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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실시간 영국 소식

영국 철도 요금 인상, 기가 막히는 현지인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4. 1. 6.

영국은 오늘부터 일부 회사들은 정상 업무에 돌입하고, 초,중,고등학교들도 개학을 합니다. 직장인들은 아침 일찍 서둘러서 출근 준비를 하고, 대중교통 혹은 자가용을 몰고 일터로 향하는데요, 이들이 겪고 있는 출퇴근 전쟁, 차는 막히고, 지하철, 버스에는 사람들로 꽉 차서 숨도 제대로 쉴 수 없지요. 이것은 꼭 우리나라만 해당되는 문제는 아닙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현대인의 필요악이라고 보는 것이 적절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출처:BBC)

 

요즘 국내에서도 논쟁이 한창인 철도 민영화를 시행하는 영국에서는 2014년이 시작되자마자 평균 2.8% 의 기차요금 인상을 또 다시 발표했습니다. 해마다 철도를 이용하는 현지 직장인들 및 시민들은 높은 기차 요금 인상에 대한 저항이 심하지만, 정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올해에도 인상을 감행했습니다. 이에 일부 통근자들의 경우(일년 시즌권 구입)에는 약 £5,000 (한화 870만원) 이상이 들 것이라고 내다봤습니다. (다만 웨일즈, 스코틀랜드, 북아일랜드는 별도로 차이가 있습니다.)

 

런던 빅토리아 역 기차타는 곳

 

특히 런던의 경우에는 트레블 카드 사용자로 인해 당분간 1월 19일까지는 기차요금 가격 인상을 미룬다고 밝혔는데요, 앞으로 런던 여행을시는 분들은 가격이 인상된 기차표를 구입하시게 될 거에요.

 

 

Network 기차카드로 예약을 하지 않아도 30% 할인해 주는 카드에요.

(런던 외곽 지역까지만 할인이 적용됩니다.)

 

저도 런던에 갈 때에는 거의 기차를 이용하고 있는데, 매년 기차표가 인상되는 것 같습니다. 물론 버스 요금도 매년 인상되긴 마찬가지입니다. 정말 영국이 비싼 교통비로 악명높다는 것을 새삼 느끼고 있지요.

 

 

영국 통근자들은 자국 철도 요금 및 서비스에 비난이 높습니다. BBC 기사에서 보니 지방에서 런던으로 매일 통근하는 직장인들의 출퇴근 사정을 보니 가슴이 답답해졌어요.  

 

우리나라도 그렇지만, 영국도 대부분의 괜찮은 일자리는 도시에 주로 몰려 있습니다. 지방 자치가 발달되어 있는 영국은 도시와 지방의 생활 수준 차이는 별로 없지만, 일자리의 양과 질에서는 격차가 꽤 큰 편이지요. 작은 시골에도 일자리가 아예 없는 것은 아니지만, 큰 기술을 요하지 않거나, 대학을 굳이 나오지 않아도 할 수 있는 단순 직무가 대부분이에요. 이러니 대학 졸업생들의 대부분은 런던과 같은 도시로 직장을 구하기 위해 몰리는 경향이 나타납니다.

 

하지만 런던의 괜찮은 동네에서 살기란 그리 만만치는 않다고 합니다. 비싼 집값, 생활비로 인해 비싼 철도 요금을 대신에 집값이 싼 지역을 선택하지요. 일부 런던 통근자들은 옥스포드, 캠브리지에서 살고 있는데요, 예전과 비교해 점점 그 지역들의 집값과 기차 요금이 인상되어 경제적인 이득이 거의 없다고 하네요.

그래서 일부는 집값이 더욱 싼 곳으로 이사를 가곤 하는데요, 그렇게 되면 문제는 출퇴근 시간이 더욱 길어질 수 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또한 기차 요금도 더 올라갈 수 밖에 없고요. 물론 단지 경제적인 문제만은 아니라고 해요. 자녀가 있는 부부들의 경우에는 정신없이 바쁜 런던보다는 여유스럽고 평안한 삶을 즐길 수 있는 전원에서 자녀 교육을 시키고 싶어합니다.

 

 

제가 사는 곳에서도 기차로 런던 빅토리아 역까지 약 1시간 30분이 걸리는데요, 제가 종종 런던에서 퇴근 시간인 오후 5~6시 정도에 기차를 타면, 자리가 없어서 서서 가야 할 정도로 평일에는 퇴근하는 직장인들로 기차 안이 꽉 찰 정도입니다. 알고 보니, 제가 사는 지역(켄트)에서도 기차로 런던까지 출퇴근을 하고 있는 사람들이 꽤 많은 편이더라고요.

