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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인과 문화

이혼하고도 영국인 부부가 함께 사는 이유

by 영국품절녀 2013. 5. 13.


어제 카페 네로에 커피를 마시러 갔다가, 눈에 익은 그림을 보게 되었어요. 한국에서도 꽤 유명한 미국 팝 아티스트 로이 리히텐슈타인 (Roy Lichtenstein) 의 그림인 "OH, JEFF.. I LOVE YOU, TOO.. BUT.." 이었어요. 현재 런던 테이트 모던에서는 리히텐슈타인의 회고전이 열리고 있답니다. 5월 27일까지 진행되는 리히텐슈타인 회고전은 입장료 성인 기준시 £14 라고 해요. (자세한 사항은 --> 테이트 모던가기)

 

 

저는 회고전을 보러 가고 싶지만, 런던까지 갈 여유와 시간이 당분간은 없을 것 같습니다. 아쉬운 심정을 달래기 위해 팝 아트가 그려진 물컵을 가지고 왔습니다. ㅎㅎ

 

 

물컵에 그려진 그림에 나오는 여자의 대화를 읽어 보다가,

문득 전에 한 패션 잡지 기사 "Love affair" 에서 본 그림과 글이 생각 났습니다. 

 

 

배경은 이렇습니다.

 

침대 위에 한 남자가 누워 있습니다. 근심이 가득한 여자는 따르릉~ 울리는 전화를 받습니다. 그녀의 애인(남편)이 "뭐하고 있냐?" 고 묻습니다. 이 때 여자는 이렇게 말을 합니다...

OH. JEFF....
I LOVE YOU... BUT (.......)


오~~ 제프… 난 너를 사랑하지만..

(나 다른 사람이 생겼어~~)


 

영국에서 "이혼" 사유에 관하여 설문 조사한 것을 보니, "부부가 헤어지는 이유" 중에 1,2위가~

 바로 "사랑 감정(애정)이 식어서""혼외정사" 라는 결과가 발표되었습니다.

 

(출처: Grant Thornton's latest annual study of divorce in the UK)

 

영국은 유럽 국가 중에 이혼률이 가장 높습니다. 평균 영국인들의 결혼 지속 기간이 약 11년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최근 들어 경제적인 불황으로 인해 이혼을 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고 합니다. 그 이유는 "돈" 때문이라고 하는데요, 이혼을 하면 재산 분배 및 양육 부담 등 당장 지낼 곳부터 찾아야 합니다. 그런데 실업 상태 혹은 살 곳이 마땅치 않는 등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의 시기를 미루는 커플들이 있다고 해요.

제 주변에는 이런 영국인 부부가 있어요. 이혼을 하긴 했는데, 집이 도대체 안 팔려서 어쩔 수 없이 같이 살고 있어요. 전에는 부부로 지냈다면, 이제는 (이혼 후에) 단순한 동거인(housemate) 으로 함께 살고 있습니다. 쿨하게 서로의 애인들이 집을 드나들기도 하면서, 각 자 자유롭게 데이트를 하며 산다고 해요.

 

이와 같은 영국 부부들의 이혼 사유 결과를 보면서, 옳고 그름을 떠나 자신의 감정에 참 솔직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한 때는 서로 사랑해서 결혼을 했는데, 배우자에 대한 애정(사랑)이 식었으므로 혹은 외도를 해서 더 이상 함께 살 이유가 없다. 어찌보면 냉정하고 차갑다는 인상을 줄 수도 있겠지만요.

이에 반해 일부 한국인들은 결혼 생활은 유지하면서 배우자 몰래 외도를 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는 것 같습니다. 한국의 지인 말로는 "애인이 없는 사람은 바보" 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기혼자들 중에 애인을 가진 사람들이 꽤 많다고 하는데요, 저는 그런 말을 듣긴 했지만, 여전히 '설마?' 라는 생각이 들긴 합니다.

 

다시 말해서, 영국인들은 솔직하게 자신의 감정을 상대방에게 표현한다면, (외도하는) 한국인들은 자신의 실제 감정은 숨긴 채 거짓으로 배우자와 살아가는 것은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무엇이 상대방에게 더 잔인한 것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참, 흥미로운 조사 결과가 있어요. 1975년 이전 출신들과 비교하면,1984년 이후 세대들 중에는 이별 통보를 직접 만나서 하기 보다는 "전화"로 하는 비율이 늘었다는 조사 결과가 있습니다. 나중에는 전화도 아닌 SNS를 통한 메세지로 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런데 한국에서도 영국과 비슷한 현상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한국도 영국만큼은 아니지만, 이혼률이 과거에 비해 크게 늘었습니다. 이혼을 결정하는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외도 역시 그 중에 한가지 입니다. 배우자의 외도로 인해, 부부간의 신뢰는 깨지고 결국 이혼까지 가게 되는 거겠지요.

하지만 영국이나 한국이나 "경제적인 이유"로, 이혼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데요. 특히 한국에서는 대개 아내들에게 나타납니다. 과거에는 그저 감정적으로 이혼을 덜컥 했다가 생활고를 당하는 일이 많다보니, 이제는 그렇게 쉽게 이혼을 결정하지 않는 것 같습니다.

일부 직장이 없는 전업 주부들의 경우에는, 남편의 외도 사실을 알았다 할지라도 절대 아는 척 하지 않고 산다고 합니다. 또 다른 일부는 남편의 외도를 안 즉시, 그 때부터 이혼할 만반의 태세를 갖춘다고도 하고요. 예전보다는 이혼에 대한 시각이 나아지긴 했지만, 아직도 한국은 이혼하면 남자보다는 여자에게 더 흠이 되는 것 같아요. 실제로 이혼한 남자들은 경제력만 있으면, 금방 재혼을 쉽게 하더라고요.

 

다만 일부 안정적인 직장이 있는 여자들은 아이들을 위해 이혼을 결심하기도 합니다. 전에는 자식 때문에 이혼을 하지 않는다는 엄마들이 많았다면요, 이제는 경제력만 있다면, 이혼이 아이들에게 더 나을 것이라는 생각으로 점점 바뀌고 있는 것 같아요. 참 최근에는 아내들의 외도 역시 증가하여, 이혼 후 아빠들이 자녀들의 양육권을 갖기도 하더라고요. 전문가의 견해도 이와 상통합니다. 아이를 위해서 이혼이 결코 나쁘지는 않다고 하네요. 부모가 한 집에서 매일 싸우는 모습을 보고 자란 아이들은 큰 상처를 안고 살게 된다고 합니다. 차라리 아이들에게 인간 관계에 대해 이해시키는 편이 더 나을 것이라고 하네요.

 

경제력의 중요성은 점점 커져만 갑니다. 결혼도 돈이 있어야 순조롭게 성사가 되기도 하고요, 마찬가지로 이혼도 그렇네요. 영국이나 한국이나 더하고 덜하고 차이만 있을 뿐, 부부 사이의 이혼 사유들은 참 비슷해 보입니다. 커플간의 외도와 관련하여 아래의 문구가 마음에 참 와 닿습니다.

 

   (출처: Google Image)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놓친 것에 더 관심을 갖기 때문에 결국 외도를 저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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