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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유엔병 걸린 한국 젊은이들, 무엇이 문제인가

by 영국품절녀 2012. 10. 28.



과거와는 달리, 요즘 한국 젊은이들은 좁은 한국에서만 살기 보다는 해외에서 직장을 잡고 살고 싶다고 합니다. 아무래도 전보다는 훨씬 해외 출입을 쉽게 할 수 있는 환경에다가, 유학 및 어학연수, 유럽 여행등을 경험해 본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난 탓이기도 하지요. 요즘 영국 대학에 입학하는 (예정인) 학생들을 보면, 선호하는 학과가 딱 정해져 있습니다. 특히 문과인 경우에는 법, 경제, 경영 (MBA), 정치학 (국제 관계, 개발학) 쪽으로 크게 몰리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런데, 정말 흥미로운 사실이 있어요.

이들에게 "왜 정치학 (국제 관계 & 개발학) 혹은 경제학을 하려고 하냐??" 고 물으면....

많은 학생들이 이렇게 이야기 합니다.

유엔(국제 기구) 에 들어가서 일하고 싶어요.~~

 

사실 저 역시도 정치학 (국제 관계학)을 공부한 사람이라서 이런 이야기를 오래 전부터 꾸준히 들어오고 있지만, 제가 영국에서 만난 사람들 중 현재 아무도 유엔에서 일을 하고 있지는 않습니다. 어떤 학생은 졸업 후 국제 기구에서 단기간 인턴을 했지만, 결국 한국으로 귀국했어요. 뭐 사람 일이란 알 수 없으니 몇 년 후에는 유엔에서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겠지만요.

 

                                        뉴욕에 있는 유엔 본부 (출처: Google Image)

 

이처럼 영국 대학에는 유엔에 막연하게 들어가고 싶다는 한국 학생들이 정말 많습니다. 사실 유엔에서 일하는 것이 보기에 무척 그럴 싸 해보이긴 합니다. 높은 연봉도 매력적이고요. 그런데 문제는 모두는 아니지만 많은 수가 그냥 막연하게 국제 기구에서 일하고 싶다는 말만 하지, 구체적으로 어떤 국제 기구에서 일하고 싶은지, 그것을 위해서는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지는 전혀 모르는 것 같습니다.

누가 그러더라고요. "한국인들이 유엔에 들어가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채 시험(GPO, YPP..)에 합격하는 것이다." 굳이 한국인에게만 국한되는 방법은 아닌것 같지만요.  물론 이 시험은 무척 어렵고, 경쟁률도 높습니다실제로 유엔에서 현재 일하고 있는 한국인들을 보면 공채 시험 합격자이거나 혹은 한국 외교관 출신 및 외교부에서 일을 하다가 교환 근무나 특채를 통해 들어가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물론 석사 졸업 후 NGO 등에서 일을 하다가 들어간 사람들도 있긴 하지만, 정말 쉽지는 않다고 하네요.) 따라서 그저 영국 대학에서 정치학 혹은 경제학을 공부했다고 해서 들어가기란 하늘에 별 따기라는 것이지요. 일부 학생들은 아예 이런 공채 시험 자체의 여부도 모르니 정말 당황스럽습니다.

 

제 주변의 일부 한국 고등학생 및 대학생들은 다들 유엔에 들어가겠다는 일념하에 영국 정치 혹은 경제학을 공부하고 (하려는 계획을 가지고) 있습니다. 이번에 정치학에 입학한 한국인 여학생이 자기 주변해도 유엔병(?) 에 걸린 친구들이 정말 많다고 하더군요. 아마도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님으로 인해 더욱 유엔병에 걸린 한국 젊은이들이 늘어난 것이 사실입니다.

분명한 것은 유엔에 들어가고 싶다는 것 자체가 잘못 된 것은 절대 아닙니다.

 

 

다만, 제가 "유엔병 걸린" 이라는 부정적인 뉘앙스의 단어를 사용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너무 막연하게 유엔에 가고 싶다는 생각만 있을 뿐,- 자신이 정한 목적과 방향도 없이- 즉 어떤 분야의 국제 기구에서 일하고 싶은지는 잘 모른다는 거에요. 그저 학생들은 "반기문 유엔 사무 총장님처럼 되고 싶다", "유엔에 들어가고 싶다" 이렇게 말로만 떠들다가 다들 졸업 후에는 한국으로 귀국한 사례가 대부분이거든요. 지금도 유엔 취업을 위해 영국 유학을 온 한국 젊은이들이 분명 많을 거에요.

 

그렇다면, 유엔과 같은 국제 기구에 들어가려면 무엇을 고려해야 할까요?

정말 중요한 것은 현재 유엔에서 일하는 한국인의 사례를 파악하는 것입니다. 

앞에서도 언급한것처럼, 대부분이 공채 시험에 합격했거나, 아닌 경우에는 외교관 혹은 관련 NGO에서 오랫동안 경험을 쌓고 난 다음에라야 들어갈 수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을 거에요. 따라서 자신에게 적합한 유엔 취업 방법을 정해야 할 것 입니다.

 

한국 외교부로 들어가 외교관이 된 이후 UN에 파견될 기회를 잡을 것인가?

국제 기구 공채 시험을 준비할 것인가?

석사 학위를 받은 후 국제 기구 인턴쉽 및 다양한 NGO에서 경험을 쌓은 뒤 취업 기회를 잡을 것인가?

 

한가지 팁을 더 드리자면, 영국 대학에서 정치학 강사를 하는 프랑스 친구 말~

국제 기구에 들어가는 것은 정말 쉽지가 않다. 그나마 괜찮은 방법은 박사 과정을 밟으면서 국제 기구에서 일을 하면 그나마 기회가 있을 것이다. 그것도 관련 분야에서 경험을 충분히 축적한 다음에라야 가능하다.

 

그런 다음, 자신이 하고 싶은 분야 설정을 구체적으로 하는 것이 필요합니다.

유엔에서 근무하고 있는 어떤 한국 분이 말씀하시길 "한국 젊은이들은 국제 기구 취업에 너무 막연하게 도전한다" 라고 했어요. 따라서 국제 기구의 종류와 역할에 대해 파악한 후에, 자신이 어느 분야에서 일을 하고 싶은지를 잘 따져 보시기 바랍니다. 또한 주의할 것은 유엔에서 근무한다고 해서 모두 뉴욕이나 비엔나에서 일하는 것이 아님을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자신이 전혀 생각치도 못한 제 3세계에서 일을 하는 사람들도 꽤 있으니까요. 오히려 제3세계 국가에서 헌신하고 계시는 분들이 오히려 더 많지요.

 

얼마 전 한국 중고등학생이 선호하는 직업 1위가 안정적인 교사와 평범한 회사원을 뽑았다는 것을 보았는데요, 차라리 유엔에 들어가고 싶다는 모험적이고 도전적인 꿈이라도 가지는 것이 어쩌면 더 나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해 봅니다. 끝으로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한국 젊은이들이여! 진정 유엔에 가고 싶다면, 막연하게 겉모습에 취해 그 꿈을 꾸는 것이 아니라 구체적인 목적과 방향을 정해 포기할 줄 모르는 용기와 도전으로 꼭 이루어 나가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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