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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녀의 영국 귀양살이 seasno 1 (2010-2014)/영국 교육

일본 대학 경험한 영국인의 비판, 얼굴 화끈

by 영국품절녀 2013. 12. 9.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제가 사는 영국 시골 마을에도 오랜만에 볕이 들어 포근했네요. 그래봤자, 4시면 해가 지니 저녁이 되면 쌀쌀하긴 마찬가지네요. 그래도 오랜간 만에 볕을 좀 쐬니 기분이 한결 나아지는 것 같았습니다.


제가 대학 다니던 시절과 비교해 보면, 요즘 한국 대학생들은 해외로 교환학생을 많이 떠나곤 합니다. 외국 대학에서 공부도 해 보고, 해외 생활을 경험해 볼 수 있기 때문에 많은 학생들이 지원한다고 하더군요. 저 때도 교환학생 제도가 없었던 것은 아니고, 어학 기준도 높지 않았지만 해외에 나가 보려는 학생이 그렇게 많지 않았던 것을 돌이켜 보면 지금의 한국 대학생들이 훨씬 진취적으로 보입니다. 물론 스펙에 도움이 되기 때문이라는 현실적인 이유도 있긴 하지만요.

 

(출처: Google Image)

 

유럽에서는 "에라스무스 프로그램" 이라는 교환학생 제도가 오래 전부터 있었습니다. 예전에는 주로 유럽 국가 혹은 북미 대학간의 교환 학생 프로그램이었는데, 최근에는 아시아로 가는 영국 학생들도 꽤 늘었지요. 제가 다니는 대학은 아시아 중에서는 일본 대학들과 자매결연이 잘 되어 있어서 그런지 일본 학생들이 꽤 많은데요, 그 만큼 영국 학생들도 일본 대학 교환 학생을 자청 합니다. 아직까지는 일본이 아시아에서는 가장 알려진 국가라는 점을 부인할 수는 없겠지요. 영국 학생들 사이에서도 일본의 명문 대학교를 가기 위한 경쟁률이 치열하다는 점도 꽤 흥미롭네요. 성적이 높아야 명문 대학으로 갈 확률이 높지요.


 

(출처: Google Image)

 

얼마 전, 일본 대학 교환학생으로 다녀온 선배들과 교환 학생 준비 중인 후배들의 정보 교류 시간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일본에서의 학교 생활에 관한 질문과 대답이 이어졌는데요, 교수가 없는 틈을 타 잠시 일본대학과 일본인들을 비판(?)하는 방향으로 대화가 오고 갔다고 해요. 그 내용을 간추려 보면 다음과 같습니다.

 

1. 허술한 대학 레포트

한국 대학에서의 레포트라고 불리는 것을, 영미권 대학에서는 에세이라고 합니다. 우리는 에세이라는 용어를 국어시간에 배운 수필로만 배웠는데 말이죠. 영국 학생들 눈에는 일본 학생들이 과제로 제출하는 레포트, 즉 에세이의 수준이 너무 떨어진다고 느꼈던 모양입니다.

 

일단 영국학생들이 놀랐던 점을 몇가지 꼽아보면,

"어떻게 자기 생각만으로 에세이 2000자를 쓰라고 할 수 있지?"
"과연 내 생각만으로 그 많은 분량을 어떻게 채울수 있을까?"
"아카데믹 라이팅에 인용이나 출처가 없는 글이 과연 가치가 있을까?"


제 개인적인 경험을 비추어 보면, 영국 학생들이라고 모두 양질의 레포트를 쓰지는 않습니다. 다만 적어도 논문과 책을 뒤져가며 자신의 논리를 전개해 나가려는 흔적은 보입니다. 좋은 에세이에서는 학부생임에도 수많은 논문과 책을 참고도서로 인용하며 훌륭한 내용을 담고 있더군요. 기본적으로 상위권의 학점을 유지하지 못하면 참가 신청조차 못하는 교환 학생 프로그램이라, 일본으로 간 영국 학생들은 꽤 우수한 자원입니다. 이런 영국학생들에게 오로지 자기 생각으로만 레포트를 쓰라는 일본 대학은 우습게 보였던 모양입니다. 특히 참고 문헌 없는 에세이를 쓰라는 것도 이들에게는 상당한 충격이었다고 하네요.

