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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여행/이탈리아

이탈리아 여행 떠올리며 직접 만든 에스프레소

by 영국품절녀 2013. 7. 27.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오늘은 "커피" (Coffee) 에 관한 글입니다.

저는 원래 커피를 그렇게 좋아하는 편이 아니었습니다. 2000년대 초반, 한국에 스타벅스 등 원두커피 전문점이 처음 소개된 후 커피가 엄청나게 인기를 끌게 되었습니다만, 저는 커피 자체를 찾아서 마시기 보다는 사람들 만날 때에야 한 번씩 마시는 정도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커피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있습니다.

 

몇 년 전 일입니다. 석사논문을 제출한 후 시간이 조금 남아, 후배가 유학 중인 이탈리아를 여행할 기회가 생겼습니다. 딱히 이탈리아에 큰 매력이 있었던 것은 아닌데, 초,중,고 후배였던 그 녀석이 "이번 기회 아니면 이탈리아 여행 못합니다, 꼭 오세요" 라고 강권하는 바람에 한 번 가게 되었지요. 로마에 살던 그 후배의 집에 머물던 저는 카프리로 가보자는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아침 일찍 새벽같이 길을 나섰습니다. 성악을 공부하던 그 후배가 모든 BMW를 타고 이탈리아 고속도로를 달리게 되었지요. 새벽부터 운전해서 조금 피곤했던지 그 후배는 운전한 지 두 시간 정도 지난 후, 한 고속도로 휴게소에 들렀습니다. 

 

이탈리아 카프리 (Capri) 가는 길에 들렀던 쏘렌토(Sorento)

 

 

 

소렌토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 카프리

 

카프리의 자갈 해변

주차하면서 그 후배가 한 마디 하더군요.

형님, 이탈리아에 오신 김에 에스프레소 정통 커피 한 번 드셔보시지요.

 

저는 한국에서 멋도 모르고 에스프레스를 시켰다가, 조그만 커피잔에 든 쓰디 쓴 맛이 고개를 흔든 적이 있었습니다. 저는 잠을 깨려면 Red Bull 과 같은 에너지 드링크가 낫지 않을까도 생각했지만, 생각보다 싼 – 딱 1유로 – 가격과 그 녀석의 권유로 에스프레소를 시켜서 마셔봤습니다. 후배가 가르쳐준 대로 조그만 잔에 설탕을 털어 넣어 조금 식힌 뒤 한 입에 마셨습니다. 정신이 번쩍 나면서 입에 진한 커피의 맛이 남는 것입니다. 사람들이 왜 이탈리아 커피를 훌륭하게 생각하는 지 알 것 같더군요. 그 이후 저는 종종 졸리거나 아침 일찍 집을 나설 때에는 에스프레소 커피를 한 잔씩 마시곤 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는 Caffé Nero의 에스프레소를 가장 좋아합니다. 스타벅스와 같은 체인점 커피이긴 한데 이탈리아에서 마셨던 에스프레소와 가장 가까운 맛을 내는 것 같습니다.

 

 


에스프레소를 좋아하게 되긴 했지만 며칠 전까지만 해도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마실 생각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제가 사는 캔터베리 길거리 마켓에 커피 원두를 파는 곳이 생겼습니다. 그 동안 이 곳을 지나치면서 저와 품절녀님은 호기심 삼아 둘러보았고, 샘플로 나온 원두의 향을 맡거나 맛보기도 했었죠. 커피를 좋아하는 품절녀님이 예전부터 "모카(Moka)"를 사자고 했던 적도 있었고, 저도 갑자기 에스프레소 커피를 직접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품절녀님이 친구 집에 갔다가 처음 알게 된 모카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원두커피를 파는 젊은 영국인 부부에게 이런 저런 질문을 해보고, 보다 많은 원두의 맛도 직접 보기까지 했습니다 – 물론 맛 본다고 해서 커피 맛을 안다고 할 수 없습니다만, 어쨌든 제가 "모카"로 에스프레소 커피를 만들고 싶다고 하자 향과 맛이 강한 "JAVA" 라는 원두를 추천해 주었습니다.

 

 

에스프레소 메이커인 Moka pot &  자바 커피

 

그러면서 이런 저런 이야기를 그들 부부와 나누는데, 알고 보니 켄트대학 캠퍼스 커플이더군요. 더군다나 남자는 저와 같은 과 출신이었습니다. 그의 대학 동기 중 한 명이 재작년에 교수 임용된 젊은 교수라는 것까지 알자 무척 반가웠습니다. 저와 동문이어서 잘 해주려는지, 커피를 봉지에 꾹꾹 눌러 담더군요.

 

 

 

30대 초반의 훈남 훈녀 커플인데요, 

함께 커피를 파는 모습이 너무 좋아 보입니다.

 

 

 

 

원하는 커피 맛과 종류를 선택하면 직접 원두를 갈아서 줍니다.

 

 

 

 

 

 

 

 

 

 이탈리아 과자로 엄청 중독성이 강하다고 하네요.

 

커피와 함께 다양한 Tea 도 판매하고 있습니다.

 

 

 

 

 

그 길로 "모카"와 "커피잔"을 구입한 저희는 집에 돌아와 드디어 에스프레소를 만들어 보게 되었습니다. 모카에 정량보다 물을 조금 덜 붓고 난 후, 원두가루를 중간에 넉넉하게 깔아 두었습니다. 그리고 모카를 구입할 때, 가게 아줌마가 설명해 준 대로, 중간 불로 모카를 데우고 시작했습니다. 작동 원리는 모카 아래 부분의 물이 끓으면서 생긴 수증기가 중간의 원두가루를 혼합되고, 그 것이 위층 공간에 저장되는 되는 것이었습니다. 원두커피 가게에 있는 기계와 원리는 비슷한 것 같더군요.

 

모카의 가격은 15 (약 2만 5천원)

 

컵 하나당 2.5 (약 4천원)

 

모카의 구조는 이렇게 생겼습니다.

 

 

 

 

 

 

 

드디어 시음시간이 되었습니다. 보통 사 먹는 에스프레소 커피가 약간 걸쭉한 느낌이 있는데, 단지 보기에 "모카" 는 그 정도 퀄리티까지는 만들어내지는 못하더군요. 물을 조금 덜 넣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살짝 있긴 했으나, 거의 2잔 분량의 에스프레소가 만들어졌습니다.

 

 

사용된 커피 원두 찌꺼기에요.

 

저는 설탕을 약간 타고 품절녀님은 얼음을 넣어 보았습니다.

 

 


처음 마셨을 때 느낌은, "오~" 생각보다 꽤 맛있습니다. 설탕까지 약간 넣어 주니, 제가 원하던 맛과 거의 비슷하게 납니다. 저는 이탈리아에서 배운 대로, 약간 식혔다가 그대로 한 숨에 들이켰지요. 정신이 번쩍 나고 입에 맛있는 커피 맛이 감돌게 됩니다. 얼음을 넣은 에스프레소는 시원하면서 깔끔합니다. 굳이 비싼 커피기계까지 사지 않더라도 맛있는 커피를 먹을 수 있게 되었다는 생각이 드니 기분까지 좋아집니다. 이젠 아침마다 빈속의 커피 한 잔이 습관이 될 지도 모르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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