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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영국인의 무한 배려로 기적같은 이사, 꿈만 같아

by 영국품절녀 2012. 7. 19.



많은 분들의 뜨거운(?) 관심속에 저희 부부는 이사를 잘 끝냈습니다. 아직 집 청소와 짐 정리가 많이 남아 있긴 하지만요, 조금씩 정리해 나갈 예정입니다. 오늘은 저희가 이사하기까지의 비하인드 스토리를 공개해 보도록 하지요. 영국에서 2년 반을 지내면서 영국인들과 쌓은 우정과 인간 관계가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는 것을 먼저 알려 드립니다.

저희는 약 두 달전에 친하게 지내는 동생에게 좋은 소식을 들었답니다.

언니, 우리 교회 플랏에 사는 사람들이 이사를 가서, 그 곳이 지금 비어 있대..

그래서 내가 언니네 부부가 이 집에 관심이 있다고 말했으니까..한 번 구경해 봐~~

지금 사는 집보다 훨씬 넓고 따뜻하고... 살기에 편리하고 좋을거야~~

 

원래 이 교회에 출석하면서 알게 된 교회 플랏은 부부가 살기에 딱 좋은 사이즈며, 가격도 크게 비싸지는 않을 것이라는 말을 주변 사람들로부터 들은 적이 있었어요. 하지만, 그 곳에 사는 영국인 부부는 이사갈 생각이 전혀 없다는 뜻을 내비쳤기 때문에 저희는 생각조차 않지 않고 있었는데요, 지난 4월 말에 그 부부가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하게 된 것입니다.

 

저희는 당장 약속을 잡은 후에 그 플랏을 구경하러 갔지요. 그런데, 기대와는 달리 큰 문제가 있었어요. 그 집에는 가전제품(white goods)은 있었지만, 가구가 거의 없는 거에요. 저희는 이 곳에서 잠깐 사는 것이기에 가구를 살 필요성을 못 느끼거든요. 지금 살고 있는 집 역시 모든 가구, 전자제품 및 살림 기구 (Fully furnished) 포함이고요. 거기다가 한달 렌트 비용을 물어보니, 저희가 현재 내는 비용보다도 20만원이 더 비싼 거에요. (물론 전기세는 포함이지만요.)

현재 사는 집보다 훨씬 높은 렌트 비용에 가구도 없는 상황이라니... 저희 부부는 무척 난감했습니다. 그리고는 신랑과 저는 고민에 빠졌어요. 지금 집도 우리에게는 비싼데...그 곳보다 훨씬 비싼 집에...거기다가 가구도 다 사야할 판인거에요....또 이사 비용도 어느 정도는 들잖아요.

 

하지만, 그 플랏은 지은 지 몇 년 안 되어 무척 깨끗하고, 햇볕도 잘 들고 내부가 밝아서 이사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어요. 저희가 사는 어둡고 칙칙한 약 200년 넘은 집과는 차원이 달랐던 것이지요. 저희가 난처해 하는 모습을 보신 담당자 분은 너희들이 지불할 수 있는 비용을 알려달라고 하시길래, 저희는 이메일로 자세한 비용 및 다른 문의사항을 보낸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또 하나 염려되는 것이 있었어요. 보증금이 비싸면 사실 부담이거든요. 아무리 나중에 돌려받는다고 할지라도 지금 당장 그런 큰 돈이 없거든요. (이전 집의 보증금도 저희의 경제 사정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는 집 주인 아줌마가 반 이상을 미리 돌려주셨거든요.)

집을 렌트하면, 보증금(deposit)을 첫 렌트 비용과 함께 선입금 해야 하거든요. 보통 집의 상태 및 가격에 따라 천차만별이지만, 거의 첫 렌트 비용의 가격 혹은 그 가격의 1.5배를 더 내야 합니다. 

 

 

                                                       (출처: Google Image)

 

저는 그 분에게 "보증금은 어떻게 해야 하나요?" 물어 봤어요. 갑자기 그 질문에 옆에 계시던 플랏 담당자 분 부인인 영국 아줌마는 큰 소리로 이렇게 말씀하시는 게 아니겠어요?