 

2. 교수와 학생의 소통이 부재한 강의실

 

학교마다 사정은 조금씩 다르지만, 영국 대학은 한 과목이 "강의""세미나" 로 나뉘어져 있습니다. 쉽게 설명 드리면, 1주에 2시간짜리 과목은 1시간은 대강의실의 강의(Lecture), 나머지 한시간은 소그룹으로 나뉘어진 세미나 (혹은 튜터링)으로 이루어지죠. 세미나 시간 동안에는 교수(혹은 강사)가 핵심 내용을 정리해 주고, 학생들은 이해되지 않았던 내용에 대해 질문하고 토론하는 시간을 갖지요. 모든 학생들이 세미나에 능동적으로 참여하지 않는 것은 사실이지만, 그래도 교수와 학생들의 커뮤니케이션은 꽤 활발하다고 할 수 있지요.

 

이에 비해 강의로만 수업이 꽉 찬 일본 대학의 강의가 이들에게는 따분하고 답답했던 모양입니다. 그나마도 강의 시간에 딴 짓을 하거나 잠을 자는 일본학생들을 봤다고 해요. 그러면서 하는 말~

 

"강의 시간에는 딴 짓 해도 돼. 잠을 자거나... 아니면 휴대폰으로 게임해도 괜찮아..

(와세다 대학을 다녀 온) 영국 학생의 말~~ "강의들은 너무 지루하기만 했어.."

"일본 대학은 출석 체크만 잘 하면 돼~"

 

(출처: Google Image)

 

3. "일본이 세계 최고다" 외치는 일본 학생들

 

제가 이 곳 대학에서 교환학생으로 온 일본 학생들을 만나본 결과, 재미있는 점을 발견했습니다.

바로 "여학생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습니다."

석사를 하러 온 일본인 친구(남)에게도 물어봤더니 맞는 것 같다고 하더군요. 그 친구의 말은

"요즘 일본 남학생들은 대체로 보수적이고, 해외로 나가는 것을 더욱 꺼려한다.

아무래도 최근 일본의 분위기와 관련이 있는 것 같다는 알쏭달쏭한 말도 덧붙이더군요. 그러다 보니 해외 생활을 경험해 보지 못한 (여행 제외) 일본 남학생들의 비중이 높다는 것도 사실인 것 같습니다.

 

이런 일본 남학생들과 대화해 본 영국 대학생들의 인상은 어땠을까요?

 

"와~ 일본인들은 자기네 나라가 세계에서 최고인 줄 알아"
"뭐든지 일본 것이 가장 좋다고 하는데, 도대체 뭐가 그렇게 좋은 지 모르겠네"

 
영국 대학생들은 일본 밖에도 안 나와본 이들이 "무조건 일본이 세계 최고다" 라고 하는 것은 전혀 이해가 되질 않았다고 하네요.  

 

4. 값싸고 재미있는 밤문화


저녁 6시만 되면 영국에서는 일부 레스토랑과 클럽 정도만 제외하고, 대부분의 상점이 문을 닫지요. 커피숍도 저녁 7시전에는 문을 닫습니다. 물론 런던 정도의 대도시는 예외입니다. 그에 비해 일본에서는 영국과 비교해 밤늦게까지 놀 수 있는 여건이 잘 갖추어져 있지요. 더군다나 대학 근처에서는 밤늦게까지 값싸고 맛있는 음식들을 즐길 수 있어서 무척 좋았다고 합니다.

 

(출처: Google Image)

 

그런데 이들 영국학생들이 꼽았던 것 중 하나가 바로 "밤문화" 입니다. 비록 노골적인 이야기까지는 하지 않았지만, 영국 남학생들은 일본 밤문화의 추억(?)들이 굉장히 재미있었다고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일본대학 교환학생으로 1년 다녀 온 영국 학생들이 했던 말은??

일본 교환 학생은 그저 놀러 간다고 생각해~~

그냥 일본 문화와 언어 정도만 배워 와~

 

영국 대학생들의 일본 교환학생 후기를 들으면서 갑자기 제 얼굴이 화끈해지기 시작했습니다. 영국 학생들의 일본 대학 경험담인데 도대체 왜? 제 마음까지 불편해 질까요? 이제 스무살 갓 넘은 어린 학생들의 철없는 일본 경험담이라고 치부할 수 만은 없는, 즉 말속에 뼈를 느꼈기 때문이죠. 한국으로 교환학생을 다녀 온 영국 대학생들은 과연 어떤 경험담을 쏟을지 사뭇 궁금해집니다. 일본 대학을 다녀온 이들과 별반 다르지 않을것 같아 내심 씁쓸하지만, 그래도 긍정적인 평가가 있기를 기대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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