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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

영국인이 꼬집은 한국의 질 낮은 노동 행태

by 영국품절녀 2013. 4. 26.



어제 한국 온라인 기사를 보다가 "한국 노동 생산성 OECD 하위권" 이라는 문구가 제 눈에 들어왔습니다. 솔직히 한국의 질 낮은 노동 생산, 긴 근무 시간은 대부분의 사람들이 경험하고 알고 있는 사실인데요, 크게 새로울 것도 없었습니다. 그런데 한 영국인으로부터 "한국 노동 생산성이 떨어지는 이유"에 대해 전해 들은 적이 있었습니다. 한국 서비스 업종(금융)에서 일을 약 3년 정도 근무했던 20대 영국 여자의 말입니다.

 

본 글은 영국인과 한국인의 특정 회사의 근무 경험을 바탕으로 작성된 글이므로, 모든 영국 및 한국의 직장에 적용되지 않는다는 것을 미리 알리는 바입니다. 오해 없으시길 바랍니다.

 

1. 왜 상사는 일 안 해?


 

영국인이 가장 이해가 안 된다면서 던진 말입니다. 그녀가 보기에 직함이 높은 일부 상사들은 그저 근무 시간을 때우는 사람들처럼 보인다는 거에요. 하루 종일 신문이나 보고 담배 피우러 왔다 갔다 하는 등.. 전에 제가 한국의 노동 시간과 관련하여 쓴 글의 댓글에서도 여지없이 이런 점을 지적하는 직장인이 있었는데요, 상사의 일은 부하 직원에게 입으로만 일을 시키고, 그저 결제 도장 꽝~ 찍어주는 것이 전부 인 것 처럼 보이는 경향이 있지요.

 

노동 생산성 저하시키는 나쁜 상사들의 행태 (출처: Google Image)

 

 


2. 왜 근무 시간에 딴짓 하니?


 

영국인은 근무 시간에 아무 때나 흡연하러 나가고, 커피를 마시는 등의 딴 짓을 하는 한국인이 이상하다고 했습니다. 왜 근무 시간을 개인의 자유 시간처럼 사용하냐고 묻더랍니다. 아마도 이런 것이 한국의 질 낮은 노동 생산성에 조금은 영향을 주는 것이 아닌가 싶은데요, 즉 긴 노동 시간에 비해 일의 강도와 효율성이 크게 떨어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이와 같은 영국인의 지적에 대해 한국 직장인 분들에게 들려줬더니 어느 정도 동감한다는 분위기였습니다. 실제로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한국의 근무 강도가 세지 않다는 것이었어요. 동시에 근무 시간은 굉장히 길고요. 이러니 효율성과 노동 생산성이 떨어질 수 밖에 없는 거에요.

 

제가 영국에서 만났던 분들로부터 들은 사례들을 종합해 보면, 실제로 일부 한국 직장인들이 근무 시간에 업무와 별개로 개인적인 일로 시간을 보내는 일들이 꽤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저도 2년 전에 한국에 갔다가 깜짝 놀랐던 적이 있었는데요, 어떤 모임에서 만난 블로거들과 이야기를 나눴던 적이 있었는데요, 일부는 근무 시간에 동료들 눈치 보면서 틈틈이 블로그에 글을 쓰거나 사진을 올린다고 했던 말을 들은 적이 있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제가 작년부터 현지에서 일을 하면서 느낀 점이 있는데요, 저는 영국인들은 쉴 것 다 쉬고 아무 때나 차를 마시는 등 설렁설렁 일을 할 것이라고 생각했었어요. 백화점, 관공서 등을 가 봐도 그렇게 부지런히 일을 한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거든요. 