무슨 보증금이야~~ 우리는 너희들을 얼마나 신뢰하는데.. 보증금 따위는 필요없어~~

안 그래요? 여보?? 난 너희들이 꼭 이 플랏으로 들어왔으면 좋겠어~~

 (제가 이 분과 거의 1년 반 넘게 자원봉사를 해서 많이 친하거든요. 저를 참 이뻐라 해주십니다. ^^)

 

사실 저는 보증금이 필요없다는 말보다는 저희를 믿는다고 하시면서 적극적으로 두둔해주시는 영국 아줌마의 말씀에 놀랐답니다.

 

저희는 현재 처해진 경제 상황과 솔직한 심정을 메일에 담아 보냈습니다.  

저희 부부는 이 교회 플랏이 너무 마음에 듭니다. 하지만, 저희들은 경제적인 능력과 처해진 상황으로는 절대 그만한 렌트 비용은 낼 수가 없습니다. 저희는 현재 OOO을 내고 있는데, 이것 마저도 부담이라 더 싼 집을 알아보려고 합니다. 따라서 저희는 £OOO 정도를 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다만, 렌트 비용은 협의 가능하다는 것을 알려 드립니다. (가격을 너무 낮춰서 좀 걱정이 되서요. ㅎㅎ)

 

그렇게 메일을 보냈더니, 교회로부터 답장이 왔습니다.

너희의 메일 내용을 교회 재정 담당자들에게 다 전했다.

그들이 회의를 한 후 그 결과를 나중에 알려주도록 하겠다.

 

는 빠른 시일안에 답장이 오리라 기대했지만, 거의 2주가 넘어도 묵묵부답인 거에요. 주변의 한 한국 아줌마는 저에게 답이 이렇게 늦는 것이 오히려 좋은 징조라고 하셨어요. 만약 안 되면, 금방 안 된다고 연락이 올텐데, 이렇게 늦어지는 것은 뭔가 일이 되는 중이라고요. 이에 반해 울 신랑은 영국은 뭐든지 기다려야 하는 것이라고 일축했고요.

 

그리고 나서 저희는 약 한달 후에 교회로부터 답장을 드디받았습니다. 결과는 저희들의 제안을 다 받아들이겠다 였어요. ^^ (즉, 현재 사는 집보다도 십만원 더 싼 렌트 비용에 전기세는 교회에서 부담하기로 하고요. 또한 보증금은 따로 없고요.) 알고보니, 원래는 2주일도 안 되어 회의 결과는 나왔는데, 메일 담당자 분이 저희에게 알려준다는 것을 깜박하신 거에요.

 

                             영국에서 첫 이사 경험, 감동의 연속이에요. (출처: Google Image)

 

새 집으로 이사를 오기까지 생각만 해도 어쩜 이런 기적같은 일들이 우리에게 생겼는지 꿈만 같아요. 교회 목사님과 장로님들의 아낌없는 후원으로 이렇게 싼 가격으로 좋은 집에서 살게 되었으니까요. 또한 매 주일마다 만나는 교회 분들은 "너희들이 교회 플랏으로 이사오게 되어서 너무 좋다" 라는 말씀을 많이 해 주셔서 좋았습니다.

 

사실 처음에 영국 교회에 출석하면서 그저 웃는 얼굴로 인사만 하는 영국인들과 어떻게 친해질 수 있을까 걱정을 했었어요, 2년 반 동안 그들과 자주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자연스럽게 서로 신뢰와 우정이 쌓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저희들이 처한 어려운 상황까지 다 이해해 주시고, 배려해 주시고요. 외국 생활이 힘들고 외롭다지만, 주변에 저희를 믿어주시고, 도와주시는 영국 분들이 계셔서 정말 힘이 납니다. 이번 이사를 통해 영국 분들에게 무한 감동을 받았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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