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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명절과 기념일

영국 동성애 커플의 사랑과 전쟁, 왜 이러나

by 영국품절녀 2012. 4. 6.


요즘 한국은 다가올 총선 소식 못지 않게, 유명인들 (배우, 개그맨 및 스포츠선수 등등)의 이혼 소식으로 조금 떠들썩 한 것 같아요. 영국 역시 유명인들의 이혼은 언론의 상당한 주목을 받곤 합니다. 그런데 영국에서는 별로 유명하지 않은 커플의 이혼이 유명해진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그것은 바로 동성 커플의 재산 분배 싸움 때문이었는데요, 최근 영국의 결혼 제도 이슈와 맞물려 언론의 주목을 받았습니다. 향후 게이 커플의 이혼시 재산 분배의 척도가 될 듯 합니다. 사실 이 문제가 생각보다 복잡한 것은 영국의 독특한 결혼 제도에서 비롯된 것일 수도 있겠어요.

 

영국에서는 “파트너(Partner)”라는 말을 동성애 커플 혹은 (법적으로 부부가 아닌) 동거하는 커플들에게 사용한다고 합니다. 어떤 영국 분이 저에게 그(신랑)가 너의 파트너냐?”고 물어보길래, 전 적잖이 놀랐답니다. 저의 주관적인 느낌으로는 사업 파트너도 아니고, 괜히 그는 내 파트너야라고 하면 별로 좋지 않은 뉘앙스로 들리는 것 같거든요실제로 작년에 영국 인구 조사를 위한 설문지를 작성한 한 적이 있었는데요, 거기에도 Husband, wife와 함께 partner 칸도 따로 있더라고요. 이렇게 영국에서는 "파트너"라는 명칭이 동성애 커플뿐 아니라 남녀 관계에도 흔히 쓰이는 것 같습니다.

 

 

영국에서는 2004년에 시민 동반자 법 (Civil Partnership Act)이 발효됨에 따라, 세금, 유산, 연금 등 일반 기혼자들(Civil marriage)이 누리는 권리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잘 아는 영국 가수인 엘튼 존은 12년간 사귀어 온 그의 파트너와 이 법이 발효되자마자 결혼식을 올려서 화제가 되었지요. 제 친구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자신의 영국인 친구(남자)도 그의 파트너(남자)와 결혼식을 성대하게 했다고 하더라고요. 이렇게 본 법이 제정되고 영국에서는 일부 동성애자 커플이 합법적으로 부부가 되어 살고 있습니다.

 

 

 

                               엘튼 존과 그의 파트너인 데이비드 퍼니시   (출처: 구글 이미지)

 

 

최근에 영국에서는 흥미로운 법정 소송이 있었습니다. 영국의 시민 동반자 법이 제정되고, 처음으로 게이 커플의 이혼 소송이 있었거든요. 이 커플은 11 7개월 만에 남남으로 갈라섰지요. 그런데, 둘의 이별이 사회적으로 이슈가 된 이유는 어마어마한 액수의 재산권 다툼이 벌어졌기 때문이지요.

                                      은행원                                               배우            

한 명은 부유한 은행원, 다른 한 명은 그냥 배우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들의 헤어짐에 있어서 재산 분할이 큰 복병으로 작용했어요. 사건을 한마디로 요약하자면, A(은행원)가 소유한 어마어마한 재산에 대해 B(배우)가 상당한 액수의 재산 분할을 요구하는 바람에 일어난 일 입니다. 영국 법원은 B의 요구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고 일축했으며 A에게 손을 들어주었지요. , 이 둘의 관계는 일반 기혼자 커플과 똑같이 다룰 수 없다는 것 입니다. 그 이유는 둘 사이에 아이가 없었으므로, 서로의 커리어를 쌓는 데 전혀 무리가 없었기 때문이에요참고로, 법원은 350,000 파운드(6억원 정도)가 적정 선이라고 판단,  A는 B에게 이에 해당하는 금액을 지급하라고 했으며,  A는 이러한 판결에 대해 무척 만족했다는 후문입니다.

                                                                                                             (출처: bbc.co.uk)

 

 

이번 동성 커플의 이혼을 보니, 확실한 것은 시민파트너 법과 일반 결혼 법의 규정 내용이 완전히 같지는 않은가 봅니다. 그래서 그런지 영국의 동성애자들은 게이 혼인 법(gay marriage law)을 제정하도록 압력을 넣고 있습니다. 이에 영국 총리인 데이비드 카메론도 긍정적으로 받아 들였으며, 2015년에 게이 혼인을 법제화하겠다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습니다. 동성애자 권리를 주장하는 단체에서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결혼은 "사랑"하는 커플의 결합이지, 성(gender)하고는 관계가 없다고요."

 

 

                                                             게이 커플의 결혼식 (출처 bbc.co.uk)

 

덧붙여서 게이 혼인 법과 관련되어 일부는 이렇게 주장하고 나섰습니다.

영국에서는 부부간에 “husband, wife” 라는 말을 아예 사용하지 않도록 하자는 겁니다. 동거로 오랫동안 사는 커플 혹은 동성애자들에게 이런 단어는 다소 공격적인(aggressive) 뉘앙스를 풍길 수 있다는 거에요. 그래서 이제는 아예 파트너로 명칭을 통일하자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이런 정치적, 사회적 분위기를 우려하는 종교 지도자들 및 교회, 단체들은 동성 커플의 혼인법 통과를 저지하려는 청원을 시작했습니다. 현재 온라인 사이트를 통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저번 주 예배에 참석했는데, 목사님께서 어떤 짤막한 광고 화면을 보여주셨지요. 그 동영상에서는 동성 커플의 혼인법이 발효되면, 영국의 가족 문화는 해체되고, 지역 사회(community)는 망가진다는 경고 메시지가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현재 온라인 사이트에서 몇 십만 명의 반대자들의 서명과 모금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출처: http://c4m.org.uk/)    

 

 

이러다가 영국에서는 결혼(marriage)이라는 개념이 바뀌는 것 아닌가요. 거기다가 남편을 남편이라고 부르지 못하고, 아내를 아내라고 부르지 못하는 그런 이상한 나라는 되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