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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유학생 남편 둔 아내의 일기

유학생 남편 뒷바라지한 며느리, 시댁에 울컥

by 영국품절녀 2014. 2. 4.

구정 연휴는 잘 보내셨나요? 드디어 지난 금요일이었던 구정에 신랑이 박사 논문을 제출했습니다. 주말에 할일도 있었던터라, 지난 삼일 동안 블로그 포스팅도 잠시 멈추고 저희 둘은 아무 생각없이 쉬었습니다. 작년 11월부터 지난 주까지 신랑은 논문 마무리 작업에 정신이 없었는데요, 다행히 신랑을 통해 논문 제출을 했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갑자기 저도 긴장이 풀려 버린건지 현재 저희 부부는 심신이 피곤하기만 하네요.

 

 

4년간의 결실인 영국 박사 논문입니다.

 

박사 논문을 막 끝마친 신랑은 아직까지 후련함 및 해방감의 기쁨을 느끼지는 못하는지 그저 어리둥절하니 멍하게 있습니다. 순간 아무 것도 할 일이 없어졌다는 현 상황에 적응이 도저히 안 되는가 봅니다. 실제로 본인보다는 양가 부모님들 및 주변의 지인들이 더욱 기뻐해주고 축하해주는 것 같습니다. 저는 국내에 계시는 양가 부모님 및 형제들에게 설 인사와 함께 좋은 소식을 알려 드렸지요.

 

 

 

약 9만자 정도로 앞뒤 복사를 했더니 이 정도네요.

앞으로 박사 논문 마지막 관문인 구두 시험 바이바(VIVA)가 남아 있습니다.

(참고로, 미국에서는 디펜스 (DEFENSE) 라고 부른대요.)

 

마침내 신랑이 논문을 제출했다는 소식에 시댁과 친정에서는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몰라요. 그 동안 힘들어하는 저희 부부때문에 걱정이 많으셨거든요. 특히 며느리인 저는 시부모님의 칭찬에 큰 감동을 받았답니다..

 

시아버지께서는 논문 제출을 앞두고, 응원 차 보내신 메일에 이런 구절이 있었습니다. 

OOO(며느리 이름 석자)는 OOO (아들 이름 석자)의 "보배"다.

 

또한 시어머니께서도 저에게~

그 동안 얼마나 고생이 많았니??  네가 남편 박사 만들었다.

박사 논문 50%는 네 몫이야..   

 

시부모님의 축하와 칭찬에 저는 지금까지 힘들었던 4년이라는 영국 생활이 주마등처럼 지나가면서 순간 울컥하더라고요. 개인적으로 4년은 제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지만 참으로 값진 기간이었어요. 지금까지 부모님 덕으로 아무 걱정없이 살았던 철부지가 처음으로 정신적, 경제적으로 독립한 계기가 되었거든요. 게다가 전혀 예상조차 못했던 블로그로 가난한 유학생 남편 뒷바라지 해서 박사까지 만들었네요. (나중에 남편 유학 뒷바라지 뒷담화를 책으로 쓰고 싶습니다. 지금은 지난 시절의 추억이지만, 눈물나는 고생담이랍니다. ㅠㅠ)  

 

 

논문 제출하고 주말에 저와 신랑은

영국 에일 병맥주와 칩스를 먹으면서 축하 건배를 했어요.

이런 날이 언제 오나 했더니 오긴 오네요. ㅎㅎ

 

4년 내내 저희 부부는 생활이 경제적으로 무척 힘들었지만, 부모님 걱정 끼쳐드리지 않으려고 힘든 내색을 못했어요. 그 대신 서로에게 화도 내고 스트레스를 풀었지요. 특히 저는 성격 상 쌓아놓지 못해서 속에 있는 말도 거침없이 내뱉기도 하고, 힘든 신랑에게 모질게 대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종종 신랑은 저에게 자신이 나중에 죽으면 몸 속에서 사리가 엄청 나올 것이라고 농담반 진담반 하기도 한답니다. 그래도 다행히 부부생활에 별 탈없이 4년이라는 힘들고 고된 시간을 현명하게 잘 해쳐온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절대로 돌아가고 싶지 않는 시절이 있기 마련입니다. 저희 부부는 아마도 지난 4년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이런 기간이 있었기에 저희들은 무언가를 성취할 수 있었고, 성장할 수 있었다고 보아집니다. 앞으로 (현재 진행 중인) 저희 부부처럼 힘들게 해외 유학 생활을 하시는 분들이 계실텐데요, 제가 감히 말씀드릴 수 있는 것은 "죽으라는 법은 없다" 입니다. 뜻이 있으면 언제나 길은 있다는 것입니다. 물론 그 길을 가기 위해서는 엄청난 고통과 희생이 따르긴 한답니다.

ps) 그 동안 품절남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내주신 많은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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