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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귀향살이 (2014-2018)

한국 여자의 오빠 호칭, 동서양의 엇갈린 반응

by 영국품절녀 2012. 7. 13.



오늘은 한국 여자들이 자주 불러대는 호칭인 "오빠"에 대해 말씀드려 볼까 합니다.

사실 저는 지금도 울 신랑에게 "오빠" 라고 합니다. 결혼 직후 "자기야, 여보야" 등으로 닭살스러운(?) 호칭을 사용하기도 했었는데, 신랑은 저의 입에서 나오는 "오빠" 라는 호칭이 무엇보다 듣기 좋다고 하네요. 그래서 전 연애 전부터 불렀던 오빠라는 호칭을 결혼해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제 주변의 친구들이나 언니들을 보면 "오빠" ,"자기", "~씨" 라고 부르며, 아이가 생기면 "~아빠" 라고 호칭이 달라지더라고요.

 

개인적으로 생각해 보니, 오빠라는 말은 단순하게 "나보다 한살이라도 많은 친한 남자"에 대한 호칭이라고만 하기에는 그 이상의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에서 생활한 경험이 있는 20대 영국 여자가 한국 남자친구에게 이런 말을 했다고 해요.

나는 한국 여자들이 애교 섞인 목소리로 남자들에게...

"오빠~ 오빠~" 하면서 뭐 사달라고 하는 모습이 정말 꼴불견이었어~

한국 여자들~~ 도대체 왜 그러는 거야??

 

저는 영국 여자의 말을 전해 듣고는 "영국 여자 눈에는 한국 여자들이 그렇게 보이는구나"

라는 생각에 좀 놀랐답니다. 그런데 재미있는 것은, 정작 그 영국인 여자도 동갑인 한국 남자친구에게 "오빠~"라고 부르더랍니다. 그 친구는 화들짝 놀라며, "우린 동갑이니까, 절대 그렇게 부르지 마" 고 했다고 해요. 이 얘기를 듣고난 뒤 저도 제 자신을 가만히 생각해 보았더니... 저 역시도~~

 

                      소녀시대가 "오~빠~~" 하면 한국 남자들 정신 못 차리겠지요??

                                                        (출처: Google Image)                

 

울 신랑에게 평상시 다른 코맹맹이소리로 "오빠~~"부르면~~ 울 신랑의 반응은??

왜?? 무슨 일이야??  뭐 먹고 싶냐?  뭐 필요한 것 있냐?? 빨리 말해~~

이와 같은 반응이랍니다. 이상하게도 뭐 바라는 게 있으면 저도 모르게 자동적으로 그렇게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보통 남자들은 여자친구나 아내가 평상 시 안하던 행동 혹은 말투로 자기를 부르"뭔가 나한테 원하는 게 있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나 봅니다. (철저한 경험에 의해서지요~~)

 

그런데, 확실히 서양 여자들은 한국 여자처럼 애교는 없는 것 같아요. 그래서 그 영국 여자가 한국 여자들이 "오빠" 하며 애교를 부리는 모습 자체가 이해가 되지 않을 수도 있어요. 어제 라디오 스타를 보니 로버트 할리가 자기 부인이 애교를 떠는 모습을 보고 놀랐다고 하잖아요. 미국에서는 그런 여자의 모습을 본 적이 없었다면서요. 영미권에서는 남자들이 귀여운 것보다는 섹시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의 모습을 더욱 선호하는 것 같습니다. 저 역시도 친하게 지내는 영국 및 유럽 학생들의 커플들만 봐도, 여자가 애교를 부리는 모습은 못 본 것 같아요. 이에 반해 제가 본 한국, 일본 등 아시아 여자들은 남자친구 앞에서 애교가 많은 편이거든요.

 

(출처: MBC)

 

요즘 한국 드라마를 좋아하는 일부 동양 여자들은 한국 남자에게 대놓고 "오빠~"라는 호칭을 부르는 경우도 있어요. 제가 석사할 때 일본, 중국 여대생들이 길거리나 마켓에서 울 신랑 (당시 남자친구)을 보더니 "오빠~~" 막 이러는데 진짜 황당하면서 웃기더라고요. 그들이 말하길, 한국 드라마에서 여자 주인공이 "오빠" 라고 하는 부르는 모습을 보면서 자기들도 똑같이 하고 싶었다고 했어요. 어떤 한국 남학생은 같은 과 중국 여학생이 그가 한국인임을 알고 "오빠" 라는 호칭을 쓰니깐, 웃으면서 이렇게 말했다는 군요. "나 너 오빠 아니니까 그렇게 부르지 마라~~ " 고요. 울 신랑도 그렇고 그 한국 남학생도 외국인들이 자기에게 "오빠"라고 하면 좀 이상하다고 하네요.

 

이처럼, 한류 팬인 동양 여자들은 드라마에서 본 여주인공처럼 오빠라는 호칭을 애교 섞인 목소리로 부르고 싶기도 하는가 하면요, 한국에서 살았던(사는) 서양인들은 "오빠"라고 부르며 남자에게 애교 떠는 한국 여자의 모습을 잘 이해하지 못하는 것 같아요.

"오빠"라는 호칭, 한국에서는 별 생각없이 썼던 말인데, 외국인들에게는 색다른 의미로 다가갈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해 보았습니다. 간단한 단어 하나에도 알고보면 사전적인 의미를 넘어서 더 큰 무엇인가 - 이를 테면 문화 - 를 포함한다는 평범한 진리를 다시 한 번 깨달아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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