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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품절녀 & 남 in UK/영국 품절남 글은 여기에

일본 대학생들이 갖는 비관적인 자국의 미래

by 영국품절녀 2013. 8. 15.

 

안녕하세요? 영국품절남입니다.
오늘이 광복절인데요, 영국에 있다 보니 그런 것을 느낄 틈이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일이 바쁘기도 하고요. 그래도 광복절 관련 포스팅거리를 찾다가, 제가 영국에서 만난 일본 대학생들의 자국(自國)의식에 대해서 한 번 적어 보려고 합니다.


제가 재작년부터 작년까지 켄트대학 캠퍼스 초입에 위치한 일본인 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친 적이 있었습니다. 아울러 대학에서 지난 학기까지 일본 사회 관련 과목의 Tutor도 맡았지요. 학교 자체도 일본인 교환학생들이 많이 오는 편이라, 일본 학생들과 만나서 이야기 해 볼 기회가 많았습니다.

 

"이들과 대화를 나누어 보면서 느낀 점은, 제가 10여년 전, 일본 교환학생으로 갔을 때 만났던 학생들이나 석사 시절에 만났던 일본인 유학생들과 사뭇 다르기에 조금 놀랐습니다."

 

약 2주 전 일입니다. 저와 도서관에서 공부를 같이 하는 일본인 유학생과 잠깐 짬을 내어 이런 저런 대화를 나누던 중, 갑자기 그 친구가 좀 심각한 이야기를 꺼냈습니다. 참고로, 그 친구는 고등학교 영어 교사를 하다 석사를 하러 영국에 온 케이스입니다. 지난 6월부터 제가 가르쳤던 일본인 학교 기숙사의 조교로 근무하게 되어, 요즘 학생들의 생각을 보다 생생하게 들을 기회가 있었습니다.

 

요즘 일본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걱정이 됩니다.

요즘 젋은이들은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자부심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아요, 나 때만 해도 이 정도면 꽤 괜찮은 나라라는 의식도 있었는데 말이죠... 얘네들은 패기도 없고, 진취적이지도 못하며, 일본이라는 나라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않은 것 같네요. 그저 작은 섬나라 일 뿐이라고 하더라고요.

 

그 이야기를 듣다 보니 그 친구의 말이 꽤 일리가 있다고 느껴지더군요. 제가 이곳 켄트대학에 온 이래, 영국인 다음으로 자주 어울렸던 사람들이 일본인입니다. 꽤 다양한 부류의 일본인들을 만나 보았지만, 특히 젊은 학생들 - 특히 남학생 - 에게서 패기라고는 좀처럼 찾기 어려웠습니다.

 

특히 수업시간에 느꼈던 일본인 남학생들의 태도는 좀 걱정스러울 정도였습니다. 한국인 학생들은 만나보진 못했지만, 같이 있던 중국 및 다른 아시아 국가 학생들과 비교만 해도 그렇습니다. 저는 다른 학생들도 신경을 써야 했고, 진도도 빼야 했기에 무심코 지나쳤습니다. 그저 "영어에 자신이 없으니까 그런가 보다" 했지요. 일부를 보고 섣불리 일반화 시키기도 무리가 있고요.


 

그런데 앞서 말했던 그 친구의 말을 듣고, 제가 과거에 만났던 일본인과의 경험을 되돌아 본 후 한 가지 느낀 점이 있었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일본에 갔을 때 만났던 일본인들은 그 때만 해도 "일본"이라는 국가에 대한 프라이드와 신뢰가 있었습니다. 제 눈에 비친 일본이라는 국가는 국가부터 시민에 이르기까지 안정되고 정돈된 분위기를 뿜어 냈었지요.


 

그러나 기나 긴 경제불황과 원전 문제는 일본인 - 특히 젊은이들 - 으로 하여금 일본이라는 국가와 그 시스템에 강한 의구심을 불러 일으킨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보입니다. 즉, 요새 20대 초반의 학생들은, 경제 침체가 시작되는 시기에 태어나 현재까지 일본의 경제 불황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지요. 들어 내놓고 말은 안 하지만 일본 정부의 원전 문제에 대한 미숙한 대응 역시, 국가 위기 관리 능력에 대한 불신으로 이어지는 면도 있고요.

 

제가 석사시절까지만 해도 일본인 친구로부터 자주 들었던 말 중 하나가, "일본에서는 ~" "일본은 이렇게 좋은데~" 였습니다. 그랬던 일본인들이 이제는 "그냥 영국에서 계속 살고 싶네요" 와 같은 말을 자조적으로 합니다.

최근 일본 정치인들의 우경화의 저변에 깔린 이유 중 하나도 바로 이러한 사회 분위기에서 찾을 수 있지 않을까 생각해 보았습니다. 일본 미래의 주역인 젊은이들의 무력함은 우파 정치인들이 보기에 우려스럽나 봅니다. 그들의 역사 재해석 역시, 과거의 역사를 아름답게 포장하여 젊은이들에게 애국심을 고취시키려는 것으로 이해할 수 있을 것입니다.


 

 

(Source: http://www.sisainlive.com/news/articleView.html?idxno=15080)

 

최근에 있었던 축구 한일전의 파장도 동반선상에서 이해할 수 있겠네요.

주변 외국과의 조그마한 마찰에도 필요 이상으로 정부 차원의 맞대응을 하고 있지요. 즉, 국가가 국민의 이익과 자존심을 지켜주고 있다는 것을 일본 국민에게 어필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경기 자체보다는 그 외적으로 붉어진 문제 - 솔직히 제 개인적인 소견으로는 한국 응원단도 딱히 잘 했다는 생각이 들지는 않습니다만 - 에 일본 정부 대변인까지 나서서 코멘트 하는 것 자체가 최근의 일본 정치인들의 초조함을 반영하는 것일 것 같네요.


청산되지 못한 역사, 일본인 특유의 집단 문화, 매뉴얼에만 절대적으로 의존하는 사회구조, 20년이나 이어진 경제 침체 및 부채 문제 등, 현재 일본이라는 국가를 분석하는 데에는 다양한 원인과 변수가 있지요. 현대 일본 연구에 있어서 보다 복합적이고 다면적인 분석이 필요하다는 것은 저 스스로도 잘 압니다. 따라서 현재 진행되고 있는 일본의 우경화를 일본 젊은이들의 무력감 혹은 좌절감에서만 찾을 수는 없을 겁니다. 다만, 우울한 사회 분위기에서 태어나 자란 현재 일본 젊은이들이 보는 일본은 결코 자랑스럽지도 아름답지도 않은 모양입니다.

영국에서 느낀 광복절의 한 단상(斷想)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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