 

 

BBC기사에서는 매일 원거리 통근자를 가리켜서 "Extreme Commuter" 라고 부릅니다.

런던에서 살다가 자녀를 위해 전원 생활을 선택하고 서퍽 교외에서 사는 Marcus 는 매일 아침마다 출근을 하기 위해 새벽 5시 40분 기차 시간에 맞춰 자가용으로 기차역까지 간다고 합니다. 기차는 약 2시간 30분 동안 타며, 런던 킹스크로스 기차역에 내려서 사무실까지 도보로 25분 걸어야 한다고 해요. 그는 하루에 출퇴근에 소요하는 시간이 적어도 6시간 정도가 되는 셈이지요. 특히 날씨 상황이 좋지 않거나, 잘못 내릴 경우에는 아주 낭패라고 합니다. 퇴근해서 집에 오면 심신이 지쳐버린다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원거통근은 가족간의 관계에도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매일 자동차로 2시간 정도를 운전해서 가야하는 남편이 있는 Jane은 남편이 퇴근하는 시간에는 아이들은 이미 취침시간이라고 합니다. 영국은 어린 아이들은 대부분이 늦어도 7시 전에는 취침을 하니까요. 이로 인해 남편은 가족들을 위해 매주 두번은 출근을 하지 않기도 결정했다는 군요. (우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인데요.)

 

이렇게 출퇴근 전쟁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도시 일자리들은 수준 높은 전문 기술과 능력을 갖고 있는 사람들을 요구하고 있고, 월급도 높은 편이지요. 도시 외곽에서 살기를 원하는 사람들의 경우에는 어쩔 수 없이 출퇴근 전쟁은 감수해야 합니다. 일부에서는 자신이 살고있는 지역에서 직장을 잡는 것이 유일한 방법이라고 조언하지만, 그렇게 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매일 아침마다 런던으로 출근하는 직장인들은 동네에 직장이 있어서 걸어서 출퇴근하는 사람들이 세상에서 가장 부러울 것 같습니다.

 

 

원거리 통근자들이 겪는 많은 문제들 - 출퇴근 전쟁, 체력 부담, 가족간의 결속 약화 -  이외에도 가장 큰 부담은 다름아닌 "기차 요금" 이라고 목소리를 높입니다.

 

에 철도 관계자는 이러한 답변을 내놓고 있습니다. 해마다 철도 비용이 인상되는 원인은 다양하지만, 가장 주된 것은 "철도 운영 자금 충당" 이라고 합니다. 앞으로도 당분간은 철도 요금이 매년 인상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철도 보조금을 약 32% 정도 부담하고 있지만, 곧 25%로 삭감할 예정이라고 하니까요. 그러니 나머지 비용을 시민들이 떠맡아야 하는 겁니다. 통근자 이외에도 더 많은 시민들이 기차를 이용해야 철도 운영을 충당할 수 있다고 하는데, 요금은 있는대로 올려 놓고는 더 많이 이용하라는 말이 상당히 불쾌하네요.

 

작년(2013)에 비해 올해(2014) 증가하는 기차요금

(출처: BBC)

 

이에 영국 현지인들의 반응은 거의 조롱과 탄식에 가까운 수준입니다.

가격에 비추어 본다면, 이미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고 훌륭한 철도 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것 아닌가?

왜 다른 유럽에서는 우리보다 더 싸고 효율적으로 철도가 운영되고 있을까?

월급은 오르지도 않으면서, 계속해서 기차표 가격만 오르면 어떻게 사나?

기차 요금은 매년 오르지만, 서비스는 전혀 나아지지도 않나?

기차 이용을 포기하라는 의미인가?

철도 민영화는 서비스를 더욱 후지게 만들고,  철도 주주들의 배만 불리고 있다.

 

저는 철도 민영화에 대해서 정확하게 알지는 못하지만, 지금까지 제가 영국에서 경험하고 있는 철도 서비스는 크게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금은 매년 인상되고 있는 실정이지요. 런던으로 출퇴근하는 지인도 월급의 1/3이 교통비로 들어간다면서 가까운 곳으로 일자리를 알아본다는 말을 한 적이 있어요. 현재 우리도 철도 민영화 및 운영을 두고 말들이 많은데요, 소수가 아닌 대중을 위하는 길이 무엇인지를 정부가 제대로 인식하고, 올바른 정책을 시행해 나가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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