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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이슈가 되는 발칙한 주제들

이케아 공짜 연필 거지, 영국에도 있다.

by 영국품절녀 2015. 2. 12.

최근 논란이 된 "한국 이케아 공짜 연필 거지"  아시나요? 저는 "이케아 연필 공급 중단" 이라는 기사 제목만 보고 "우리는 샤프 사용을 선호하므로 연필 판매률이 낮아 공급을 중단했나보다" 라고 단순하게 추측했어요. 솔직히 이케아를 가본 적이 없어서 공짜 연필이 비치되어 있는 줄도 몰랐거든요. 그런데 온라인 검색을 하다가 이케아 연필 거지라는 단어가 보이길래 기사를 클릭했더니... 공짜면 사죽을 못 쓰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모습이 여실히 드러나는 대목이었어요.  

 

(cc) on flickr by Sharkey M

 

사실 이케아 연필 거지뿐 아니라 영국 러쉬에서도 유독 한국에는 배송 오류가 잦은데 - 물품을 받고도 안 받았다고 거짓말을 한 후 재배송을 요구하는 한국인들이 많아서타국보다 (트랙이 남는) 비싼 배송 비용을 지불하도록 조치하기도 했지요. 해외 호텔에서도 부페 음식을 몰래 싸가지고 객실에 보관했다가 걸리는 등.. 국내 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조금 부끄러운 행동을 하는 사람들이 꽤 있기는 한 것 같습니다.  

 

저는 일부 젊은이들이 이케아 연필을 대량으로 가져갔다는 대목을 읽으면서 이런 생각을 해봤어요.

우리 부모님 세대들이야 대부분이 가난한 생활을 경험했으로 공짜를 좋아할수도 있겠다 싶거든요. 따라서 먹을 수 있을 때 더 많이 먹고, 무료로 챙길 수 있으면 하나라도 더 챙기는 것이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80년대 이후 젊은 세대들은 풍요롭게 자란 편인데도, 왜 바뀌지 않았을까요?

 

그 이유를 저는 어떤 기사에서 모 대학 교수님이 하신 말씀에 큰 공감을 했어요.

워낙 경쟁이 심한 한국 사회다 보니, 경쟁에 의해 교육받고 길러진 요즘 젊은 세대들은 이것 또한 하나의 경쟁의 대상인거에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남보다 돈을 덜 들이거나 공짜로 물건, 경험 등을 얻고 싶어하는 경쟁 심리가 반영된 것 같아요.

 

더욱이 기가 찬 것은...

일부는 자신의 블로그, 페이스북 등과 같은 SNS로 자랑질을 하기도 합니다. 그러면 댓글에는 그런 짓(?)을 부러워하고 정보를 공유해줘서 감사해하며 모방하느라 난리들이지요. 설상가상으로 남들은 무료로 많이 얻었는데, 나 자신은 못하기라도하면 내심 배가 아프고, 속상해라기도 합니다. 중고나라에 공짜로 얻은 이케아 연필을 판매하는 것 또한 재미삼아 했을수도 있긴 하지만 좀 황당했어요. 이케아 연필을 두고 북유럽 감성이 느껴지는.. 힐링되는 느낌이라니.. 힐링이라는 단어 여기저기 잘도 갖다 부치네요.  

 

 

그런데... 유독 우리나라에서만 이케아 연필 거지가 있는 것은 아니더라고요.

영국에서도 이미 10년 전부터 이케아 연필 도둑에 대해 논란이 있었어요. 게다가 영국의 좀도둑질 풍습(petty pilfering)도 한몫했다고 하네요. 영국의 이케아에서도 많은 이들이 어떠한 물건도 사지 않은 채 매장을 둘러보다가 주머니에 연필을 한뭉큼씩 넣어서 나간다고 합니다. 꼭 이케아 뿐만 아니라 트레블로지에서는 샴푸, 비누, 차, TV 리모콘이 사라질 정도이고요, 아고스는 매년 수백만개의 펜을 주문해야 한다고 하네요. 심지어 중고 사이트인 이베이(ebay)에서도 이케아 연필은 연일 판매중이지요.

 

이케아 연필처럼 무료로 비치되어 있는 아고스 블루펜

 

영국의 경우를 보면서, 이케아 연필 거지가 유독 우리나라에만 있는 것은 절대 아니라는 것인데요, 따지고 보면 이케아 공짜 연필 대량으로 가져가기 혹은 훔쳐가기(?)를 두고 거지 근성, 심지어는 국민성까지 운운하는 것은 너무 엄격한 "자아비판"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물론 이러한 행위를 옹호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비판 받아 마땅하지요. 다만 대량으로 몰래 가져가는 행위는 물건을 주문할 때 고객이 편하게 사용하도록 비치해 놓은 연필을 공짜로 제공하는 이케아의 배려를 무색하게 만들고 다른 고객들에게는 민폐가 아닌가 싶습니다.

 

여러분의 공감 은 큰 힘이 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