 막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비록 5cm도 안 되는 작은 태아였지만, 제법 사람처럼 생겼더라고요. 꿈틀대는 것을 보니 놀라우면서도 신기했습니다. 이 녀석은 누굴 닮았는지 벌써부터 손발이 바쁘기만 합니다.

 

간호사는 스크린을 출력해 건네주면서 "아직 태아가 너무 작아 다운증후군 검사는 할 수 없으며 성별도 아직은 알 수 없다" 고 합니다. 약 2주 후에 다시 스캐닝과 피 검사를 받아야 한답니다. 2주 후 병원에 다시 와야 할 것 같기는 합니다만 임신과 관련된 모든 것을 직접 눈과 귀로 확인할 수 있어서 저희 부부는 그제서야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다만 필요 이상으로 마셨던 물은 스캐닝 이후에도 품절녀님을 조금 괴롭혔습니다. 병원에 나서면서도 화장실만 세 번을 더 들락날락했으니까요. ㅎㅎ

 

저희는 임신 사실을 알게 된 후부터 첫 초음파 검사까지 무려 6주라는 시간이 걸렸네요. 며칠 전 출산을 한 처제의 말에 따르면, 한국이었으면 상상도 할 수 없었을 것라고 하던데요. 무엇이 더 나은지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 같습니다. 처음에 아기가 안 보여서 가슴이 철렁했지만, 건강하게 엄마 뱃속에서 잘 놀고 있는 까롱이를 보니 아주 안심이 되네요. 하루 빨리 아내 입덧이 끝나기를 바랄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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