그런데 예상했던 것보다 근무 시간에 일의 강도가 꽤 세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제 동료들도 보면 각자 쉬는 시간에 차 마시고 쉬다가 얼른 근무 모드로 들어갑니다. 동료들끼리 근무 시간에 개인적으로 수다를 장시간 떠는 일을 본 적이 거의 없어요. 그리고 퇴근 시간이 되면 여지없이 알아서 칼 퇴근을 하지요. 그러니 근무 시간 동안 효율적으로 충분하게 일을 끝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참, 영국은 노동 시간 당 개인이 쉬는 시간이 법으로 정해져 있어, 직종에 관계없이 그 시간을 엄격하게 지키도록 하는 편입니다. 한국처럼 알바생들에게 식사 시간 및 쉬는 시간도 제대로 안 주고 막 부려먹는 행위는 엄연한 불법이지요. 그래서 그런지 저희 동네의 회사 건물들이 모여 있는 거리를 지나다니다 보면, 한국처럼 사람들이 건물 앞에서 우루루 모여 담배를 함께 피우면서 자유 시간을 보내는 풍경보다는, 개인의 정해진 자유시간에 혼자 담배를 피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이 더 친근합니다.

 

3. 왜 쓸데없이 야근하니?


 

대부분 영국인들은 칼 퇴근을 합니다. 물론 야근을 할 일이 특별하게 생기는 경우도 있겠지만요. 제가 다니는 직장은 야근이 없습니다. 그러니 한국에서 근무했던 영국인은 한국의 잦은 야근 문화가 이해가 안 되겠지요.

한국인들은 근무 시간에 일 안하다가,

퇴근 시간이 가까워오면 그 때부터 일을 열심히 하는 척 해..

그리고는 필요없는 야근을 해..

 

 

 

한국인이 야근을 할 수 밖에 없는 이유와 횟수 (출처: asiae.co.kr)

 

영국과 다르게 한국은 상사 분들이 퇴근을 하지 않으면 부하 직원들 역시 퇴근을 못하는 경향이 있어요. 칼 퇴근을 하면 상사 눈치가 보이고, 자칫 일을 열심히 안 하는 사람으로 비춰질까봐 걱정이 든다고 합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이 일부 상사들은 일을 할 것도 아니면서 그저 퇴근을 안 한다고 합니다. 지인이 그러는데, 나이 든 직장 상사들은 그냥 집에 들어가기 싫다고 하면서 회사에 남아 계신다고 해요. 그러면 부하 직원들 역시도 자연스럽게 꼭 당일에 처리하지 않아도 될 일들까지 하면서 필요없는 야근을 하게 된다고 합니다.

 

이처럼 한국인의 노동 환경을 이해하지 못하는 영국인의 말을 전해 들으면서, 왜 영국과 한국의 노동 생산성이 차이가 나는 지를 제 경험으로 깨달은 것이 있어요. 그저 제 견해라는 것을 먼저 밝히고 말씀 드릴게요.

영국은 인건비가 비싼 나라입니다. 제가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사실은 영국 직장은 노동의 대가를 확실하게 돈으로 보상해 준다는 거에요. 다시 말해서 야근, 회의, 교육 등 근무 시간 내/외의 노동 시간들이 다 개인에게 지불해야 할 돈입니다. (시간 = 돈) 그러니 특별한 일이 없는 한, 야근없이 근무 시간 내에 최대한 일을 마칠 수 있도록 하는 것 같습니다. 그러니 노동 시간당 생산성이 높은 것이 아닐까요?

 

한국 정부는 선진국과의 노동 생산성 격차를 점점 줄인다고는 하지만, 직장 근무 환경과 노동 문화가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는 한 낙관적이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노동 시간과 관련하여 대체 휴일제 시행도 유보가 되었다고 하는데요, 무조건 일을 오래 한다고 해서 생산성이 높아지리라는 의식의 전환이 진정으로 필요할 때입니다. 차라리 근무 시간 동안 열심히 강도 높게 일을 하는 것이 노동 생산성을 높이는 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영국은 전혀 일을 안 하는 게으른 사람들이 많아 일을 하도록 유도하고 있는데요, 반면에 한국은 노동 시간을 줄이고 일의 강도는 높여야 할 것입니다. 두 나라 모두 "Work Harder!!" 가 필요한 때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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